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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 vs ‘김어준의 민주당’ 내전은 현재진행형

2026.04.24 17:01

[초점 | 민주당, 보이지 않는 권력투쟁] 집권 1년도 안 된 李 정부에 무슨 일이…

● ‘팀 김어준’ ‘문·조·털·래·유’, 與 신성불가침 영역인데…
● 조국혁신당 합당·공소 취소 거래설…국지전 펼쳐져
● 한일 회담, 원전 건설, 고용유연화…이재명의 변신
● ‘변방 장수’ 출신 李, 민주당의 전통적 관성과 충돌
● 첫 대회전은 8월 전당대회…정부 성패와 직결
● 친명계 사석서 “사활을 걸었다”…李 도전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내 한쪽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이견의 강도를 서서히 강화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방송인 김어준 씨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뉴스1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유튜버 김어준 씨, 유시민 작가가 더불어민주당 내 지지자들부터 맹렬히 비판받고 있다. ‘문·조·털·래·유’라는 정체불명의 조어도 생겼다.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어준 씨(‘털보’라는 별명의 앞 글자를 딴 듯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유시민 작가의 이름 한 글자씩을 붙여 만든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방송인 이동형 작가는 그들을 ‘팀 김어준’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단언컨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김어준 씨는 진보진영 내에서 만큼은 해병대에 두 번 입대한 연예인처럼 절대적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보유하고 있던 터였다. 이명박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이른바 보수정부를 향한 성전(聖戰)에 앞장섰다는 이유였다. 유 작가도 마찬가지다. 진보진영 내 둘의 지위는 신성불가침에 가까웠다.

조국혁신당 합당·공소 취소 거래설…국지전 펼쳐져
그런데 이상하다. 그들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수위와 강도가 높아진다. 시작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쟁이었다.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하며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 조기 달성돼 축포가 쏟아졌던 1월 22일, 정청래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기름을 부은 것은 유시민 작가의 등판이었다. 2월 2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한 그는 합당이 고(故) 이해찬 전 대표의 뜻에 가깝다며 “조국 대표는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책임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 빨리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친명 정치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정 대표 면전에서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직격했다. 양측의 공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이 대통령이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른바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쌍방울 측 변호 이력이 있는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자 당내 여론이 일거에 역전됐다. 정 대표가 2월 10일 합당 논의 중단을 선언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갈등 전선이 수면으로 올라온 첫 사례였다.

이어 불거진 ‘공소 취소 거래설’은 가히 핵폭탄급이었다. 3월 10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에 출연한 MBC 출신 기자가 이 대통령의 최측근과 고위 검사들 간에 공소 취소를 둘러싼 거래 가능성을 제기하자 당내는 폭발했다. 결국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의 소위 ‘ABC론’은 그 화룡점정이었다. 유 작가는 3월 18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민주당 내 정치인을 ABC 세 그룹으로 나눴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해당 채널에 재출연해 애프터서비스를 거쳐 최종 정리했는데,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인을 긍·부정 없이 세 그룹으로 분류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치 중심의 A그룹’에 대비해 ‘이익 중심 B그룹’에는 “재명팔이” “감탄고토(甘呑苦吐)” 등 혹독한 낙인이 찍힌 후였다.

결국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나서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대통령은 유 작가도 인용한 바 있는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를 거론하며 “국민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판단한다면 이념이고 개인 성향이고 뭐 중요하겠냐”며 ABC론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아직까지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 씨는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변방 장수’ 출신 李, 민주당의 전통적 관성과 충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집권 1년도 채 안 된 정권의 지지층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기엔 대단히 이례적이다. “자연이 진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권력도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과거 유시민 작가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말처럼, 때로 “제왕적”이라고까지 불리는 대통령제하에서도 이러한 균열이 생기는 것은 이를 추동하는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 아닐까. 이 공백은 대통령이 허락한 공백일까, 불가피하게 열려버린 공간일까.

여권 내 다툼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변방의 장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2010년 성남시장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줄곧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그는 학창 시절 이른바 ‘운동권’도 아니었다. 대표적 친명 정치인의 수도 적다. 측근으로 분류되던 ‘7인회’ 의원들은 내각에 기용됐거나 정치 일선에 있지 않다. 경기지사와 당대표 시절 참모들은 주로 대통령비서실에 배치돼 있다.

무엇보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대통령의 중도실용 행보가 기존 민주당의 전통적 관성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대(對)일본 관계를 실용 외교로 전환한 것은 그 시작이었다. 과거 운동권의 주류였던 NL(민족해방) 계열의 정서적 출발은 일본을 둘러싼 과거사에 대한 강력한 저항 의식이었다. 그렇게 “토착왜구”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가 선거 즈음마다 공공연히 유통됐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첫 한일 정상회담부터 과거사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으로 향하는 길에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미국과의 동맹을 추켜세웠다. 이 역시 운동권의 반미정서와는 얼마간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었다.

탈원전 기조도 뒤집었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은 진보진영의 오랜 교리와도 같았다.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맞춰 담당 부처는 신규 원전 2기의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에서도 기존 민주당의 관성을 거스르는 파격이 계속됐다. 상대 진영의 다선 의원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라는 핵심 부처의 장관으로 지명해 모두를 놀라게 했고,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정책 전문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명예교수를 총리급 직위인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발탁하기도 했다.

