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베스트셀러 작가·숲해설가 안은영의 '책방 사이'[신문경의 독서문화기행]
2026.04.24 17:02
강동구 고덕동에 주민과 함께하는 독립 서점
글쓰기 수업·독서 모임·사랑방 문화로 눈길
"누구든 와서 책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고 싶다"변화하는 독서 문화 속의 독립 서점, 그리고 그곳을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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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숲·생태·기후·환경 전문 독립 서점 ‘책방 사이’의 대표 안은영 작가를 만났다. 곧 송홧가루가 날릴 시기였다. 숲해설가답게, 안 작가의 이야기는 숲과 나무에서 시작됐다. 소나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왜 송홧가루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나는지. 안 작가는 나무의 서사를 담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설명은 한 편의 동화처럼 실감 났다.
작가는 기자 출신이다. 2006년 ‘여자생활백서’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2012년에는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글쓰기 강의를 시작했다. 전환점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2017년 홍익대학교 근처 KT&G 상상마당에서 강의를 하던 중, 수강생의 에세이에서 ‘숲해설가’라는 직업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더 들면 숲에서 해설가를 하며 지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하게 귀농이나 귀촌도 염두에 뒀죠. 숲해설가 공부를 하면서 숲이 더 좋아지기도 했고요.”
작가는 기자 시절부터 북한산을 혼자 오르던 사람이었다. 숲해설가 활동을 2019년부터 6년 동안 이어갔다. 그리고 또 우연이 찾아왔다. 고덕동 일대를 걷다가 아파트 단지 앞 빈 상가를 발견한 것. 불현듯 ‘이곳에 서점을 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 8월 ‘책방 사이’의 문을 열었다. 10평도 채 안되는 크기의 책방이다.큰 유리창의 바로 앞에는 바 테이블을, 책방 가운데에는 대여섯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책상을 배치했다. 입구의 테라스에는 흰색 의자와 둥근 탁자도 두어 카페처럼 꾸몄다.
서점 오픈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단골도 여럿 생겼다. 글쓰기 수업과 독서 모임도 자리를 잡았다. 작고한 평론가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와 유메마쿠라 바쿠의 장편소설 ‘신들의 봉우리’, 야자와 아이의 순정 만화 ‘나나’까지 좋아한다는 안 작가. 책방에 들이는 책, 좋아하는 책, 집필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놓았다. 그와의 대화는 숲처럼 편안하고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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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다. 숲해설가를 그만두고 서점을 열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었다. 고덕천 근처에 작은 동산이 있다. 자주 걷는 길이었는데, 어느 날 빈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자리에서 바로 책방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크지 않으니 감당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인테리어도 직접 기획했다. 칸막이 없는 선반을 양옆으로 설치하고, 가운데 테이블을 뒀다. 일반 서점보다 책 권수가 훨씬 적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 없이 들어오시는 것 같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이다. 주로 동네 주민들이 방문하나.
△처음엔 50~60대 여성 주민들이 많았다.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가기 좋은 공간이니 편하게 들르셨던 것 같다. 지금은 30대가 많아졌다. 남성 손님 비율도 높아졌다. ‘포엣 코어’라는 트렌드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지적이고 감수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말인데, 나도 30대 남성 손님에게서 처음 들었다. 그런 흐름이 생기면서 젊은 남성들이 조금씩 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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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오면 꼭 묻는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책을 쓰고 소개하는 게 직업이니 궁금할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작가가 책을 추천해서 왔다는 분도 있고, 단순하게 동네 서점에서 한 권 팔아주고 싶어서 왔다는 분도 있었다.
-책을 들이는 기준은 무엇인가.
△책방 사이는 숲·생태·기후·환경 전문 큐레이션을 가진 동네 서점이다. 절반 정도는 관련 도서를 갖추고 있다. 처음 4개월은 그 주제 위주로만 채웠는데, 문턱이 너무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장르를 더 들인다고 책이 더 팔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점의 문턱을 낮추는 건 필요했다. 누구든 와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숲과 생태에 관해서라면 언제나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또, 내가 그 주제를 기반으로 서점을 운영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강동 지역 책문화 생태계 활성화 사업 ‘잇북人강동’에 지역 서점 네 곳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 환경 관련 책을 쓰는 작가들의 북토크도 열 계획이다.
