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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CJ제일제당 등 임직원 25명 재판행…10조원대 전분당 담합 혐의

2026.04.23 14:59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등 25명 무더기 기소
담합으로 전분 73%·당류 64% 가격 인상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 8년간 전분당(전분과 당류) 가격을 짬짜미해 밥상물가를 끌어올린 국내 주요 식품업체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적발된 담합 규모만 10조원대로 식료품 업계 사상 최대치다. 이 기간 제품 가격은 60~70%가량 치솟았다.

23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법인과 대표이사 등 임직원 21명, 전분당협회장 A씨 등 총 25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분당과 그 부산물의 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임의로 정하고, 서울우유나 농심 등 대형 수요처가 발주한 입찰에서도 담합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년여간 가격을 통제했다. 총 담합 규모는 약 10조1520억원에 달한다. 통상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이 4~5% 수준인 반면, 담합에 참여한 회사들은 10%가 넘는 막대한 영업이익률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을 가공해 만든 전분과 당류(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를 일컫는다. 과자와 음료, 유제품에 폭넓게 쓰이는 핵심 원료다.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대상,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CPK 등 4개사는 품목별 목표 가격을 정해두고 각자 이보다 높은 인상 금액을 통보하는 수법을 썼다. 그 결과 담합 전보다 전분은 최고 73.4%, 당류는 최고 63.8% 올랐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치밀함도 돋보였다. 이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려 각 사의 인상 가격과 공문 발송 시기를 다르게 조율했다. 4개사 팀장들이 모여 화이트보드에 인상 금액과 시행일을 정리한 사진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기도 했다. 포스코 같은 대형 실수요처 입찰에서는 고의 유찰을 유도해 3차 입찰까지 갈 것을 예상하고, 차수별 제시 금액까지 미리 맞췄다.

전분당 부산물 가격은 1위 업체가 주도했다. 다른 업체들이 "가격이 너무 높아 재고가 부담된다"고 우려하자, 1위 업체는 "못 팔면 우리가 살 테니 믿고 이 가격으로 가자"며 독려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 설탕 담합 수사 과정에서 꼬리가 밟혔다. 혐의점을 찾아낸 검찰은 지난 2월 전분당 업체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두 차례 고발요청권도 행사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업체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들은 "우리처럼 훈련이 돼 있어야 하는데 안 돼 있어서 자료가 싹 나온 것 같다", "교육받았는데 실형 산 사람은 없고 다 집행유예로 빠졌다고 하더라"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전직 임원이 "휴대전화를 바꿔야 하냐"고 묻자 현직 직원이 "영업본부장 선에서 정리될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심지어 1위 업체의 '담합방지가이드북'에는 '내부 메신저 대화도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행동 수칙까지 적혀 있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대상의 김모 본부장과 임모 대표이사, 사조CPK 이모 대표이사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김 본부장만 구속하고, 두 대표의 영장은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구속된 김 본부장을 우선 기소한 데 이어, 수사 착수 두 달 만인 이날 25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적발된 4개사 중 수사에 협조한 삼양사는 기소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다. 검찰은 추후 공범들의 재판 경과를 지켜보고 최종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서민 경제를 교란한 담합 사범은 반드시 엄벌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시장에 전파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경제를 위협하는 민생 침해 사범에 수사 역량을 집중해 공정 경쟁 질서 확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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