최근 정책에서는 더 과감하다. ‘고용 유연화’라는 진보진영의 또 다른 금기도 정조준했다.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그간 진보진영 정치인이 결코 꺼낼 수 없던 의제였다. “기업 입장에선 정규직을 뽑으면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워지니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등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발언은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했을 법한 발언이다. 적잖은 기업인들이 이 발언을 두고 놀라워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의 전쟁이 성립하게 된 유일한 변수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새로운 지지층이 생겼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른바 ‘뉴이재명’의 등장이다. 먼저 개념 정리부터 정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뉴이재명은 민주당 내 지지층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70%에 육박하는 국민 가운데 민주당을 지지하는 50%를 뺀 약 20%, 쉽게 말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 대통령의 행보는 지지하는 이들’이 바로 뉴이재명이다. 주로 무당파, 중도보수 성향 국민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현재 진행되는 민주당 내 전쟁은 당 밖의 뉴이재명을 적극 수용하자는 친명 지지층과 전통적 주류 지지층 간의 경쟁인 셈이다. 당연히 주류에 대항하는 쪽은 수가 적다. 군대로 치면 ‘정규군’과 ‘비정규군’에도 비견될 수 있다. 최근 그 기세가 줄었다고 하지만 김어준 씨와 유시민 작가로 대표되는 이들의 미디어 파급력과 온·오프라인 조직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현재 그나마 대등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른바 비정규군이 당 밖의 새로운 지지층, 즉 뉴이재명의 여론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전쟁의 양상이 ‘얼마나 뉴이재명 유권자를 당내 경쟁으로 편입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이유다.

첫 대회전은 8월 전당대회…李 정부 성패와 연결
아직 대첩은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서로 ‘변덕규 플레이’를 거듭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연이은 반칙으로 퇴장 위기에 놓인 산왕고 센터 변덕규는 일종의 심판 길들이기를 시작한다. 조금씩 몸싸움의 수위를 높여가며 심판의 반칙 선언 범위를 좁혀간 것이다. 야구로 치면 전설적 기교파 투수 그렉 매덕스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공을 던져보며 심판의 존을 가늠해 가는 방식이다.

이를 민주당 내 갈등에 대입해 보면 한쪽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이견의 강도를 서서히 강화해 온 것이고, 이에 대응해 다른 한쪽에서는 그동안 성역처럼 간주되던 김어준 씨나 유시민 작가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금씩 높여온 셈이다. 최근 6·3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후보자들에게 대통령과 찍은 사진의 사용 여부를 두고 부자연스러운 공문(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 사진 및 영상 활용 금지 안내)을 발송하고, 이내 사실상 철회한 장면도 그랬다. 이에 이 대통령이 작심하고 속내를 노출한 것은 갈등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방귀가 잦으면 인분이 나온다. 첫 번째 대회전(大會戰)은 8월 전당대회가 될 것이다. 이때 선출된 당대표가 2028년 총선의 공천을 주도하고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기실 이 선거의 중요성은 이재명 정부의 성패와도 연결된다. 전통적 민주당 성향의 지도부가 선출되면 이재명 정부의 중도실용 행보와 불협화음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명 정치인들이 사석에서 “사활을 걸었다”며 각오를 다지는 이유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 변수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뉴이재명 지지층을 민주당 내 노선 투쟁에 유입시키는 일은 필요조건에 가깝다. 이를 완성할 충분조건은 단연 이 대통령의 명확한 시그널이다. 결국 그 시그널이 적시에, 얼마만큼 선명하게 발신되느냐에 전쟁의 승패가 달려 있다. 최근 공히 ‘대통령 픽’으로 불렸던 한준호(경기도지사 후보 탈락), 정원오(서울시장 후보 확정) 두 후보의 상이한 당내 경선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아무리 지지율이 높아도, 아무리 강한 권력을 가진 집권 초기여도 실기(失期)하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다소간의 쓴소리를 덧대자면 대회전을 앞둔 지금, 이 대통령이 잇따른 소셜미디어 메시지로 정국을 뒤흔들 때일까. 모쪼록 그 야심만만한 중도실용 행보가 성공하는 것이 황폐화된 대한민국 정치에 이로운 일이라 생각하기에 붙이는 말이다.

지금까지 도전은 순항하고 있다. 정치가 극심한 양극화를 겪는 와중에 70%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은 특기할 만한 성과다. 어느새 ‘친명’과 ‘친청’의 전선도 만들어졌다. 모든 것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의도가 어떠하든 이 대통령의 도전이 후한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여럿 있다. 익숙히 봐왔던 50대 50의 강 대 강 대치는 어떠한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소모적인 여야 투쟁은 결국 누더기 법안을 양산했고, 정책의 책임소재는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로 유야무야됐다. 50.1% 혹은 그 이하 지지층에게만 지지받은 정책은 결국 정권이 바뀌면 순식간에 역전돼 왔다. 안정적 다수파 연합을 구축하려는 이 대통령의 도전은 평가가 필요하다. 칭찬은 영장류를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효능감 없는 정치에 질릴 대로 질린 국민은 고단한 길 자청하는 정치인에게는 언제든 성원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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