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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인사이트 133회] 방치하면 함몰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증상과 치료법

2026.04.24 22:20

□ 방송일시 : 2026년 4월 24일 (금) 저녁 10시 20분
□ 담당 PD : 이시우
□ 담당 작가 : 김배정, 김현정
□ 출연자 : 박진성 (천안서울우리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 방송 채널
IPTV - GENIE TV 159번 / BTV 243번 / LG유플러스 145번
스카이라이프 90번
케이블 - 딜라이브 138번 / 현대HCN 341번 / LG헬로비전 137번 / BTV케이블 152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박진성: 안녕하세요. 정형외과 전문의 박진성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30대부터 50대 남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고관절 질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증상과 치료법입니다.

◇박상훈: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사타구니와 허벅지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고관절 질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고관절 뼈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 조직이 서서히 죽어가는 질환인데, 과도한 음주와 스테로이드 사용, 그리고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증상이 있으나 X-ray로는 진단이 어려워 MRI 검사를 진행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데,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증상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란?>
◆박진성: 우리는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걷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동작에 사용되는 관절이 있는데요. 바로 엉덩이 관절이라고 하는 고관절을 사용하게 됩니다. 고관절은 우리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바닥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기가 힘들어지고 사타구니 쪽에 원인 모를 찌릿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운동을 너무 무리해서 했나 혹은 허리가 좀 안 좋은가 하고 파스를 붙이며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증상은 자칫하면 우리 몸의 주춧돌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무서운 경고등일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뼈가 썩어 들어가는 병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병명이 조금 길고 어렵게 느껴지실 겁니다. 대퇴골두는 허벅지 뼈의 가장 위쪽 골반과 맞닿아 있는 둥근 공 모양의 머리 부분을 말합니다. 무혈성이라는 것은 이곳에 피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고요. 괴사는 영양 공급이 끊겨 조직이 죽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종합하면 고관절 뼈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뼈가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의 수많은 관절 중에서 왜 하필 고관절에 그것도 뼈가 썩는 병이 생기는 걸까요? 이유는 고관절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습니다. 대퇴골두로 가는 혈관은 다른 장기들처럼 그물망처럼 풍부하지 않습니다. 아주 가느다란 혈관 몇 가닥에 혈액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죠. 그래서 이 미세한 혈관 중 하나라도 막히거나 손상되면 곧바로 뼈 조직이 굶어 죽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에 비해 이 질환의 발병률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매년 1만 명에서 1만 4천 명 정도의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아주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관절염 관절 질환 하면 연세가 지긋하신 어른들을 떠올리시죠. 하지만 이 병은 다릅니다. 30대에서 50대 사이에 가장 활동적인 연령층,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합니다. 한창 직장 생활을 하고 가정을 책임질 시기에 이 병이 찾아오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분들의 충격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30대에서 50대 남성 환자가 많은 이유?>
◆박진성: 자, 그렇다면 왜 30에서 50대 남성 환자가 유독 많은 걸까요? 대체 무엇이 젊고 튼튼한 뼈의 혈관을 막아버린 걸까요? 그 원인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첫 번째 원인은 바로 과도한 음주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잦은 회식과 술자리를 피하기 어렵죠. 알코올이 체내에 과하게 들어오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집니다.이 기름진 찌꺼기들이 가뜩이나 좁은 대퇴골두의 미세혈관을 꽉 막아버리는 겁니다. 술이 간이나 위장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관절 뼈까지 썩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 원인은 스테로이드의 남용입니다. 스테로이드가 무엇이냐면 염증이 심하게 생겼을 때 단숨에 불을 꺼주는 특급 소방수 같은 약입니다. 심한 피부 질환이나 천식,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서 염증과 통증을 마법처럼 가라앉혀 주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아주 고마운 약이죠.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훌륭한 약이지만 오래 사용하면 혈관 내에 지방을 쌓이게 만들어 혈액 순환을 방해합니다. 이 경우는 나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발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원인은 외상입니다.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이 빠지는 순간 주변에 미세혈관들이 함께 끊어지게 됩니다. 당장 뼈는 잘 붙여 놓았더라도 혈류가 차단된 후유증으로 시간이 꽤 흐른 뒤에 대퇴골두 괴사가 찾아오는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이처럼 음주, 약물, 외상이 가장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초기 증상>
