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빼면 거의 다 외국산... 한국 AI 생태계의 진짜 과제
2026.04.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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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을 꼽자면 단연 AI가 일등일 것이다. 2012년 제프린 힌튼 박사팀이 가지고 나온 알렉스넷이라는 최초의 현대적인 AI는 100만 장의 사진 속에 개체 인지 정확도가 83% 수준이었는데 2022년 말 나온 챗 GPT는 이제 인간의 지적 활동을 대체하는 수준을 지나 월등한 효율과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AI는 기술 패권 경쟁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인류는 AI로 인하여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암울한 기계 식민지 사회를 예측하기도 한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때부터 AI 3대 강국이라는 국가 목표 아래 AI 수석실, 국가 인공지능 위원회 등 거버넌스를 정리하고 GPU 26만 장 확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피지컬 AI를 필두로 한 권역별 핵심 과제 투자를 중심으로 AI 기술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 정부의 목표와 기조는 AI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는 가장 적절한 방향성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숲에서 길을 헤매다 보면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하는 법이다. 오늘은 무엇이 숲인지, 어떤 디테일을 놓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AI가 나무이고 컴퓨터가 숲?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넥서스>에서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가 만들어진 지 겨우 80년이 되었다. 변화는 날로 가속되고 있으며, 우리가 컴퓨터의 완전한 잠재력을 활용할 날은 까마득히 멀다. 컴퓨터는 아마 수백만 년 동안 계속 진화할 것이고 지난 80년 동안에 일어난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1946년 애니악의 등장 이후 IBM의 메인 프레임, 애플의 애플 2,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즈, 아마존의 아마존 웹 서비스, 애플의 아이폰 그리고 엔비디아의 DGX까지 80여 년간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컴퓨터들이 탄생했고 그 컴퓨터를 만들어 낸 회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6년 현재 한국 수출의 20% 수준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는 결국 컴퓨터로 만들어져서 소비자 손에 가기도 하고 AI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기도 한다. 즉 반도체의 완성 형태는 컴퓨터이다.
또 전 세계 시가 총액 Top10 기업들은 모두 컴퓨터의 핵심 부품 반도체를 만들거나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등), 컴퓨터를 직접 만들고 활용하여 기존 산업의 질서를 바꾸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다(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 메타, 테슬라 등). 또한 기술의 진보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게임, 영상, 사무용 소프트웨어, 인터넷, 스마트폰, SNS, AI 등 최근 몇 십 년간 전인류의 관심을 끌고 투자가 집중된 곳 모두 컴퓨터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의 변화만으로도 어마어마한데 이 기조가 수 만년 동안 진행된다고 한다. 당장 앞으로 수년 내에도 양자 컴퓨터, 우주 컴퓨터, 바이오 컴퓨터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피지컬 AI도 저자는 개인적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컴퓨터라고 정의한다.
이 정도 되면 AI가 나무이고 컴퓨터가 숲이 아닐까? AI에 국가 역량을 투입하여 AI 기술의 주권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고, 국가적인 컴퓨터 역량 정의, 기술 개발, 컴퓨터의 활용에 대해서 정당성과 보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 대비 불리한 한국의 조건
AI 글로벌 탑 2 국가인 미국, 중국뿐만 아니고 프랑스, 일본, 대만 등은 컴퓨터를 활용한 산업 생태계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AI 슈퍼 컴퓨터를 직접 구축할 수 있는 자국 내 생태계 존재 여부이다. 한국은 아직 AI 슈퍼 컴퓨터 구축을 위해서는 GPU만이 아니고 GPU를 넣어서 만든 컴퓨터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컴퓨터 안에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만든 HBM 메모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제품이 외국산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늦었지만 원칙을 만들고, 투자를 시작하고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빨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AI 생태계 구축의 디테일의 악마는 어디에 있을까? 정부의 막대한 AI 관련 기술 개발 사업과 각종 투자는 결국 개별 기업들의 기술 및 사업 개발을 통해서 사업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탄탄한 개발 조직을 갖춘 대기업의 앵커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기술과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두 주체가 상호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AI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지속적이고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생태계의 정의를 보면, 특정 지역에서 생물 군집과 비생물적 환경요소(햇빛, 물, 토양 등)가 물질순환과 에너지 흐름을 통해 기능적으로 결합한 유기적 체계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기대어 AI 생태계를 살펴보면, 물질 순환이 데이터나 AI 기술의 교류일 것이고 에너지의 흐름이 비즈니스의 결과 즉 자금의 순환일 것이다.
최근 글로벌 추세를 보면 AI 알고리즘이나 데이터는 허깅페이스 같은 사이트에 이미 수 백만 건이 올라와 있다. 딥시크의 알고리즘도 허깅페이스에 소스로 공개 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글로벌 AI 개발 커뮤니티는 유기적 상호작용을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논문의 검증 과정, 엔지니어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과정에 아직도 폐쇄적인 소스 코드 관리나 자금의 순환에서 글로벌 기업 대비 불리한 조건이 여전히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AI 플랫폼이나 솔루션은 구독제로 전환되고 있다. 심지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인 FSD도 구독제로 전환되었다.
반면에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만든 AI 서비스, 솔루션, 플랫폼 등은 아직도 구독 기반으로 계약되지 못하고 일회성 구축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나 정부 기관도 대부분이 이런 사업에서 단 년 사업을 기반으로 구축 예산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구독 중심의 사업 운영체계
먼저 정부와 정부 기관에서 구독 중심의 예산 수립을 하고 개별 기업들의 솔루션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구축 중심의 사업이 아니고 구독 중심의 사업 운영체계도 만들어 내야 한다. 민간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 회계 분야에서 구독료에 대해서 비용차감 정도만으로도 큰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은 한국 경제에 중요한 분기점이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연간 영업 이익이 400조를 넘을 기세이고, 방산, 2차 전지, 자동차와 로봇, 에너지 산업 생태계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이 소중한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은 숲을 제대로 보는 국가 전략을, 실행 기업들은 창의적이고 강인한 실행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AI 기술 교류와 자본이 교환되고 흐르는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숲을 이루는 컴퓨터의 미래 진화 방향성을 확인하고 견인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만들어 내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 ▲ 차정훈 실장 |
| ⓒ 차정훈 |
*필자 소개 : 차정훈 전 카이스트홀딩스 대표이사는 엔비디아코리아 상무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을 역임한 AI·반도체·창업생태계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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