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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로봇 하나, 열 자식 안 부러울 것… 피지컬 AI가 한국의 기회”

2026.04.25 00:33

[아무튼, 주말]
[이옥진 기자의 진심]
‘세계 100대 AI 인재’ 유일한 한국인
권인소 KIST 피지컬AI연구단장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피지컬AI연구단장이 AI 휴머노이드 로봇 ‘케이팩스(KAPEX)’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미션은 케이팩스의 지능을 고도화하고, 범용으로 확장 가능한 로봇 지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컴퓨터 비전(영상 인식)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그는 인식형 AI, 에이전트형 AI, 피지컬 AI 순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왔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발을 정리하고 개를 산책시키는 로봇 개, 인간 마라토너의 기록을 넘어선 로봇 마라토너…. 인간의 지시를 이해하고 주변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행동하는 로봇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피지컬 AI의 ‘챗GPT 순간’이 도래했다”고 선언한 이유다.

인공지능(AI)은 화면 속 텍스트를 넘어 현실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각국이 기술 패권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지난해 UNIDO(유엔산업개발기구) 중국투자진흥사무소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AI 인재’ 명단은 우리 과학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은 단 한 명, 권인소(68)뿐이었다. 국내 1세대 로봇공학자인 그는 로보틱스·컴퓨터비전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해왔다. 그의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AI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관련 논문은 세계적으로 3만6000회 이상 인용됐다.

1992년 카이스트에 부임해 제자 200여 명을 길러낸 그는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년을 넘긴 나이에 피지컬AI연구단장(국가특임연구원)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상록 KIST 원장은 그의 영입을 두고 “축구단 운영을 위해 스타 감독을 영입한 것과 같다”고 했다.

이달 초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AI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며 고사했다. 세계적 석학의 겸양이었다. 거듭된 설득 끝에 겨우 허락을 받았다. 서울 성북구 KIST에 있는 권 단장의 개인 연구실은 4평 남짓. “명성에 비해 좁다”는 말에, “저보다 다른 연구원들이 편하게 연구하는 게 좋다”고 했다. 로봇 이야기가 나오자 노(老)학자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내년 설쯤에는 TV예능에 로봇을 출연시켜 인간 요리사와 요리 대결을 시키고 싶습니다. 얼마나 재밌겠습니까?” 세계 AI 경쟁을 말할 때는 태도가 달라졌다. 차분하고 단호했다. 지금의 기술 격전이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AI 3강’에 만족할 게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봅니다.”


-KIST를 선택했습니다.

“(오상록) 원장이 ‘무조건 와서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KIST에서 개발 중인 AI 휴머노이드 ‘케이팩스(KAPEX)’의 브레인을 만들기 위해 왔습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하드웨어가 매우 훌륭해요. 휴머노이드의 미래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가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

-피지컬AI연구단장으로서의 미션이 무엇인가요.

“피지컬 AI의 ‘챗GPT 순간’을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를 두고 세계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로봇이 학습과 추론, 예측을 할 수 있는 지능을 갖게 되면 인간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목표는 케이팩스에 탑재할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고, 더 나아가 범용으로 확장 가능한 로봇 지능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현재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이 치열합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예요. 로봇 지능의 표준을 우리나라가 선점하도록 하는 게 제 미션입니다.”

-취임 일성이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겠다’였죠.

“휴머노이드가 가정에서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1가구 1로봇’ 시대가 오면 국민이 체감하시겠죠? 로봇이 하기 가장 어려운 게 가사 노동입니다. 저는 지금 인간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잘 키운 로봇 하나, 열 자식 안 부럽다’는 말이 곧 실감 나게 될 겁니다. 지금 목표는 케이팩스를 요리 예능에 출연시켜 인간 요리사와 대결을 시켜보는 거예요.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11월 케이팩스(KAPEX)가 과일 모형을 집는 등 시연을 하는 모습. /뉴스1

권 단장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연구 성과”라며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초록색 액체를 만들라’는 문구를 읽은 로봇이 여러 용액 중 파랑과 노랑을 골라 섞는 내용이었다. “지금 대부분의 피지컬 AI는 물건을 집어 옮기는 수준입니다. 우리는 그보다 한 단계 위를 봅니다. (영상에서) 로봇이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방법을 추론해 계획을 세운 뒤 행동합니다. 핵심은 현실 환경을 해석하고, 다음 상태와 행동을 자율적으로 설계해 제어 신호까지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아기가 원리를 깨닫고 행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다음 단계가 요리인가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냉장고 재료로 샐러드를 만들어 줘’라고 했을 때, 로봇이 재료를 꺼내 손질하고, 취향까지 반영해 소스를 선택하는 수준입니다. ‘소스는 뭘로 해드릴까요? 주인님은 오리엔탈 소스 좋아하시죠?’ 하며 착착 뿌린 뒤에 ‘맛있게 드세요’ 하는 거죠. 로봇이 레시피를 이해하고 행동 계획을 짜는 건 지금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계획을 실제 물리적 행동으로 완벽히 구현하는 건 아직 어려운 문제예요. 중국 유니트리 같은 회사는 인해전술로 연구자 수천 명을 투입해서 실험을 반복해 데이터셋을 계속 쌓고 있습니다. 저는 그 노하우가 무서운 겁니다.”


