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못 도망간다…유리지갑 더 두꺼워진 세금 설계 [여기는 논설실]
2026.04.24 06:30
지역별로는 벨기에 52.5%, 독일 49.2%, 프랑스 47.2%로 유럽 국가의 세율이 높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정 압박에 몰린 정부가 이동하기 쉬운 자본보다 붙잡기 쉬운 노동소득에 손을 대기 쉽다고 짚었다. 월급은 도망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도 이를 '과세 탄력성'의 문제라고 부른다. 세율을 올려도 세수가 그만큼 따라오는 세원이 정부로선 ‘좋은 세원’이다. 노동소득은 그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재정이 빠듯해지면 근로소득세가 먼저 오른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모범사례’다. 근로소득 세수는 2020년 41조원에서 지난해 68조원으로 5년 만에 65% 불어났다. 취업자 증가와 임금 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세율 구간이 제자리인데 명목 소득이 오르면서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 올라가는 '소리 없는 증세'가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사회보험료가 더해진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1000만 명 이상이 이달 건강보험료를 평균 22만원가량 추가로 납부한다. 지난해 보수 변동 내역을 반영한 정산금이 4월 건보료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체 직장가입자 1671만 명 중 임금이나 호봉이 오른 직장인 1035만 명(62%)은 평균 21만8574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연례 정산이지만 임금 상승분이 고스란히 보험료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매년 0.5%포인트씩 오른다. 2033년까지 8년간 인상하는 것이다. 외형상 미래 소득 보전을 위한 '연금개혁'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하지만 젊은 근로자들 사이에선 ‘8년 확정, 준조세 인상 프로그램’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월 309만원을 버는 직장인 기준으로 2033년이면 지금보다 근로자·사업주 합산으로 월 12만원 이상을 더 낸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조세부담률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9%로 OECD 평균(25.3%)보다 6%포인트 이상 작다. 표면 수치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세율이 낮은 게 아니라 공제·감면이 과도하다. 명목 최고세율은 49.5%로 OECD 평균(42.7%)보다 높다. 고소득자도 각종 공제로 실효세율을 낮추지만, 저소득자는 아예 면세점 이하다. 근로소득자 3명 중 1명(32.5%)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 숫자가 2024년 기준으로 697만 명에 달했다. 과세 기반은 좁은데 세수가 증가한 것은 납세자 1인당 부담이 그만큼 빠르게 커졌다는 의미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72%를 부담하고 있다.
정치는 자본소득보다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선호한다. 자본은 로비를 하지만 월급쟁이는 투표만 한다는 현실이 세제 설계에 반영된 결과다. 역대 어느 정부도 면세자 비율 축소와 세원 확대라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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