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김부겸 '부산' 한동훈의 승부수…낙동강 넘으면 대권가도 열린다
2026.04.24 14:00
상대 텃밭 파고든 김부겸·한동훈…공고한 '콘크리트 표심'이 변수
최대 격전지 부상…金은 단일화 뚫고, 韓은 단일화해야 승률 높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도전…"생환하면 각 진영 대권주자 된다
출마는 베팅이다. 게임이 쉬울수록 보상은 박하다. 반대로 낮은 승률을 뒤집을 때 판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김부겸의 대구행과 한동훈의 부산행이 주목받는 이유다. 각각 상대 영토의 한복판에서 파란색 민주당 점퍼와 흰색 무소속 점퍼를 입고 배수진을 쳤다. 대구 토박이임에도 세가 부족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나, 팬덤은 두텁지만 지역적 기반이 얕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모두에게 영남은 도박에 가까운 승부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대구시장 김부겸' '부산 초선 한동훈'의 탄생 여부는 이번 지선을 넘어 차기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가를 변곡점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이 낮은 확률을 뚫고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손에 쥐는 순간, 각 진영은 '확장성'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단 대권주자를 얻게 된다. 하지만 반전 없는 패배는 곧 정치적 절벽을 의미한다. 결국 이 승부의 끝은 단 하나다. 전부를 얻거나, 전부를 잃거나. 낙동강 전선에 몸을 던진 김부겸과 한동훈, 두 도전자의 6월 운명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남 민심 요동치게 만든 김부겸과 한동훈
경북에서 태어나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 김부겸.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을 검사로 살다가 윤석열 정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데뷔한 한동훈. 두 사람은 뿌리부터 다르다. 공통점은 단 하나, 최근까지 여의도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원외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김 후보는 퇴임 후 지방에 머물며 중앙정치와는 철저히 거리를 둬왔다. 정계 은퇴 관측이 우세했다. 한 전 대표도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었다. '윤석열의 황태자'로 불렸지만, 이후 '윤석열의 배신자'라는 낙인 속에 국민의힘에서 제명됐다. 이 탓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들은 선수 대신 관중에 머무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전망은 빗나갔다. 김 후보와 한 전 대표 모두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뜨거운 주연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당선 확률이 높은 양지를 뒤로하고, 뜨겁고 험난한 격전지인 '낙동강 전선'에 뛰어들면서다. 김 후보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시장 출사표를 던졌고, 한 전 대표는 여권의 철옹성으로 변모한 부산 북갑 재·보궐선거 등판을 시사했다. 단 한 번도 민주당 출신 시장이 탄생한 적 없는 대구다. 부산 북갑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승률만 놓고 보면 무모한 도박에 가깝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들의 도전기는 여야 모두의 관심을 받는 최대 화두가 됐다.
두 사람의 목표는 절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다. 정치적 서사에서 '아름다운 패배'는 기록엔 남을지언정 권력을 만들지는 못한다. 낙선하는 순간 '용기 있는 도전'은 '무모했던 도전'으로 격하될 수 있고, 대중의 관심에선 빠르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권의 시선은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를 위협하는 핵심 장애물, 그리고 이 한계를 뚫고 이길 수 있는 비책에 쏠린다. 일단 두 사람은 묘하게 같은 숙제를 받아들었음에도, 전혀 다른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명을 안았다. 지방선거 판도를 흔들고 있는 이들의 승부수는 크게 세 가지 지점에서 교차한다. 우선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공통된 허들은 영남을 지탱해온 '정서적 일체감'이다.
최근 영남의 표심은 분명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윤석열 정권의 12·3 내란 △이재명 정권의 중도보수론 '우클릭' △장동혁 체제의 국민의힘 내분 탓에 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심이 분산되거나,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돌아섰을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전국 단위 민심은 물론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에 비해 확연한 열세이거나 엇비슷한 장면이 자주 확인된다. 다만 미묘한 지점은 전국 단위 여야 지지율 격차보다 TK와 PK에서의 여야 지지율 격차가 더 좁다는 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4월20~22일 성인 1005명을 전화면접 조사해 2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전 조사보다 1%포인트(p) 오른 48%, 국민의힘은 3%p 떨어진 15%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이 2020년 9월 창당(당명 변경)한 이래 최저 지지율로, 양당 간 격차는 무려 33%다. 같은 기간 TK에서는 민주당 34%, 국민의힘 25%로 조사됐고, PK에서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20%로 나타났다. 여야 지지율 격차가 TK는 9%p, PK는 20%p로 전국 지표보다는 차이가 각각 24%p, 13%p 더 작았다.
