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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는 노동법 상담하고, 사장은 자율점검하고… 노동부, AI 활용해 분쟁 줄인다

2026.04.25 07:00

■노동부, 내달부터 서비스 구축 착수
노동자들은 AI로 진정서까지 ‘원스톱’
상담분야도 31→38개로 확대할 예정
사장은 근로계약서·명세서 자체 진단
전체 위반 82%가 영세업체에서 발생
선의의 피해·불필요한 분쟁 축소 목표
현장 위험도 안내… “산재 줄어들 것”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권욱기자
#대기업 급식위탁업체에서 영양사고 근무하고 있는 김 모(25) 씨는 최근 몰려드는 업무에 휴게 시간도 없이 근무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휴가는 커녕 야근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노동청에 업체를 노동법 위반으로 신고하려 했지만 노동법을 잘 몰랐던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현장직이다보니 연장근무가 일상이지만 회사에서는 퇴근시간을 기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고, 만약 기입하더라도 점장 권한으로 퇴근시간을 수정할 수 있어 야근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간근무를 기준으로 일이 많으면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일을 하고 있지만 1시간 30분의 휴게시간을 부여받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와 같이 노동법을 잘 모르는 노동자들도 쉽게 사업주의 노동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고용노동부가 마련한다. 근로자가 인공지능(AI) 상담을 받은 뒤 진정서 작성·제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5일 노동부는 8억 800만 원을 투입해 ‘AI 노동법 상담 고도화’ 사업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복잡한 노동관계법령과 절차로 인해 임금 체불 등 부당 대우를 겪고도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못해 구제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청년·외국인·플랫폼 종사자 등 취약계층이 신속한 법률 조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권욱기자
현재 노동부는 AI 노동법 상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노동자가 처한 상황이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노동자가 위반 사항을 발견하더라도 진정서 작성이나 접수 절차까지 구체적으로 안내받지 못해 피해 상황만을 간단하게 적어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민원인 출석을 요구하는 등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즉시 상담을 제공하고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진정서 작성부터 접수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상담 종료 이후에는 노동포털의 진정서 접수 화면으로 바로 연동되도록 절차를 통합한다. 기존 31개였던 상담 분야도 직장 내 괴롭힘, 외국인 고용허가 등 최신 이슈를 반영해 38개로 확대한다.

밀려드는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근로감독관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은 노동자가 작성한 피해 상황을 28개 분야의 사건 처리 템플릿에 맞춰 자동으로 분류해 감독관에게 전달한다.

당근알바 등 민간 플랫폼과의 연계도 이뤄진다. 노동부는 개방형 API를 당근알바 등 구인·구직 플랫폼에 제공해 각 플랫폼 특성에 맞는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를 보급할 계획이다.

2515A15영세사업장 수정1
사장님은 AI로 노동법 위반 자체 진단
반대로 노동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의도치 않게 근로시간 위반이나 임금 체불 등으로 처벌을 받는 영세사업장을 위한 시스템도 개발된다. 노동부는 사업주가 스스로 법 준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영세사업장 자율점검 서비스’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해당 서비스는 영세사업주가 노동법을 몰라 위반하는 사례와 이로 인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 근로계약서·임금대장·임금명세서 등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다. 노동부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데이터베이스(DB) 설계에 들어가 11월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당초 2024년부터 추진이 검토됐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연되다 이재명 정부 2년 차인 올해 처음으로 예산이 반영되면서 본격화됐다.
노동부는 영세사업자를 위해 ‘노동법 위반 가능성 진단’의 정확도 향상에 주력할 예정이다.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전체 사업장 283만 곳 가운데 97%에 해당하는 275만 곳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장은 대기업과 달리 인사·노무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워 근로계약, 임금 산정, 근로시간 관리 등에서 법 위반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 노동관계법 위반 신고 사건도 영세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신고 사건은 41만 3116건으로 이 가운데 82.5%인 34만 983건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노동부는 영세사업자들에게 ‘단속’이 아닌 ‘예방’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자율점검 서비스를 행정처분 시스템과 분리된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사업주가 단속 우려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익명으로 접속할 수 있게 한다.
사업주가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 등을 업로드하면 AI가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제거한 뒤 법 위반 가능성을 진단한다. 이후 위반 유형별 표준 개선 권고안에 따라 수정·권고 사항을 PDF 형태로 정리해 제공한다.
최근 쿠팡이나 듀오 등으로 제기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원본 데이터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의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처리하고 개인정보가 제거된 비식별 데이터에 한해 법률 진단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원본 데이터는 분석이 끝나는 즉시 삭제된다.
산업재해 예방 기능도 들어간다. 사업주는 시스템을 통해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위험등급을 안내받을 수 있다.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안전 조치와 개선 방안이 자동으로 제시되고 유사 사고 영상, 점검 체크리스트, 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자료 등 맞춤형 예방 콘텐츠도 제공된다.
노동부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단속과 처벌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예방과 자율점검 중심의 노동행정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익명 기반의 자율점검 서비스를 통해 사업주가 스스로 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최근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향후 사용자성 여부와 관련한 기본적인 진단 기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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