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리가 준 민감정보 보호하라”…워싱턴에 뜬 동맹 이상신호
2026.04.24 05:00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정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미국이 한국에 정보 공유를 제한했는지 묻는 질문에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 정부는 비공개 채널을 통해 공유된 민감한 미국 정보를 모든 파트너들이 철저히 보호할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만 해도 주한 미 대사관은 “우리는 외교적 대화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는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언급 자체를 자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사이 달라진 입장에는 미국이 제공한 민감한 정보를 한국이 적절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일각에선 한국이 정 장관의 발언은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게 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장관은 이날도 취재진과 만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정략”이라고 반박했다. “그 지명(구성)은 뉴스에도 나왔는데 기밀이냐”는 기존의 주장도 반복했다.
FT는 또 22일(현지시간) “최근 몇 달 간 한·미 간 긴장은 한국 전쟁 이후 한국 안보의 근간이었던 동맹의 견고함에 대한 일각의 의문을 촉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의 발언 파장, 한국의 이란전 지원 거부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과 한국 내 미군 자산의 중동 반출 등 일련의 사건을 나열했다.
FT는 이어 워싱턴 당국자를 인용해 “(대선을 통해)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현재 우리가 처한 과정은 잠재적으로 동맹 간 더 큰 긴장, 신뢰의 중대한 침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바로잡으려면 12~16년에 걸친 견고한 동맹 간 협의와 신의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에서는 최소 대통령 두 번, 미국에서는 서너 번 바뀔 때까지 동맹 간 이상기류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구조적 균열을 우려한 셈이다.
실제 지금의 갈등이 단순히 정부 대 정부 간 이견 문제가 아니라는 징후가 감지된다. 공화당 내 최대 의원 모임 중 하나인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이 21일 강경화 주미 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취지의 항의 서한을 발송한 가운데 케빈 매카시 전 연방 하원의장도 등판했다. 그는 22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정치 전략가인 스콧 제닝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한국은 훌륭한 동맹이지만, 정부가 좀 더 좌파 성향으로 바뀌면서 입법과 정책 방향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쿠팡 사태를 포함, 이미 미 행정부 등 차원에서 수차례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개정 정보통신망법(허위조작정보근절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디지털 규제 분야에서 “다른 나라가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게 하고 싶다. EU든, 호주든, 한국이든, EU 회원국이든 이런 국가들에서 성과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8선 공화당 의원 출신인 매카시는 트럼프가 “마이 케빈”으로 부르는 측근으로 분류된다. 마가 진영에서도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직이 아니라 해도 그의 발언이 무시 못 할 무게감을 지니는 이유다. 앞서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한국 정부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법적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원자력 권한 확대 등을 위한 안보 고위급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와 안보 분야의 갈등이 맞물리며 파열음이 커지는 배경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누적된 불신이 깔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동맹 간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조약을 맺었거나 동맹 관계인 국가들이 50여국 이상인만큼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게 표출된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일정 기간 냉각기를 두면서 물밑 협의로 ‘한국은 미국과 같이 간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정동영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