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팔도건축기행] 인천 긴담모퉁이집
2026.04.24 15:31
인천 답동성당 뒷길에서 내리막을 따라 100m 쯤 걷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길 모퉁이에 연회색 2층 목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축 부지 모퉁이 양옆으로 도로와 인접해 있어 '긴담모퉁이집'으로 불리는 신흥동 옛 시장관사(유산명: 신흥동 구 인천시장 관사)다. 1938년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으로, 해방 이후 한때 인천시장 관사로 쓰이다 한 가족의 보금자리가 됐고, 지금은 인천시가 매입·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으로 변모했다. 2023년 12월 인천시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근대 건축물이다.
◆해방 이후 인천시장이 머물던 곳
인천시는 등록문화유산 지정에 앞서 지난 2021년 건물에 대한 기록화 작업을 완료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집에 대한 자세한 내력은 보고서에 담겨있다.
이곳 신흥동 인천시장 관사는 옛날 '부윤관사'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인천부윤은 일제강점기 인천부의 행정 수령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곳이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해방이후인 1946년 3월로 추정된다. 이곳 신흥동 시장관사에 머무른 역대 인천시장은 1946년 1대 임홍재 시장부터 12대 윤갑로 시장까지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이곳이 시장관사로 쓰인 시기는 해방 이후 임에도 '부윤관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주택의 흔적
신흥동 옛 시장관사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이다. 이 주변에는 시장관사와 유사한 형태의 2층 구조 집들이 다수 있는데, 이러한 양식의 주택은 여러 주택 분류 방법 가운데 하나인 '문화주택'으로 분류된다. 이 주택은 일제강점기 당시 신흥동 일대에 건립됐는데, 일본의 전통적 2층 구조 목조 주택에 서구식 근대 건축 요소를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건물 신축 연도는 1938년으로 파악된다. 조선농공주식회사가 현재 부지를 매입한 이후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당시 조선농공주식회사가 신축한 주택은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에 일본인들이 다수 건축한 문화주택이라 할 수 있다. 문화주택이라는 단어는 1920년대 건축 잡지나 일간지 등을 통해 '생활개선'의 일환으로 소개되고는 했다.
중요한 내용은 도시 중산층이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주택으로, 좌식이 아닌 입식 생활, 접객이 아닌 가족에 중요성을 두는 공간 구성, 화장실·부엌 등의 위생 설비 구비 등이었다고 한다. 약속이나 한 듯 유사한 외관의 이러한 문화주택은 일본인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조선인들 중에서도 상류층이나 지식인 계층 중에 거주하는 이들이 있었다.
◆인천 대표 금은방 '형제사'의 기억
1977년 이 집을 매입한 이경부는 배다리 귀금속 상점 '형제사'를 인천의 대표 예물점으로 키운 사업가였다. 이경부씨는 주택을 매입한 이후 대대적인 개축을 진행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집은 높은 담장과 일본식 고급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이 동네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강화 출신의 이경부는 광복 직후 보잘 것 없는 배다리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뛰어난 사업수단으로 성공을 이루고 인천에서 이름난 이 집에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이경부는 어린 시절부터 이 집을 선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은 접근할 수 없었던 일본 순사가 칼을 차고 순찰하던 일본인 전용 동네, 그 언덕 위의 집이 꿈이었다.
보고서에는 이경부의 차남 이정록씨의 이 같은 내용의 구술채록이 담겨있다."아버님이 일정(일제강점기) 때부터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그런데 그 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니까 '내가 이 집을 꼭 사서 내 집으로 만들겠다' 고 마음먹고 결국에는 시장관사를 매입하셨죠."
◆열린 공간이 된 현재
인천시는 지난 2020년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마치고 2023년 5월 '긴담모퉁이집'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개방했다. 내부는 시민들이 기증한 책으로 꾸민 서재와 음악감상 공간으로, 외벽은 인천원로작가회와 함께 조성한 골목갤러리 등을 꾸며 운영했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마당은 사계절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풀등정원으로 단장했다. 개관 첫해 누적 방문객 1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인천시는 외부 기관에 위탁해 이곳 운영을 맡겨오다 올해 초부터 인천문화재단이 맡아 운영 중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경인일보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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