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간 쿠팡 불협화음 하나 해결 못하나
2026.04.24 00:21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강경화 주미 대사에게 “애플, 구글, 쿠팡 같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 정부의) 조직적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특히 쿠팡에 대해 “범정부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작년 11월 쿠팡의 우리 소비자 개인 정보 유출 사고도 “민감도 낮은 정보의 유출”이라며 쿠팡 공격을 위한 “구실”이라고 했다. 미국 집권 공화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쿠팡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정부도 쿠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우라늄 권한 확대 등을 위한 고위급 안보 협의가 어렵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했다고 한다. 작년 한미는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쿠팡도 미국 기업인 만큼 불이익을 받는다면 안보 협력도 어려울 것이란 압박이었다. 개별 기업 문제로 동맹의 안보 현안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쿠팡은 고객 3370만명의 정보 유출 혐의로 우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사실상 전 국민의 정보가 빠져나갔는데도 쿠팡은 5개월간 보안이 뚫린 줄도 몰랐다. 심각한 사건이다. 오너 김범석 의장도 미국 국적이지만 쿠팡 매출의 90% 이상은 한국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우리 국내법상 김 의장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김범석 의장은 워싱턴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섰다. 쿠팡은 트럼프 대통령의 30년 친구가 운영하는 로비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과 가까운 회사와도 손을 잡았다. 트럼프 정부 1기 국가안보보좌관은 쿠팡 조사와 관련해 “트럼프 노력을 훼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거의 전방위적인 로비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쿠팡이라는 일개 회사의 로비력보다 못하다는 건가. 이 문제를 한미 동맹 문제에까지 어려움을 초래할 상황으로 만들어야 했나. 미 정가는 올 초부터 쿠팡을 두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 외교 당국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납득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문제가 터지면 차분하게 조사해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전방위로 달려들어 윽박지르는 우리 정치 풍토도 악영향을 미쳤다. 경찰 수사도 4개월 넘게 질질 끌고 있다. 그사이 쿠팡은 워싱턴에 로비할 시간을 벌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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