◆박진성: 이렇게 무서운 병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최선일 텐데요. 초기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초기에는 X-ray를 찍어도 잘 나타나지 않고 증상도 허리 디스크나 단순 근육통과 비슷해 오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특징적인 신호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걸을 때, 혹은 땅에 발을 디딜 때, 사타구니 쪽에 예리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집에서 간단하게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닥에 앉아 양반다리를 한번 해보십시오. 평소에는 잘 되던 양반다리가 어느 순간부터 한쪽 다리만 굽혀지지 않거나 억지로 벌리려고 할 때 사타구니에 찢어질 듯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미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으셔야 합니다. 자, 양반다리를 할 때 아프거나 걸을 때 통증이 있어서 병원에 가시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요? 네, 기본적으로 X-ray 사진을 찍습니다. 여기서 정말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방송을 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사타구니가 아파서 동네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네요. 단순 근육통이나 인대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라고 하십니다. 환자분은 안심하고 약 먹고 물리치료만 받으시죠. 그런데 1주 2주가 지나도 통증이 낫지를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초기 즉, 1기에는 뼈 내부에 피가 안 통해서 이미 골수가 썩어가고 있어도 X-ray 상으로는 아주 깨끗한 정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뼈의 겉모양은 무너지지 않고 둥근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검사가 바로 MRI, 즉 자기공명영상 검사입니다. 화면을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첫 번째 X-ray에서는 멀쩡해 보였던 고관절이 두 번째 MRI 사진에서는 어떻습니까? 까맣게 죽어가고 있는 뼈의 내부 염증과 괴사 부위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MRI는 뼈의 겉모양뿐만 아니라 뼈 내부의 상태 즉, 혈류가 차단되어 생기는 아주 미세한 초기 변화를 오차 없이 잡아냅니다. 병을 조기에 발견해서 내 관절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열쇠 그것이 바로 MRI 검사입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환자 사례>
◆박진성: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로 제가 진료실에서 마주했던 환자분의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50대 초반의 남성 환자분이셨습니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부터 왼쪽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셨고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왼쪽 사타구니에 통증이 있었는데 침도 맞고 진통제도 먹어봤지만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서 결국 걷기조차 힘든 상태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다. 문진을 해보니 직업 특성상 수십 년간 일주일에 4~5번씩 과음을 하시는 만성적인 음주 습관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X-ray 검사부터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왼쪽 대퇴골두가 원래의 동그란 모양을 완전히 상실하고 이미 폭삭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이른바 함몰이 발생한 겁니다. 정확한 괴사 범위와 뼈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즉시 MRI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대퇴골두 내부에 광범위하게 까만 괴사 소견이 보였고, 이미 뼈가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였습니다. 병의 진행 단계로 치면 3기 후반에서 4기로 넘어가는 매우 심각한 단계였습니다. 이런 경우 환자분의 원래 관절을 살릴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불가능합니다. 내 관절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이미 놓쳐버린 겁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설명해 드리고, 유일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치료법인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결정했습니다. 썩어서 찌그러진 대퇴골두를 미련 없이 제거하고 그 자리에 튼튼한 세라믹 재질의 인공 관절을 새로 넣어 주었습니다. 수술 후부터 환자분을 그토록 괴롭히던 사타구니의 찌릿한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며칠 뒤 보행기를 잡고 걷는 연습을 시작하셨고, 지금은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하셔서 아주 편안하게 걷고 계십니다. 이 환자분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잦은 음주는 뼈를 썩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통증을 참고 방치하다가는 내 관절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으로 인한 환자 사례>
◆박진성: 이번에는 조금 다른 하지만 진료실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하게 되는 두 번째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으로 인한 50대 여성 환자분의 케이스입니다. 이 환자분은 수년간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계셨습니다. 질환의 특성상 면역 반응과 염증을 조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복용해 오셨죠. 어느 날부터 왼쪽 고관절에 뻐근한 증상이 느껴졌지만 원래 앓고 있던 자가면역 질환 때문에 아픈 것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다리를 절뚝거리며 제 진료실을 찾으셨습니다. 먼저 X-ray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다행히 앞선 남성 환자분처럼 뼈가 폭삭 주저앉은 함몰 소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X-ray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안심할 수 없는 소견이 관찰되었습니다. 뼈 안에 마치 텅 빈 물혹처럼 구멍이 파이는 골낭종 소견이 군데군데 보인 것입니다. 