'우리가 남이가'를 돌파해야 산다
'평균의 민심'과는 다른 TK·PK 민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치권에서는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되는 영남의 '정서적 보수 연대'를 주목한다. 국민의힘을 향한 실망과 별개로 민주당은 지지할 수 없다는 두터운 '반(反)민주 성향'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여전히 영남에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층'까지 고려한다면 국민의힘을 향한 비토가 민주당 김부겸이나 무소속 한동훈에게 향하는 '표'로 치환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보수의 결집력이 선거 막판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정치권에선 김 후보와 한 전 대표가 정서적 유대로 영남의 벽을 뚫어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내란 심판' 구호를 삼가는 대신 구수한 대구 사투리로 "제 번호 적으이소"라고 외치며 출신을 강조하는 것도, 한 전 대표가 부산 만덕동에 전입신고를 마친 뒤 거듭 부산 연고 프로야구팀인 '롯데 자이언츠' 팬을 자처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북 구미에서 시의원을 지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에는 소위 '외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지역만의 유대감과 고충이 분명 있다"며 "선거철만 되면 의원들이 괜히 향우회를 찾고, 모교를 찾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해외여행 중에도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지 않나. 동향 사람에 정이 가는 것은 본능 같은, 원초적 감정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대구와 부산에서 '남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두 사람이 마주한 태생적·근본적 장애물이다. 그러나 좀 더 전략적인 구도로 들어가면 두 사람이 마주한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변수는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다. 일단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단일화가 무산되거나 '뚫어내야' 이길 수 있다. 4월26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최종 확정되는 가운데, 컷오프(경선 배제)에 반발하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행보가 핵심 변수다. 이 전 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보수 표심이 찢어진다면 김 후보에겐 천금 같은 기회가 열린다.
반면 부산 북갑은 상황이 반대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공시켜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의힘이 무공천이라는 파격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공천된 국민의힘 후보가 한 전 대표와의 동시 낙선까지 각오하고 단일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보수 표가 분산되어 민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넘겨주는 순간, 한 전 대표 재기의 시간은 그만큼 유예되고 국민의힘 내 '배신자' 프레임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에서 부산 북갑 공천을 노리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4월22일 유튜브 《고성국 TV》에 출연해 한 전 대표와 단일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많은 분이 단일화 관련 얘기를 하는데 침입자하고 손을 잡고 단일화하는 게 전제가 안 되는 것"이라며 "기본 정체성에서 합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끝까지 (단일화 없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막판 단일화로 울고 웃을 수도
결국 김 후보와 한 전 대표의 도전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큰 보상을 위해 큰 위협을 감수하는 상황)'이다. 예고된 고난의 수준이 높다. 다만 장애물을 뚫고 최종적으로 생환한다면, 여의도에 미칠 파괴력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대구 최초의 민주당 출신 시장, 부산 북갑 최초의 무소속 의원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쓴다면, 영남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상징 자본과 지역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면 원외에 머물던 김부겸과 한동훈은 즉시 진보와 보수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김부겸 후보는 정계 은퇴 수순이다. 한동훈 전 대표도 23대 총선까지 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존재감을 유지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반대로 김 후보와 한 전 대표가 대구와 부산에서 당선된다면 순전히 개인 역량으로 험지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각 캠프 모두 이 장밋빛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긍정적 지표도 있다. 김 후보의 경우 대구 지역 보수의 분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자 대결 구도에서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구MBC가 여론조사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4월18~19일 이틀간 대구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 후보와 국민의힘 소속 4명의 후보 중 '차기 시장으로 누가 적합한가'라고 질문한 결과 △김부겸 후보 45.3% △이진숙 전 위원장 17.2% △추경호 의원 16.2% △주호영 의원 7.4% △유영하 의원 5.4% 순으로 집계됐다.
김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모두 두 자릿수 격차를 보였다. 김 후보는 추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49.2% 대 35.1%로 14.1%p 앞섰다. 김 후보는 나머지 세 주자와의 대결에서는 더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는 유 의원과의 대결에서 52.6% 대 26.0%, 이 전 위원장과는 51.5% 대 33.4%, 주 의원과는 50.1% 대 26.9%를 기록했다. 주호영 의원은 4월23일 끝내 대구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갑을 넘어 이른바 '보수 동남풍'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한 전 대표가 부산 북갑의 현역 의원이자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명품시계 수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에게도 득이 되고 있다는 게 한 전 대표 측 진단이다. 실제 여야 부산시장 후보 간 지지율이 최근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공개된 가상 양자 대결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 격차를 보였던 것에 비해 확연한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한국리서치·KBS 부산총국이 4월17~19일 부산 거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재수 의원은 40%, 박형준 시장은 34%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야 후보가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이기는 사람은 대권 구도도 바꾼다
이를 두고 친한(親한동훈)계는 한 전 대표의 보선 출마로 부산에서 '전재수 대 박형준·한동훈' 구도가 형성되면서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던 보수 및 중도 표심이 결집하고 있다고 본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월20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부산은 대구와 달리 민주당 지지가 상당한 곳이라 절대 낙관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부산에서 센 '한동훈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분위기가 부산시장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후보와 한 전 대표의 생환 여부가 여야 당내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들이 현재 '강성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양극단화된 상황에서, 이들의 당선 여부는 '중도 표심'의 실체를 확인하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살아 돌아온다면 향후 2028년 총선, 그리고 2030년 대선이라는 거대한 권력 지도가 새로 쓰이게 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결국 이 승부의 끝은 단 하나다. 전부를 얻거나, 전부를 잃거나. 낙동강 전선에 몸을 던진 두 남자의 6월 운명에 대한민국 정치의 명운이 걸려 있다.
이동수 대표는 "김부겸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의 공통점은 기존 소속 정당에 진 빚이 없다는 것이다. 당선된다면 기존 당 지도부와 다른 독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는 외연 확장 측면에서 각 당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다만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최근 중도 성향 당원이 많이 이탈했다. 이들이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걸 넘어 당내 지각 변동까지 이끌어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NBS조사는 전국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7.7%. 에이스리서치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한 100% ARS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5.3%. 한국리서치 조사는 전화면접조사로 진행, 응답률 20.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롯데자이언츠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