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서울시 年예산 맞먹는 성과급 요구 … 시민들은 '싸늘'
2026.04.23 17:58
勞 "삼성 성장은 조합원 덕분"
영업익 15% 분배 요구하며
내달 21일부터 총파업 엄포
업계선 "투자 없이 성장못해"
파업땐 글로벌 반도체 타격
주주들 "지나치다" 맞불집회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투쟁결의대회'를 연 23일 평택캠퍼스 8차선 도로는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는 문구가 적힌 피켓으로 가득 찼다. 20·30대로 보이는 참여자들 표정엔 기대감이 묻어났다.
삼성전자 첫 파업이 있었던 2024년(6000여 명)에 비해 참석자 수가 많다 보니 이날 노조와 참석자들 발언은 더욱 강경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집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사측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협상장에 나와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집회 참석자들의 입장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건설 현장 노동자 50대 A씨는 "사측에서 업계 최대 보상금 지급을 약속한 걸로 아는데, (수억 원대 성과급 요구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말했다. 인근 상권에서는 이날 집회의 반짝 특수보다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한 백반집 사장은 "파업에 돌입하면 평택캠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안 나오는 거 아니냐. 그럼 장사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날 현장에서 맞불 집회를 연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사측과 노조 간 성과급 부분에 대해 주주에게 법적인 권리가 있어 보이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공장 폐쇄는 다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반도체 공장을 멈췄다가 살리는 데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하는데 (파업은) 이 호황 사이클에서 삼성전자, 그리고 주주들의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5개년간 설비에 242조원, 연구개발(R&D)에 148조원을 투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해에도 투자가 이뤄졌다"며 "실적에 따른 성과 배분은 당연하지만, 과연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이 적절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이날 열린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가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미 공급 부족 상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공급 차질 규모가 D램은 3~4%, 낸드는 2~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신들도 파업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노조 파업으로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 업체인 삼성전자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일어날 경우 AI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글로벌 공급망뿐 아니라 반도체가 전체 수출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 전반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도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집회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뿐만 아니라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와 초기업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지부·삼성화재 지부·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부까지 삼성 계열사 노조 위원장도 참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전날 집회를 열고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45조원은 지난해 삼성전자 배당금(11조1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 작년 말 기준 국내 아파트 단지 중 시세 총액이 가장 컸던 헬리오시티(23조7000억원·임대 제외 8190가구)의 2배에 달한다. 또한 작년 서울시 본예산(48조원)에 필적하는 규모다.
[평택 박민기 기자 / 서울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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