이것은 뼈의 겉모양은 유지되고 있지만 속은 이미 영양 공급이 끊겨 지푸라기처럼 약해져 가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정확한 뼈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즉시 MRI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X-ray에서는 겉모양이 멀쩡해 보였지만 MRI 영상으로 확인된 대퇴골두 내부는 이미 괴사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과장님 겉모양이 아직 안 무너졌으니 뼈에 구멍을 뚫는 감압술로 제 관절을 살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환자분도 간절하게 물어보셨지만 제 대답은 '아닙니다.'였습니다. 괴사의 범위가 너무 넓고 이미 뼈 안쪽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구조가 무너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내 관절을 살리려 시도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분의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뼈가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 불 보듯 뻔했습니다. 결국 환자분과 수술의 득실을 충분히 상의한 끝에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결정했습니다. 이미 속이 비어버린 대퇴골두를 안전하게 제거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인공 관절로 교체해 드렸습니다. 이 두 번째 사례가 시청자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술을 마시는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만약 피부 질환, 류마티스, 자가면역 질환 등으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장기간 받고 계신 분이라면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고관절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외상으로 인한 환자 사례>
◆박진성: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일으키는 마지막 세 번째 주요 원인, 바로 외상으로 인한 케이스를 하나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61세 남성 환자분이셨습니다. 어느 날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오토바이와 함께 크게 넘어지셨습니다. 응급실로 실려오셨을 때 확인해 보니 왼쪽 고관절, 정확히는 대퇴골의 목 부분에 해당하는 대퇴경부가 완전히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응급 수술을 통해 부러진 뼈를 원래 자리로 반듯하게 맞춘 뒤에 특수한 나사못 여러 개를 이용해 뼈를 아주 단단하게 고정해 주었습니다.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몇 달 뒤 X-ray를 찍어보니 부러졌던 뼈도 아주 예쁘게 잘 붙었죠. 환자분도 일상으로 복귀하셨습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약 1년 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 발생했습니다. 잘 걸어 다니시던 환자분이 다시 왼쪽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절뚝거리며 병원을 찾으신 겁니다. 검사를 해보니 부러졌던 대퇴경부 뼈는 여전히 잘 붙어 있었지만, 그 위에 있는 동그란 대퇴골두가 새카맣게 썩어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수술이 잘못된 걸까요? 아닙니다.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뼈가 딱 하고 부러지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대퇴골두로 피를 공급하던 가느다란 미세혈관들이 뼈와 함께 찢어지고 끊어져 버린 것입니다. 뼈는 나사못의 힘으로 어떻게든 붙었지만 피를 공급받지 못한 뼈의 머리 부분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서히 굶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죠. 저는 환자분께 상황을 차분히 설명해 드린 뒤 예전에 박아두었던 나사못들을 모두 제거하고 썩은 뼈를 잘라낸 뒤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시행했습니다. 이 세 번째 케이스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낙상이나 교통사고로 고관절 주변 뼈가 부러진 적이 있다면 '뼈가 다 붙었다고 끝이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수술 후 1~2년이 지난 뒤에도 혈류 차단으로 인한 무혈성 괴사가 소리 없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큰 외상을 겪으신 분들은 통증이 없더라도 정형외과 전문의와 함께 정기적으로 장기적인 추적 관찰을 하시는 것이 내 관절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치료법>
◆박진성: 그렇다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뼈가 썩어간다고 하니 덜컥 수술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실 겁니다. 물론 비수술적 치료 방법도 있습니다. 병의 진행 단계를 보통 1기에서 4기로 나누는데, 뼈가 아직 함몰되지 않은 극초기인 1기나 2기 초반에는 보존적 치료를 시도합니다. 진통소염제로 통증을 조절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절에 체중이 실리지 않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냉정하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한 번 괴사가 시작되어 썩어버린 뼈는 약을 먹거나 물리 치료를 한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비수술적 치료는 통증을 관리하며 수술 시기를 조율하는 목적이 큽니다. 환자분들이 제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과장님 저 이제 무조건 인공 관절 수술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특히 30대, 40대처럼 비교적 젊고 활동적인 환자분들이라면 정형외과 의사들은 어떻게든 환자분 본인의 진짜 관절을 살려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바로 인공 관절로 가지 않고 관절 보존술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감압술과 골 이식술입니다. 첫 번째 감압술, 정확히는 다발성 청공술입니다. 이름 그대로 뼈에 구멍을 뚫는 수술입니다. 허벅지 뼈 바깥쪽에서 썩어가고 있는 대퇴골두 안쪽을 향해 작은 드릴로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줍니다. 왜 멀쩡한 뼈에 구멍을 뚫을까요? 혈관이 막혀 뼈 안에 피가 고이면 내부 압력이 꽉 차오르면서 엄청난 통증을 유발합니다. 이 압력을 바깥으로 빼주는, 즉 감압을 시켜 통증을 확 줄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구멍을 뚫어 놓은 그 길을 따라서 우리 몸에 새로운 혈관들이 자라 들어가 죽어가던 뼈에 다시 피를 공급하고 뼈를 살려내기를 기대하는 수술입니다. 두 번째 골 이식술입니다. 뼈가 이미 어느 정도 약해져서 감압술용 구멍만 뚫어 놓으면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을 위험이 있을 때 시행합니다. 