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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정확히 어울리는 소리는 분명 존재한다, 박용기 IMS 스튜디오 대표

2026.04.23 16:15

세계 최고의 음향 스튜디오인 스카이워커 사운드 소속 음향감독 앙드레 펜리는 말한다. “사운드는 가장 효율적인 스토리텔링 도구 중 하나다. 사운드디자이너는 세상 기이한 것들을 녹음하러 나가고 원음들을 변형하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살펴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다.” 박용기 IMS 스튜디오 대표는 앙드레 펜리의 정의를 몸소 체득한 음향 전문가다. 2000년에 일을 시작해 <범죄도시2> <올빼미> <노이즈> <왕과 사는 남자>까지 활발하게 작업하며 한국영화 음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올해로 26년차가 된 그를 만나 소리와 함께해온 시간에 대해 들었다.

더하기 대신 덜어내는 음향



박용기 대표는 어떤 작품이든 “우리 회사만의 킥”을 넣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감정이 중요한 작품이라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방해될 부분들은 최대한 덜어냈다. 대신 대사를 잘 들리게 하는 데 집중했다.” 단종(박지훈)이 활줄에 죽는 신을 위해 준비한 사운드를 뺀 것도 비슷한 이유다. “가죽 소재에 노끈을 묶어 당겼을 때 목이 졸리는 소리가 가장 실감나게 난다. 그러나 장항준 감독과 논의하면서 여기서 중요한 건 정서이지 사실적인 잔인성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펀치 소리만큼은 의견을 끝까지 고수한 경우다. “말도 안되게 큰 소리를 입히고 싶었다. 인위적이지 않느냐는 내부 피드백을 듣기도 했지만 통쾌하고 강력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충분히 할 만하다고 판단해 밀어붙였다.” 펀치 소리는 슈퍼마켓 난동자를 제압하는 오프닝과 버스 격투 이후 강해상(손석구)에게 날리는 마지막 한방에 결정적으로 들어갔고, 관객이 마석도를 기억하는 상징이 되었다.

<올빼미>와 <노이즈>는 박용기 대표에게 사운드이펙트를 만드는 재미가 가득했던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대신 청각이 예민한 침술사가 주인공인 <올빼미>에서는 현실 너머의 청각적 세계를 창조했다. “경수(류준열)가 침을 놓을 때 파르르 떨리는 특유의 소리가 있다. 작은 바늘과 가는 철사에 무당이 흔드는 방울을 걸어 녹음한 소스를 만들어 넣었다.” 공포영화 <노이즈>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이 가는 소리’다. “후반부에 이를 갈며 죽는 인물의 사운드를 오프닝과 하이라이트 액션신에 넣어” 장르의 무드를 만들었다. 층간소음이 소재인 만큼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리를 서브 사운드로 삼았다. “윗집에서 몇 걸음 걷고 쿵 소리를 냈을 때 아랫집의 주영(이선빈)이 스트레스를 받을지, 강약을 어떻게 조절해야 리드미컬할지 고민하며 타이밍을 조절했다.”

소리를 머리 속에 그리는 일



박용기 대표는 자신이 영화 음향 일을 하게 된 것이 “자연스러운 코스”였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영화와 라디오로 채웠고, 고등학생 때는 방송반 친구를 따라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 갔다가 음향제작과에 덜컥 원서를 냈다. “학과 설명서를 읽는데 내가 재밌어하던 방송반 생활과 똑같았다. 23살에 학생 인턴으로 일한 라이브톤에 입사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음향 일을 시작”했다. 폴리, 후시녹음(ADR), 믹싱 등 전 파트를 고루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크레딧에 처음으로 이름이 올라간 작품은 <썸머타임>(2001)이다. “소리를 단순히 입 모양이 아닌 몸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걸, 꿈속에서도 일하며” 깨쳤고, 라이브톤에서는 <설국열차>(2013)를 마지막으로 12년간 근무했다. <곡성>(2016) 때 사운드 슈퍼바이저 직함을 단 뒤 IMS 스튜디오를 차렸고 손발이 척척 맞는 선배들을 영입해 휴지기 없이 일했다.

전체 작업 중 가장 신경 쓰는 건 후시녹음이다. 작업 기간은 보통 2주로 다른 음향실에 비해 긴 편이다. “2006년부터 후시를 했는데 여기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려면 배우들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게 최고라는 걸 알았다. 촬영을 마치고 몇달 지나서 다시 그 감정 상태가 되는 건 쉽지 않다. 녹음 들어가기 전에 예열 시간을 충분히 주고 감을 빨리 잡을 수 있도록 꼼꼼히 코치한다. 후시 있는 날엔 밥이 안 넘어갈 정도로 긴장하지만 감독과 배우의 만족도가 높고 이젠 우리 스튜디오의 경쟁력이자 전통이 됐다.”

일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동료들과의 긴 수다로 푼다. “각자가 자기 파트의 고충만 얘기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속에서 해결법을 얻는다. (웃음) 어떤 작품의 사운드가 끝내주는지도 단골 수다 거리인데, 여전히 <F1 더 무비>를 얘기한다. 귀를 막아야 할 만큼 센 레이싱 현장의 소리를 들을 만하게, 그러면서도 사실적으로 만들어 넣었다는 게 놀랍다.”

26년간 한 일을 지속하는 동안 위기는 있었지만 박용기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일이 즐겁다. 특히 시나리오를 읽으며 머릿속에 소리가 그려지는 순간은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 “‘쌩한 날씨’라고 쓰여 있으면 바람은 어느 강도로 불어야 하지? ‘한적한 밤’이면 벌레 소리도 넣으면 안되겠다. ‘복면을 쓴 남자’면 은밀하게 걸을 테니 저벅저벅 말고 착착착 가벼운 소리를 넣을까? 하며 고민한다.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한다.”

ITEM



“작업실에 향초를 항상 둔다. 출근해서 향초에 코를 대고 깊이 숨을 들이쉬며 몸을 일할 모드로 전환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나 향은 없다. 이 의식 자체가 내게 리프레시가 된다.”

FILMOGRAPHY

2026 <왕과 사는 남자>외 다수

2025 <노이즈> <굿뉴스>

2022 <범죄도시2>

2018 <곤지암>

2016 <곡성>

2013 <설국열차>

2006 <괴물>

2005 <왕의 남자> <달콤한 인생>

2004 <아는 여자> <인어공주>

2003 <황산벌> <살인의 추억>

2002 <광복절 특사> <오아시스>

2001 <썸머타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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