작년 7월 발표된 ‘글로벌 100대 AI 인재’는 2015~2024년 발표된 AI 분야 주요 논문 9만6000여 편과 이를 작성한 연구자 20만여 명을 대상으로 평가해 선정됐다. 100명 중 중국인이 57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피지컬 AI에서 중국이 위협적입니다.

“데이터가 쌓이는 속도가 차원이 다릅니다. 중국의 피지컬 AI가 전 세계 로봇 시장의 표준 플랫폼이 되는 순간, 이 게임에서 이기기는 어려워집니다.”

-우리나라 AI 기술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시나요.

“일부 논문 지표 등에서 봤을 때 ‘3강 진입’이 허황된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3강’이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중요한 건 특정 분야에서 1등을 선점하는 겁니다. 피지컬 AI는 우리가 앞서갈 기회가 있습니다. 피지컬 AI를 위한 데이터 생태계에서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메모리로 국부를 만들었듯,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국부를 창출할 겁니다. 여기에 반도체 메모리 경쟁력도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데이터 생태계를 강조하시네요.

“현실은 불규칙하고 다이내믹한 이벤트의 연속이죠. 피지컬 AI는 현실 데이터를 학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희망적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가 ‘고품질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로봇이 인간의 복잡한 가사 노동을 배우려면 단순히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이 아닌, 숙련된 인간의 질 높은 동작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만큼 손을 잘 쓰는 민족이 있나요? 손기술이 뛰어나고, 교육 수준이 높고, 여성·고령층의 잠재력도 큽니다. 우리가 먼저 고품질 데이터 생태계를 설계하고 표준화하면, 전 세계 데이터와 인재가 한국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기업·대학·연구기관이 협력할 수 있도록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연구는 자율성이 생명입니다. 2024년 개인정보 자동 보호가 가능한 지능형 CCTV 시스템을 개발할 때 갑자기 정부에서 예산이 80% 삭감됐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이러면 못 한다’고 항의하니 ‘교수님처럼 상징적인 분이 그만두시면 안 된다. 20%만 갖고 하시라’고 하더군요. 이런 식이면 창의적 연구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연구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신뢰와 일관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2015년 세계 재난 로봇 경진대회 '다르파(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활약하는 휴머노이드 'DRC-휴보'의 모습. 휴보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권인소 단장(당시 카이스트 교수)은 휴보의 '눈'을 맡아, 휴보의 사물 인식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카이스트

-우리도 한때 로봇 강국으로 꼽혔는데 왜 미·중과 기술 격차가 벌어진 걸까요?

“결국 인재의 문제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 최고 인재들이 다 모이는 곳이니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은 자녀가 기술 창업으로 성공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죠. 우리는 어떤가요. 안타깝게도 지난 20년간 최상위 학생들이 의대로 쏠렸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격차입니다.”

권 단장은 “젊은 인재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AI 분야에 도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해외와 비교해 보면 제일 차이가 많이 나는 게 보상입니다. 애국심만으로 인재를 붙잡기 어렵습니다. 저는 요즘 SK하이닉스의 과감한 성과 보상 정책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공학을 해도 인정받고 보상받는다는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동시에, AI 모델 개발자·데이터 연구자·엔지니어가 균형 있게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피지컬 AI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까요?

“제가 꿈꾸는 건 ‘제로 액시던트(무사고)’ 사회입니다. 교통사고로 단 한 사람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건설 현장에서 단 한 번의 재난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 세상 말이죠. 인간이 하기에 위험하거나 기피하는 일을 로봇이 맡게 될 겁니다. 궁극적으로 초인공지능(ASI)이 필요합니다. 시각 영역만 봤을 때, 인간은 두 눈으로만 상황을 파악하지만, 피지컬 ASI는 수십 개의 센서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로봇들이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죠.”

-디스토피아 우려도 있습니다.

“자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로봇도 말을 안 듣고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겠죠. 안전 문제, 개인 정보 침해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기능이 예상된다고 해서 거스를 수 있는 흐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동반하는 난제들은 사회적 합의라는 토대 위에서 하나씩 풀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봅니다.”