괴사되어 썩은 뼈 조직을 깨끗하게 파내고 그 빈 공간에 환자 본인의 건강한 뼈나 기증받은 뼈를 꽉 채워 넣어주는 수술입니다.그렇다면 이 수술들의 결과는 어떨까요? 마법처럼 원래 관절로 100% 돌아갈까요? 솔직한 의사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괴사된 부위의 크기가 작고 아주 초기에 수술이 잘 되었다면 결과가 좋아서 평생 자기 관절을 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괴사 부위가 너무 넓거나 새 뼈가 자라나서 단단해지는 속도보다 환자분의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뼈가 무너져 내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면 결국 관절이 함몰되어 2차적으로 인공 관절 수술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이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 몇 년 혹은 십수 년이라도 내 진짜 관절의 수명을 연장시켜서 비교적 젊은 환자분들이 인공 관절 수술을 받는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뤄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만큼 내 몸에 본래 관절이 가진 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이란?>
◆박진성: 하지만 병원을 늦게 찾아오셔서 이미 뼈가 광범위하게 찌그러지고 관절염까지 동반된 3기 후반이나 4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는 가장 확실하고 결과가 좋은 치료법인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이란 괴사되어 기능을 상실한 대퇴골두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체에 무해한 세라믹이나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인공 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입니다. 하지만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은 단순히 뼈를 깎고 맞추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가장 정밀한 생체 역학적 지식과 고도의 술기가 요구되는 최고 난이도의 수술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수술방에서 집도의가 완벽하게 맞춰내야만 하는 4가지 핵심 포인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골반 쪽에서 들어가는 그릇, 즉 비구컵의 완벽한 각도입니다. 정상 허용 각도에서 1~2°만 각도가 틀어지게 삽입되어도 환자분이 나중에 양반다리를 하거나 변기에 앉으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관절이 툭 하고 뼈에서 빠져버리는 무서운 탈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허벅지 뼈에 삽입되는 기둥 대퇴스템의 방향입니다. 기둥을 심을 때 환자 고유의 뼈 모양에 맞춰 정확한 방향으로 삽입하지 않으면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기구와 뼈가 부딪히는 충돌 증후군이 생기는데 이 역시 탈구의 원인입니다. 셋째는 다리 길이의 균형입니다. 만약 수술 후 양쪽 다리 길이가 정상 허용치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어떨까요? 환자분은 평생을 절뚝거리며 걸어야 하고, 보행의 불균형 때문에 나중에는 골반과 척추가 틀어져 극심한 허리 통증까지 2차적으로 겪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어쩌면 가장 까다롭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바로 고관절 중심의 회복입니다. 이 중심점이 안쪽이나 위쪽으로 조금만 빗나가도 엉덩이 근육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수술은 잘 된 것 같은데 환자가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씰룩거리며 빠지는 이른바 파행이 남게 되고 인공 관절의 수명도 급격히 짧아집니다. 결론적으로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은 집도의에게는 극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험난한 과정이지만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환자분께는 지옥 같았던 통증을 끊어내고 평생 두 발로 걷는 자유를 되찾아주는 가장 완벽한 의학적 선물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재활, 어떻게 해야 할까>
◆박진성: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환자분 스스로 해내셔야 하는 재활이라는 중요한 숙제가 남았습니다. 고관절 수술 후 재활의 핵심은 딱 하나, 엉덩이 주변 근육, 특히 외전근을 단단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튼튼한 근육이 관절을 꽉 잡아주어야 인공 관절을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침상에 누워 다리를 곱게 펴고 들어 올리는 운동부터 시작하고요, 퇴원 후 일상생활로 돌아가셨을 때 가장 추천해 드리는 운동은 바로 실내 자전거 타기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안장을 평소보다 조금 높게 설정해서 페달을 밟았을 때 고관절이 90° 이상 굽혀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드럽게 페달링을 하시면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히면서 근력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물 속에서 걷는 아쿠아로빅이나 수영도 체중 부하를 줄이면서 하체를 단련하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수술 후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 골프 같은 일상적인 스포츠는 모두 가능합니다. 단, 관절이 빠질 위험이 있는 무리한 요가 동작이나 다리를 극단적으로 꼬는 자세만 주의해 주시면 됩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예방법>
◆박진성: 가장 좋은 것은 예방이겠죠. 잦은 폭음을 피하시고 스테로이드 약물은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적정량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나라 특유의 방바닥에 앉는 좌식 생활은 고관절에 엄청난 압력을 가합니다. 되도록 의자와 침대를 사용하는 입식 생활을 습관화하시길 권장합니다. 사타구니나 엉덩이 쪽에 1~2주 이상 원인 모를 통증이 지속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전문의를 찾으십시오. 일찍 발견할수록 내 관절을 살릴 기회는 그만큼 커진다는 것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통증 없이 두 발로 힘차게 걷는 것은 평범하지만 위대한 행복입니다. 평상시 과도한 음주를 하시거나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 중인 분들 중 2주간 고관절 통증이 계속된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보시고 MRI 촬영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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