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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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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교섭권’ 이제 하청 손에…노사 新패러다임

2026.04.23 21:01

원·하청 모두 반발…‘직고용 딜레마’
분쟁 상시화…묵직해진 ‘비용 청구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산업 전반의 노사 패러다임에도 격랑이 일 전망이다. 당장 생산성보다 ‘갈등 비용’부터 따져야 하는 장면이 늘고 있다. 노동권 강화로 설비투자와 신기술 도입, 생산거점 재배치 같은 핵심 의사결정에도 노사 변수와 법적 리스크를 따져봐야 하는 탓이다.

산업계는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한쪽에선 정면 돌파에 나섰다. 포스코의 협력 업체 인력 직접고용이 대표적이다. 고용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신호탄이라는 평가와 함께 내부 반발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해외 이전과 자동화, 외주 구조 재편 같은 우회 대응을 검토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산업계 현장에선 “노동권 확대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노동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의 신기술 도입도 노사 교섭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패러다임(1) 달라진 ‘비용 청구서’

협상·채증·자문비 부담↑

과거 노사 갈등에 따른 비용은 ① 임금 교섭에 따른 시간 손실과 ② 생산 차질 정도였다. 노란봉투법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일단 노동쟁의 범위가 넓어졌다. 기존 노사 갈등은 임금과 복지 등 ‘근로조건’을 두고 벌어졌다. 이제는 아니다. 설비투자와 신기술 도입, 생산기지 재배치, 외주 구조 변경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 전반으로 노사 이슈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위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한 결과다. 여기에 파업 허들도 낮아졌다. 노란봉투법이 파업에 따른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산업계는 주요 국가 대비 파업 등에 따른 근로손실일이 상당한 편이다. 한국노동연구원(KLI)이 지난해 발표한 ‘2025 KLI 해외노동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는 16.3일이다. 사실상 파업 등에 따른 노동손실일이 없는 일본이나 호주(8.3일)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전통 산업 강국인 독일(15.1일)과 비교해도 손실일수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가 확대돼 손실일수가 늘어날 경우,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하청 구조가 촘촘한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자동차 업종은 특정 사업장 차질이 협력사와 물류, 후속 공정으로 연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실무적인 골칫거리도 있다. 채증 시스템 정비다. 노란봉투법으로 손해배상 책임 입증 기준이 ‘개별 귀책’으로 전환된 탓이다. 노동쟁의 상황에서 개별 행위자 행위 파악을 위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일례로 현장 CCTV 확충과 출입 통제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한 인력·설비 비용과 외부 법률 자문, 노무 자문 등 각종 실무 비용 부담이 커졌다. 경영계에선 손해배상 책임 입증 기준 변화로 외부 자문 비용이 시행 전과 비교해 10% 이상 늘었다고 추산한다.

중소 하청 업체 고민은 더 깊다. 자사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에 나설 경우 향후 수주와 거래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제조업 하청사 대표 A씨는 “협력사 입장에선 원청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장 노조와 원청 사이에서 경영진이 완충 역할까지 떠안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패러다임(2) 직고용으로 정면돌파

인건비 부담에 勞勞 갈등도

달라진 노사 환경에 기업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정면돌파를 택한 포스코다. 포스코는 경북 포항·전남 광양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 대상 직접 고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철 공정 조업과 연관된 지원 업무를 수행해온 협력사 현장 근로자들을 본사가 채용 절차를 거쳐 순차적으로 고용하는 형태다. 대상이 되는 근로자는 약 7000명이다. 포스코 철강(제철소 포함) 직원이 약 1만7000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40%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포스코는 24시간 설비가 가동돼야 하는 제철소 특성상, 원청과 하청이 함께 근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도 빈번했다. 포스코는 10년 넘게 불법 파견 소송을 이어왔다. 관련 부담이 노란봉투법 등으로 가중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장기 소송으로 이어지면 당사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방향성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직고용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 중이다.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성명을 내고 “기존 조합원 희생을 전제로 한 정규직화가 진행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규직 입사를 위해 노력해온 조합원 가치와 자부심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하청 업체 소속이던 보안요원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일이다. 당시에도 정규직 전환을 두고 기존 직원과 정규직 전환 대상자 간 극심한 내부 갈등이 펼쳐졌다.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재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급여(미등기임원 제외)는 1억1600만원이다. 관련 업계에선 직고용 인력의 임금 수준은 기존 정규직 대비 65% 정도로 거론된다. 단순 계산으로 7500만원 수준이다. 직고용 인력이 순차적으로 최대 7000명에 달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 입장에선 5000억원 이상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되는 꼴이다. 이를 두고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기존 외주·도급비로 처리되던 비용이 급여와 복리후생비로 옮겨오는 구조여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복리후생이나 퇴직급여 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질 부담은 존재하지만, 수천억원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고용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는 노동법 규제를 비판한 것에 따른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2년 제한’ 규정을 둔 ‘비정규직 보호법’은 2006년 제정 이후 20년째 그대로다. 이 대통령은 고용 안정성이 낮은 대신 그 위험 수당으로 더 높은 임금을 주자는 제안도 했다. 호주 ‘캐주얼 로딩’ 프랑스 ‘고용 불안 수당’ 등 선진국 사례도 있다. 다만, 노란봉투법 등 정규직 과보호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에 대한 추가 보상은 자칫 기업에 이중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패러다임(3) 기술 도입도 ‘교섭’ 의제

