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위기 인정한 靑 “美·정동영 인식 차이로 사달”
2026.04.24 12:02
위성락 “美·정동영 간 인식 차이...사달 나”
“사안 발생 직후부터 미국과 소통, 출구 찾는 중”
쿠팡 문제가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 줘 “바람직하지 않아”
동맹 관리를 정원 관리에 비유 “잘 조율해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평북 구성’을 언급한 이후 촉발된 한미 관계 갈등에 대해,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계가) 정상적인 협력 상태로 조속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방향에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으로 인해 한미 관계가 원활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위 실장은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사안이 생긴 직후부터 한미 간에 많은 소통이 있고, 서로 일종의 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 실장은 “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상황을 명확히 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리해서 단기간에 수습하려고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에 출석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무기급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평북 영변, 남포특별시 강선과 함께 ‘평북 구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미국이 정 장관 발언을 ‘기밀 누설’로 판단하고 한국에 제공하던 북한 관련 위성·감청 정보를 일부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기밀 정보가 아니라 이미 공개된 정보에 근거해 발언했다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며 정 장관을 감쌌다.
위 실장은 “정 장관은 (미국이 아닌) 오픈 소스에서 취득한 것을 얘기했을 뿐이라는 것이고, 미국은 자기들이 준 정보가 흘러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인식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위 실장은 “정 장관의 설명은, 이것이 미국이 우리에게 공유한 정보에 기초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정 장관의 머릿속에나 기억 속에는 미국으로부터 온 정보하고 무관하다는 말씀을 반복적으로 하고 계시다”라고 했다. 정 장관이 해명은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기밀 누설’ 쪽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방정보본부는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 관련 제반 사항은 한미 간 ‘연합 비밀’로 분류돼 공개가 제한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 장관의 발언을 ‘한미 연합 비밀 누설’로 볼 여지가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 실장은 이에 대해 “정 장관이 연합 비밀을 듣고 거기에 의해 (발언을) 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정 장관은 일관되게 본인은 그런 정보 브리핑은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니까 연합 비밀은 정동영 장관에게는 여전히 비밀이고 모르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이제 사달이 난 것인데, 그 경위를 따져보면 (서로 입장이 다른) 그런 측면이 있다”며 “그러니까 연합 비밀이라는 것과 정 장관이 말한 것하고는 조금 구분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미국은 최근 우리 측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과 제재 등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 등 한미 안보 합의 이행을 위한 고위급 외교 협의가 어렵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실장은 이에 대해선 “쿠팡 문제가 한미 간의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정부는 그동안 (쿠팡과 안보 협의가 연계되는) 그런 방향의 연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쿠팡의 법적인 문제는 법적 절차대로 진행하고, 안보 협상은 안보 협상대로 진전을 해야 된다는 입장으로 미국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 그것이 동맹 관계 전체에 저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연시키지 않아야 된다, 조속히 재개돼야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위 실장은 쿠팡 사태부터 정 장관의 발언 논란까지, 일련의 누적된 상황을 ‘한미 동맹 위기’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동맹은 아주 가까운 관계지만 또 잘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동맹 관계를 ‘정원’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정원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잡초가 무성해지는 것처럼, 한미 동맹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위 실장은 그러면서도 “한미 간 관계는 동맹 관계이고 아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다양한 현안이 대두되고, 지금의 몇 가지 현안도 그러한 대상 중의 하나”라며 “그런 과정 속에 있는 것이지 지금 무슨 누적된 이상 기류가 지금의 현상을 초래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1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전작권 전환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다는 점을 환기하며 “전작권 전환 추진은 정치적 편의주의는 아니다”라고 했다. 위 실장은 그러면서도 “전작권 문제는 군사적 측면을 경시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결정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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