-‘네 이웃의 서재’라는 프로젝트도 궁금하다.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오랜 독자부터 책방 사이의 손님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자신에게 뜻깊은 책을 서점에 전시하는 것인데, 혜택은 음료 두 잔이다. 독서는 혼자 하는 개인적인 행위 아닌가. 그 책을 서점에 가져온다는 건, 혼자 누렸던 취향과 즐거움을 누군가와 나누겠다는 뜻이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서점의 단골에게 먼저 참여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분과의 유대가 책방 사장으로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번호도 모른다. 오로지 책과 서점이 매개다. 가끔 쿠키나 케이크를 두고 가실 때가 있다. 그러면 다음번엔 내가 그분이 좋아하는 걸 챙겨두고 기다린다. 그분이 지나갈 때까지. 그분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골라 오신 책의 면면이 따뜻하고 예뻤다.
4월의 주인공은 ‘겉바속촉 기타맨’이라는 반전 매력의 인물이다. ‘록의 시대-저항과 실험의 카타르시스’와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을 함께 읽는 사람. 5월에는 이미 예약자가 있다. 3월부터 하고 싶었다고 말씀을 주셨던 분인데, 첫 번째 ‘릴레이 펜팔’ 프로젝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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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많은 인원은 아니다.(웃음) 성인과 청소년의 비율이 대략 7.5 대 2.5다. 주제는 자유인데, 주로 자기 이야기를 하러 온다.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 글쓰기는 내밀한 일이니까. 그래서 처음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글공부하는 거라고. 그 말에 다들 한결 편하게 시작한다. 개인 레슨을 원하는 분도 있다.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분, 책 출판을 원하는 분 등 목표가 다르면 커리큘럼도 다르게 짠다.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
△날씨 좋은 가을쯤 벼룩시장을 열어보고 싶다. 손님들의 의견을 모아 책 권수를 정하고, 장터처럼 물물교환을 하는 방식으로. 책방 전체를 활짝 열고 싶다.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없다. 책을 큐레이션하고, 글쓰기 수업을 하기에도 바쁘다. 책을 주문하고 파는 서점의 일상과 강사의 일상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
-요즘 독자들의 책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체감하는 변화가 있다면.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산다. 도서관이 너무 잘 돼 있다. 신청하면 웬만한 책은 다 들어온다. 나도 손님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자료로서는 좋지만, 굳이 소장하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면 빌려 읽는 것도 좋다고. 한 번 읽고 다시 펼치지 않을 책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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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인 채로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파는 사장이라는 느낌은 없다. 그 정도로 장사가 잘 되지도 않고.(웃음) 책이 누군가에게 어떤 감동을 주는지 함께 확인하고 느끼는 것이 즐겁다. 그런 즐거움과 재미가 글쓰기 강의로도 연결된다. 글쓰기는 책 이야기보다 조금 더 비밀스러운 일이니까. 강의를 듣는 동네 주민들과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1 대 1 독서 모임도 한다. 지금은 ‘손자병법’을 열심히 읽는 중인데, 진도는 잘 안 나간다.
-책방 사이를 찾는 이들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보통 손님이 추천을 요청하면 나이대나 관심 분야부터 파악한다. 그분에게 맞는 책을 찾고 싶어서다.
개인적으로 자주 권하는 책은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다. 고티에 다비드와 마리 꼬드리 부부가 함께 지은 그림책으로, 북쪽에 사는 곰과 남쪽에 사는 새 이야기다. 환경을 주제로 다루면서도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서점에서 많이 판매된 그림책 중 하나다. ‘살아 있다는 건’도 좋다. 시인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한 편 한 편이 오카모토 요시로의 그림과 나란히 놓인 책이다. 재고가 떨어지면 꼭 다시 채워둔다.
숲 관련 책으로는 세계적인 여성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의 ‘세계숲’을 추천한다. 우리가 딛고 사는 대지와 나무들의 이야기를 다정하게 풀어낸 책이다.
■책방 사이
안은영 작가가 운영하는 숲·생태·기후·환경 전문 독립 서점.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자리 잡았다. 작가의 저서로 ‘여자생활백서’, ‘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 - 작고 하찮고 사랑스러운 아홉 누에와 집사의 여름 한 철 동거 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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