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타이밍에도 안 내렸다" 유가 떨어져도 '기름값 동결' 승부수
2026.04.23 19:44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는데도 정부가 또다시 기름값을 묶었다. 가격을 낮추기보다 소비를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긴 결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24일 0시부터 적용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3차에 이어 같은 수준이 유지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2주 단위로 조정된다. 지난달 13일 도입 이후 2차 발표 때는 국제유가 상승을 반영해 유종별로 210원씩 인상됐지만 이후 두 차례 연속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직전 3차 때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올랐음에도 민생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묶었다면, 이번 4차는 반대로 국제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인하를 하지 않았다.
최근 2주간 MOPS는 휘발유 8%, 경유 14%, 등유 2% 하락했다. 단순 반영 시 휘발유는 약 100원, 경유는 200원 안팎 내려야 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핵심은 ‘소비 관리’다. 가격을 낮출 경우 유류 소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항상 최선이냐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부 역시 단순한 국제가격 연동이 아닌 종합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남경모 장관정책보좌관은 “그간 국제가격 상승분을 일부 덜 반영해 온 점과 서민 부담·물가·소비 관리 요소를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현재 주유소 판매가는 휘발유 2200원, 경유 2800원, 등유 2500원 수준까지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경윳값이 2000원 안팎에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약 800원가량 억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책 효과가 소비자 체감 가격으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 공급가만 규제할 뿐 주유소 판매가는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급가와 판매가 차이는 약 100원 수준이지만 지역·업체별 편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유업계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한다. 정유사가 제출한 손실액이 ‘최고액 정산위원회’ 검증을 거쳐 확정된다. 다만 1조원대 손실 추산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계산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고가격제 종료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는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상황, 미국·이란 협상 등 외부 변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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