권인소 단장이 2008년 카이스트 교수 시절 제작한 자율주행카트에 탑승한 모습. /권인소 단장 제공


권 단장은 경북 안동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아이가 일찍 세상을 떠날까 염려해 출생신고를 미뤘다. 권 단장은 서류상 1958년생이지만 자신의 정확한 생년월일은 모른다. 등록금을 제때 내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던 집 막내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은 공부였다. 1977년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그는 “취직이 잘될 것 같아” 기계공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첫 직장이었던 한국기계연구소에서 로봇을 접했고, ‘로봇은 미 카네기멜런대가 최고’란 말에 국비 유학을 떠났다.

-로봇을 배우러 유학을 갔군요.

“1984년 9월 로보틱스 권위자인 가나데 다케오 교수를 찾아갔는데, 3개월 만에 로봇 제어 솔루션을 만들어 오면 제자로 받아주겠다고 하더군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매일 연구실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12월의 어느 날 밤, 가나데 교수가 연구실 불이 켜진 걸 보고 들어왔어요. ‘데모(시연)’를 보여 드리니 ‘오케이, 유 아 마이 스튜던트’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서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집에 돌아오는데, 아직도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평생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사고가 났어요. 고가의 칩셋 보드에 불이 났는데, 제가 만든 코드의 오류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고 연구실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매일 연구실에 남아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가나데 교수가 ‘AI 연구실이 있는데 가겠느냐’고 물었고, 저는 ‘기회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다’고 했습니다.”

-드라마 같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기계공학 연구하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하려 했지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고,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실패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알아요. 가나데 교수가 제게 기회를 줬듯이, 저도 제자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권인소 단장은 책을 펼치고 ‘오늘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이날 찾은 문구는 ‘불치하문(不恥下問)’. “AI 기술 변화가 워낙 빨라 스승도 모든 것을 앞서 알고 가르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에게 배우고, 동기를 부여받는 시대지요." 그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내 스승이다"란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그의 제자 200여 명은 국내외 대학과 구글·테슬라·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AI 연구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자들은 3년 전부터 다 함께 모이는 워크숍을 여는데, 작년 말 워크숍에는 제자의 제자들까지 모였다. 이들은 권 단장에 대해 “세계 수준에서 경쟁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알려주셨다”(카이스트 오태현 교수) “제자들이 세상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를 하는 리더형 연구자로 성장하길 바랐다”(세종대 최유경 교수) “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라고 하셨다”(연세대 전해곤 교수)고 회고했다.

-제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르게 조언합니다. 동기 부여가 필요한 친구에겐 가슴 뛰는 이야기를 해주고, 형편이 어려운 친구와는 현실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우울증을 앓는 친구들도 간혹 있는데, 항상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더 똑똑한 애들을 보거나 실패를 겪으면 좌절하거든요. 그럼 불러다가 보이차를 내어주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권 단장은 자신의 연구 철학 네 가지를 소개했다. ‘실패는 다시 도전’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에서 배우라’ ‘항상 꿈꾸라’ ‘절제로 실천하라’. ‘실패론’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를 묻자 어릴 적 경험을 들려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반 대표로 웅변 대회에 나갔습니다. 이솝 우화 속 ‘고기를 문 개’ 이야기를 발표하려 단상에 올랐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겨우 내뱉은 건 ‘멍멍’ 하는 개 짖는 소리뿐이었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 앞에 설 일이 생기면 늘 100번 이상 연습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지금의 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미래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스스로 포기하기 전까지는 진짜 실패가 아니란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당나라 시인 유장경의 시에 ‘細雨濕衣看不見(세우습의간불견)’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데,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죠. 사람들은 인정받지 못하면 실망하고 포기합니다. 하지만 가랑비가 오면 옷은 반드시 젖습니다. 노력도 마찬가지예요. 당장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성과는 소리 없이 쌓여서 어느 순간 저절로 드러납니다. 지금 당장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그 공덕은 쌓이고 쌓여서 세상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

권 단장은 2023년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아들로부터 골수 이식을 받는 등 투병했다. 병원에 있던 기간은 그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남은 삶의 목표를 새로 정했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곁에 있는 이들을 행복하게 하며, 자신의 역량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투병을 하셨군요.

“운이 좋아 치료가 잘됐습니다. 저는 모든 일에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원했을 때 병실이 11118호였어요. 병마를 극복할 비결을 여기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1만 보 걷기, 밤 10시(10:00) 취침, 스쿼트 100회, 10초간 심호흡, 그리고 선행 8가지. 지금도 열심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금 꿈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 제가 보탬이 되고 싶어요. 아내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내 꿈은 간단해. 당신이 웃기만 하면 돼.’ 연구자로서는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좀 더 낫게, 행복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피지컬(Physical) AI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직접 행동까지 수행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 ‘몸’을 통해 작동한다. 권인소 단장은 “쉽게 말해 지능형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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