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 '묻지마식' 과징금 때리기 행태에서 벗어나야
2026.04.25 06:34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급식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부과한 2000억원대의 과징금 전액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당 지원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공정위의 처분 이후 4년이 훨씬 지나 나온 판결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과잉 행정으로 기업들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울고법 행정3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 4곳과 삼성웰스토리가 각각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급식 거래는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삼성웰스토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큰 부당한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21년 6월 삼성그룹이 계열사 급식 일감 몰아주기로 삼성웰스토리를 부당 지원했다며 삼성전자(1012억 2000만원), 삼성디스플레이(228억 6000만원), 삼성전기(105억 1000만원), 삼성SDI(43억 7000만원), 삼성웰스토리(959억 7000만원) 등에 총 2349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2013년 4월∼2021년 6월 사내급식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웰스토리에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쟁입찰로 급식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업장 내 식당을 분할해 여러 중소기업에 단체급식 위탁 물량을 나눠줘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과징금 부과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대형로펌을 선임해 치열한 경제적·법적 논리를 개발하는 등 총력전을 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기업들도 대응 방식은 비슷할 것이다.
공정위가 무리한 과징금 부과로 행정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의 부실한 처분으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은 6247억원으로 집계됐다.
법원이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취소한 액수는 4436억원, 공정위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직권취소로 처분을 감면해준 금액은 1389억원이다. 나머지는 돈을 돌려줄 때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이다.
환급가산금이나 소송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혈세를 낭비하는 부작용까지 생긴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공정위는 부과한 과징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
2024년 징수 결정액은 7351억원인 반면 수납액은 1696억원으로 23.1%의 수납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017년 수납률이 89.1%였는데 저조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정위는 과징금 처분이 행정 소송에서 취소되는 예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원인을 정밀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증거 입증의 어려움이나 과징금 산정에서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위반 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매출까지 과징금 대상에 포함했다가 법원에서 지적받는 일도 많다고 한다.
기업들이 담합이나 계열사 부당 지원 등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은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행정 처분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사 또는 심판 인력의 문제는 없는 지 점검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기 바란다. 일단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자는 식의 행정 처분으로는 법원의 엄격한 잣대를 충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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