노조 눈치 보다 ‘골든 타임’ 놓칠라

산업 현장에서는 설비투자와 신기술 도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설비투자나 신기술 도입 자체는 쟁의 대상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기업 투자, 합병·분할·양도 결정 그 자체로는 근로 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다만 해당 사업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노조가 제동을 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전제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봐도 명쾌하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사업 경영상 결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은 사업 경영상 결정이라도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적시했다. 산업계는 모든 투자나 신기술 도입은 기존 직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국내 대기업 인사조직 담당자 B씨는 “예컨대 로봇 도입은 결국 인건비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전환배치나 인력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도입 자체가 사실상 교섭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차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자사 공장에 피지컬 AI 로봇 아틀라스 투입을 추진 중이다. 2028년 북미 공장에서 하역 작업에 아틀라스를 투입한 뒤 2030년부터 일부 생산라인으로 단계적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국내 도입은 사실상 힘들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벌써부터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국내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로봇 도입 이전에 고용 안정 대책부터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와 관련 업계에선 아틀라스를 24시간 풀 가동할 경우, 아틀라스 1대가 생산직 3명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비용 자체도 효율적이다. 아틀러스 대당 가격은 2억원 안팎이다.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을 보수적(약 1억원)으로 가정해도, 3명의 연간 인건비는 약 3억원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효율적인 선택지를 눈앞에 두고도 노사 갈등 변수를 우려해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상태다.

패러다임(4) 생산기지 脫한국 가속?

국내보다 해외 설비투자 증가

노사 환경 변화는 생산기지 배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보다 해외로 신규 생산능력을 배치할 유인이 커졌다고 본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기존 국내 공장 생산라인을 줄이고 이를 해외 공장이 대체하는 방식은 부담이 크다. 구조조정 등 문제로 읽히는 순간 곧바로 노사 갈등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산업계가 공개적으로 ‘해외 이전’이라는 표현을 꺼리는 이유다. 이에 현장에서는 신규 설비투자(CAPEX)를 해외 거점에 먼저 배치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기존 국내 생산라인은 그대로 돌리고 신사업 등으로 늘어나는 물량만 해외 라인에 얹는 구조다.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그룹부터 중견기업까지 재계 전반에서 포착되는 현상이다.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6년 국내 설비투자는 1.9%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사실상 유지 수준의 설비투자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반면 주요 산업의 해외 생산은 미국·유럽·인도 등 전략 거점을 중심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봤다. 미국발 관세 부담과 현지 수요 대응이 주된 이유지만, 산업계에서는 노사 갈등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노동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신호는 감지된다. 국내 제조업 종사자 수는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e-지방지표에 따르면, 제조업 종사자 수(2024년 기준)는 415만9656명이다. 2020년(426만429명)과 비교하면 2.3% 감소했다. 반면,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는 해마다 늘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23년 우리 기업이 만들어낸 미국 내 일자리는 2만360개로 중국(1만8440개)과 일본(1만8192개)을 앞질렀다.

해외 기업이 노란봉투법을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문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2026년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선호도가 3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그동안 싱가포르(1위)에 이어 4년 연속 2위를 지켰지만, 이번 조사에서 홍콩(2위)에 밀렸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은 여전히 안정적인 시장이지만, 규제와 노동 제도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제약이 경쟁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인식이 기업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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