휴머노이드 로봇 두 대가 글러브를 끼고 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로봇 판매 총판 회사인 로아스가 진행한 시연이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24일 오후 일산 킨텍스의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자 새된 금속음과 기계음이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니 휴머노이드 로봇 두 대가 글러브를 끼고 펀치를 주고받고 있었다. 펀치를 맞고도 중심을 잡고 다시 가드를 올리는 로봇의 움직임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인간을 대신해 로봇이 링 위에 오르는 숀 레비 감독의 영화 '리얼 스틸'의 장면을 전시장으로 옮겨 놓은 듯했다. 2026 대한민국 과학축제의 슬로건처럼 '상상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한국과학창의재단·한국연구재단과 함께 '2026 대한민국 과학축제'를 24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과 통합해 열리며 26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슬로건은 '상상, 일상이 되다: 달라진 일상, 다가온 미래'로 개막식에는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 홍원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정우성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부스에 전시한 가구 변형 로봇. 축소·확장만으로 의자에서 미니테이블, 대형 식탁, 보관함, 카트로 모양이 바뀐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부스를 차린 전시장에서 눈에 띈 것은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일상형 기술'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60주년을 맞아 '모듈형 로봇 가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구 변형 로봇은 축소·확장만으로 의자에서 미니테이블, 대형 식탁, 보관함, 카트로 모양이 바뀌는 좁은 공간 활용형 기술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에너지플러스 태양광 주택' 모형.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K-문샷 기술 전시관도 돋보인다. K-문샷 사업은 과기정통부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임무 중심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그 중 눈길을 잡은 건 지붕과 외벽, 차양과 마당까지 온갖 면을 태양전지 패널로 도배한 2층짜리 주택 모형이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의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을 가시화한 '에너지플러스 태양광 주택' 모형으로 한 채의 주택에 여러 종류의 태양전지를 용도별로 적용한 구조다.
발전 효율이 가장 안정적인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지붕과 마당 카포트(주차 공간 위 지붕) 등 메인 발전 면적에 자리잡고 가볍고 유연하게 휘어지는 구리인듐갈륨셀레나이드(CIGS) 박막 태양전지는 외벽과 햇볕을 가리는 차양 같은 곡면·수직 부위에 쓰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스에서 가상현실(VR) 화재 대피 체험을 직접 해봤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은 가상현실(VR) 화재 대피 체험시설을 마련했다. 가상 공간에 구현된 물류창고에서 화재 상황이 시작되면 연기로 시야가 차단된 가운데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 광선이 출구 방향으로 체험자를 안내했다. 짙은 연기 속에서도 시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바닥에 직접 방향을 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설연이 진행 중인 '물류시설 화재 안전성 및 위험도 관리 기술 개발' R&D 사업의 시제품 중 하나인 '스마트 피난지원 시스템'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부스에 마련된 인공지능(AI) 설진 체험 장치에 얼굴을 대고 있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한국한의학연구원(한의학연)은 인공지능(AI) 설진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설진은 혀를 살펴 건강 상태를 진찰하는 한의학의 진단 방식이다.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카메라가 들어 있는 장치에 얼굴을 대면 혀의 정면과 옆모습이 촬영되고 AI가 색깔·형태·설태를 분석해 건강 상태에 대한 참고용 결과를 출력한다. 한의학연은 의료인의 경험과 시각에 의존하던 진단 방식을 정량화·객관화하기 위해 2010년대부터 설진기를 개발해 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센터의 자동화 실험 장비가 부스에서 시연되고 있다. AI가 실험 계획을 짜면 로봇팔이 정해진 양의 액체를 옮겨 담고 세포를 키워 자라난 세포를 채취한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산학연 협력이 돋보인 전시를 준비했다. 생명연은 합성생물학연구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동화 실험 장비를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놨다. 사람이 직접 실험하던 생명과학 연구를 로봇과 AI에 맡겨 24시간 돌아가는 '바이오 제조 공장'을 구현했다.
AI가 실험 계획을 짜면 자동화 로봇이 정해진 양의 액체를 옮겨 담고 세포를 키워 자라난 세포를 채취한다. 부스를 지킨 생명연 관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24시간 가동되는 생물학 실험실을 목표로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재료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 부스에 전시한 항공엔진 모형.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한국재료연구원(재료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공동 부스를 차렸다. 부스 한가운데 자리한 항공엔진 모형이 시선을 끌었다. 항공엔진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계 설계만큼 소재 기술이 핵심이다. 연소실 열기를 직접 받는 고온부 부품에는 일반 금속이 아닌 '초합금'이 쓰인다. 재료연은 항공엔진 고온부 핵심 부품에 적용되는 초합금을 국산화한 시제품을 전시했다.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4월 11~12일 부산 벡스코, 17~1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 이어 24~26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4홀에서 진행되며 10월 16~18일 전북 전주대학교에서 마지막 일정이 이어진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구혁채 1차관은 환영사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과학문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