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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의 본격 독립전쟁, '탈 엔비디아'가 시작됐다

2026.04.24 12:11

[중국AI미래지도] 미중 기술 블록 강화, 보이지 않는 전쟁의 서막
 스마토폰 앱스토어에 진열된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들.
ⓒ EPA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막으면 중국의 AI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는 착각입니다. 202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 중국에 엔비디아 H20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중국 AI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화웨이 어센드로의 전환을 앞당겼습니다. 봉쇄가 독립을 가속화했습니다.

스탠퍼드 HAI 2026 AI 인덱스가 이를 숫자로 증명합니다. 미·중 AI 모델 성능 격차는 2025년 초 31.6%에서 2026년 현재 2.7%로 급감했습니다. 미국이 중국보다 23배 더 많은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이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 발 더 나아가는 중입니다. 2026년 4월 2일 미국 참·하원 초당파 의원들이 MATCH법(Multilateral Alignment of Technology Controls on Hardware Act, 다자간 하드웨어 기술 통제 협력법)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EUV는 물론 DUV 침지식 광식기까지 전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전면 금지하게 됩니다. 네덜란드·일본·한국 등 동맹국에게 150일 안에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맞추도록 강제하고 미이행 시 외국직접제품규칙(FDPR)을 발동합니다.

물론 아직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공화·민주 양당이 모두 지지하고 있으며 국회 입법 형식으로 추진 중입니다. 업계는 2026년 8월 말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발의만으로도 이미 신호는 충분합니다. 이는 수출 규제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기술 블록의 공식 선언입니다.

1. 엔비디아 없는 AI — 딥시크 쇼크가 다시 시작된다

2026년 4월 딥시크(DeepSeek) V4가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이 모델이 처음으로 엔비디아 GPU 없이 화웨이 어센드 950PR 칩 위에서 구동된다는 사실입니다. 딥시크 엔지니어들은 수개월에 걸쳐 모델의 모든 코드를 CUDA에서 화웨이의 CANN(Computing Architecture for Neural Networks) 프레임워크로 전면 재작성했고 곧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딥시크는 V4에서 엔비디아 사전 접근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AI 업계에는 오랜 관행이 있습니다. 신규 대형 모델 출시 전 수개월 동안 칩 제조사에게 사전 접근권을 부여합니다. 칩 제조사가 자사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드라이버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엔비디아는 수십 년간 이 사전 협력 관계를 통해 AI 기업들과 깊이 얽혀 왔습니다. 모델이 출시되면 엔비디아 GPU에서 자연스럽게 최적으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딥시크는 V4에서 이 관행을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엔비디아에는 사전 접근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화웨이와 캄브리콘에 먼저 열어줬습니다. 이 선택은 세 가지를 동시에 의미합니다. 첫째, CUDA 없이도 CANN으로 충분히 작동한다는 기술적 독립 선언입니다. 둘째, V4가 태생적으로 CANN 생태계의 모델이 되는 순간입니다. 수많은 중국 개발자들이 딥시크를 기반으로 앱을 만들 때 화웨이 어센드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됩니다. 셋째, 정치적 선택입니다. 중국의 유력 미디어 티미디아(钛媒体)는 딥시크를 "시장화 기업이 아닌 국가 사명형 기업"으로 규정했습니다. 엔비디아 접근권 거부는 순수한 기술 결정이 아닌 미국 칩 공급망으로부터의 의도적 격리입니다.

4월의 반란은 딥시크만이 아닙니다. 중국 4대 빅테크가 연합군으로 움직였습니다. 바이트댄스의 2026년 화웨이 어센드 칩 선주문 총액은 400억 위안(한화 약 8조 7,6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5년 거의 제로였던 숫자가 단 1년 만에 바뀐 것입니다. 알리바바는 어센드 950PR을 15만 개 주문했습니다. 바이트댄스 25만 개와 합산하면 40만 개로 화웨이 2026년 전체 출하 계획(75만 개)의 절반이 넘습니다. 두 회사 합산 주문 금액만 475억 위안(한화 약 10조 4,025억 원)입니다. 텐센트는 6~7만 개, 바이두는 3만 개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화웨이 어센드 950PR는 이에 성능으로 화답합니다. 엔비디아 H20 대비 2.87배 추론 성능, 자체 개발 HBM(HiBL 1.0) 112GB 탑재, H20 대비 1/3 수준의 가격, 단일 토큰 비용 70% 절감. 가격 경쟁력과 성능이 동시에 임계점을 넘은 것입니다. 봉쇄가 오히려 독립을 앞당겼습니다. 중국 AI의 본격적인 독립 전쟁, 탈 엔비디아 러시가 시작됩니다.

2. MATCH법이 설계하는 세계 — 블록과 블록 사이

미국이 추진 중인 MATCH법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 제조 장비 금수입니다. EUV뿐만 아니라 DUV 침지식 광식기, 저온 식각 장비, 박막증착 장비, 고급 계측 장비 전부가 금지 대상입니다. 중국이 7nm 이상 성숙 공정에서 활용하던 마지막 루트까지 차단합니다.

둘째, 유지보수 전면 금지입니다. 이미 중국에 판매된 장비의 설치·수리·부품·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까지 전면 차단합니다. 광식기와 식각기는 지속적인 원제조사 유지 보수 없이는 정밀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새 장비를 못 사게 하는 것을 넘어 기존 장비도 서서히 무력화하는 전략입니다.

