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심장부 파고든 빅테크…AI로 '신약 패권' 정조준
2026.04.24 10:57
엔비디아와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AI(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워 제약·바이오 산업의 심장부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단순 기술 지원을 넘어 신약 설계부터 임상, 제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면서 산업의 판 자체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오픈AI와 손잡고 신약 개발 전반에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방대한 임상·연구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속도를 높이고, 제조와 상업화까지 연결하는 전주기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AI가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연구개발(R%D)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임상·제조까지 AI로…R&D 전 영역 재편
빅테크의 행보는 한층 공격적이다. 엔비디아는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잽바운드를 개발한 미국 일라이 릴리와 최대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며 '신약개발 자동화 공장' 구축에 나섰다. 중국의 AI 신약 개발사인 인실리코메디슨과도 수조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CEO(최고경영자)를 이사회에 영입하고 AI 신약기업을 인수하며 제약바이오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수십조원을 투입해 파이프라인 분석을 수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 같은 변화의 본질은 신약 개발의 속도와 확률에 있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년 이상, 수조 원이 투입되는 고위험 산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AI가 개입하면서 개발 기간은 최대 60% 단축되고 비용은 70%까지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인실리코메디슨은 단 46일만에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30개월 만에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며 가능성을 스스로 보여줬다.
AI의 영향력은 연구 초기 단계를 넘어 임상과 생산 현장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환자 모집과 임상 설계는 가장 큰 병목 구간으로 꼽히는데, AI를 활용하면 적격 환자 선별 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단축이 가능하다.
제조 영역에서는 '디지털 트윈'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실제 생산 공정을 가상 환경에 구현해 최적 조건을 도출하는 기술로, 생산 계획 수립 시간을 90% 줄이고 수율을 최대 15%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된다. 로슈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들이 이미 도입을 마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결국 AI는 신약 개발의 일부 단계를 돕는 수준을 넘어 전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슈가 3500개 이상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기반으로 'AI 공장'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다.
◆"연구자냐 엔지니어냐"…사라지는 경계
산업 구조 변화는 인재 시장까지 뒤흔들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생물학 지식과 AI 개발 역량을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는 '자율형 AI' 시스템 구축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노바티스 역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전문가 영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질병 기전 이해와 약물 설계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인재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연구자와 엔지니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와 빅파마 간 인력 이동도 활발해지며 산업 간 경계 역시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가 백신과 항암제 개발에 직접 뛰어드는 빅뱅이 시작됐다"며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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