셋째, 동맹국 강제 동조입니다. 네덜란드·일본·한국이 150일 안에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FDPR이 발동됩니다. 선택이 아닙니다. 동참하거나 제재받거나입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즉각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일부 의원들이 근래 이어온 대중 반도체 정책의 실패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관영 과기일보(科技日报)는 "수출 규제로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으려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미국 CSIS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는 중국 칩 발전 제한에서 진전이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중국 국산 장비와 제품 적용을 가속화했다"고 맞받았습니다.

산업계 반응은 더 흥미롭습니다. 중국 자본 시장에서 MATCH법 발의 직후 국산 반도체 장비주가 급등했습니다. 캄브리콘이 6% 이상, 중웨이(中微)·베이팡화창(北方华创) 등 장비 기업들이 일제히 올랐습니다. 시장은 MATCH법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읽은 것입니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이제 국산 장비 채택은 선택지가 아닌 필수 답안이 됐다는 논리입니다.

중국의 반격 카드도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2025년 10월 희토류 수출 관리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AI 칩 생산에 필수적인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가 포함됩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 가공의 85%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조치는 중미 협상 결과로 2026년 11월까지 잠정 유예 중이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언제든 발동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반도체 장비로 중국을 봉쇄하면 희토류로 반격한다. 이것이 중국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맞봉쇄의 논리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수출 규제 강화가 아니라 미국 반도체 정책이 "기술 우위 유지"에서 "기술 격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역사적 분기점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 전환에 맞서 이미 자기 집을 짓고 있습니다. 상하이마이크로전자(SMEE)의 28nm DUV 광식기는 양산율 95%를 돌파했고 해외 동급 대비 비용이 40% 낮습니다. 캄브리콘 50만 개, 화웨이 어센드 75만 개. 합산 125만 개의 국산 AI 칩이 2026년 중국 시장을 채웁니다.

봉쇄가 강해질수록 중국의 자립 속도도 빨라집니다. 미국이 문을 잠글수록 중국은 자신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며 이제 두 개의 세계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CUDA 생태계와 CANN 생태계. 그리고 그 경계선 위에 한국이 서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3. 한국 반도체 여전히 낙관적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엔비디아향 HBM3E 시장 점유율 71%로 사실상 독주했습니다. 2026년 HBM 매출 전망치는 41조 2,000억 원입니다. 삼성전자도 2026년 2월부터 엔비디아향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습니다.

GTC 2026에서 젠슨 황이 직접 삼성 부스를 방문해 HBM4에 친필 서명을 남겼습니다. 삼성전자 2026년 HBM 매출은 24조 원으로 전년 대비 189% 성장이 예상됩니다.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생태계에 올라탄 것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확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기업은 어떤 미래를 맞게 될까요.

화웨이 어센드 950PR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HiBL 1.0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한국 기업의 HBM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HBM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AI 컴퓨팅이 두 개의 생태계로 갈라질 때 한국 메모리는 한쪽 기차에만 탈 수 있습니다.

MATCH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시안 NAND 팹(전체 NAND의 약 40%)과 SK하이닉스 우시 DRAM 팹(전체 DRAM의 30% 이상)이 직접 타격을 받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삼성·SK하이닉스의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취소하고 장비 반입을 건당 허가 신청으로 전환했습니다. 중국 팹 투자를 확대할 수도 없고 현상을 유지하기도 점점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화웨이 생태계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엔비디아 생태계는 현재 최대 수익원이지만 MATCH법으로 중국 팹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화웨이 생태계는 수출 규제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고 화웨이는 이미 자체 HBM으로 독립했습니다. 중국 팹은 미국 압박으로 투자 확대가 불가능하고 현상 유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지금은 낙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가 두 개의 생태계로 완전히 갈라지는 순간 부품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두 생태계 중 어느 쪽에도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역설이 현실이 됩니다.

4. 엔비디아 없는 AI 시대, 우리에게 기회인가 위기인가

역설적이지만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두 생태계가 갈라질수록 양쪽 모두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CUDA 생태계도, CANN 생태계도 HBM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화웨이가 HiBL 1.0을 자체 개발했지만 그 기술 수준은 아직 한국 기업에 미치지 못합니다. 엔비디아도 화웨이도 한국 메모리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이 한국의 유일한 협상 카드입니다. 그런데 이 카드를 언제 어떻게 어느 테이블에 내놓을 것인가. 지금 이 전략은 쉽지 않습니다.

탈엔비디아 HBM 시장은 2025년 35%에서 2026년 45%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브로드컴·구글·AMD가 자체 AI 칩(ASIC)을 만들면서 엔비디아를 거치지 않고 한국 메모리를 직접 사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손님이 한 명에서 여러 명으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 새로운 손님들을 공략하며 엔비디아 한 곳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지금 한국은 손님이 원하는 부품을 잘 만들어 납품하는 공급자입니다. 손님이 바뀌어도 공급자 신세는 바뀌지 않습니다. 이제 진짜 숙제는 한국이 반도체 기술이라는 협상 카드를 들고 미국 블록과 중국 블록 양쪽 테이블에 동시에 앉을 수 있는지, 부품을 납품하는 나라에서 게임의 규칙을 함께 정하는 나라로 올라설 수 있는지입니다.

딥시크가 화웨이에 먼저 문을 열었을 때 그것은 칩 선택이 아니닌 진영 선택이었습니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가 대규모 화웨이 칩을 주문한 것은 구매 결정이 아닌 국가 전략의 반영입니다. MATCH법이 동맹국에 150일을 통보했을 때 그것은 규제가 아닌 진영 선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이미 기술 블록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반도체가 올라탈 노선을 결정해야 할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니면 두 기차 모두와 협상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직접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포성이 없을 뿐 전쟁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전문가로 <중국경제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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