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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쌓일수록 빛나는 보석…'美+재테크' 한 번에 잡으세요"

2026.04.23 17:24

설지연의 讀說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저자
윤성원 한양대 보석학전공 겸임교수

뉴욕서 보석 세공 공부
귀국후 직접 제작하다
보석 홍보대사 뛰어들어

보석은 작은 부피에
큰 가치 담을 수 있어
무엇보다 착용 가능해
미적 만족·경험 남달라
“지금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도 될까. 세계 최고가 루비는 왜 반 토막이 났을까. 그리고 왜 자산가들은 가방 대신 보석을 사기 시작했을까.”

럭셔리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리치몬트그룹은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등 주얼리 부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국내 백화점에서도 주얼리 매출 증가율이 30%에 달하며 전체 평균(1~2%)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젊은 자산가를 중심으로 이른바 ‘보석 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신간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는 이런 변화의 배경을 추적했다. 금은 시세가 있지만 보석에는 이야기가 붙는다. 보석 가격은 물리적 스펙뿐 아니라 산지, 소유 이력, 거래 경로 같은 서사와 시장 구조가 결합해 정해진다. 시장 흐름을 읽고 안목을 갖추면 보석은 취향이자 ‘착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인 윤성원 한양대 보석학전공 겸임교수는 뉴욕 미국보석감정원(GIA)에서 수학한 뒤 20여 년간 글로벌 경매시장과 광산, 브랜드 현장을 오가며 활동해온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보석을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경제 언어로 설명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윤 겸임교수를 만났다.

윤성원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보석 관련 전 영역을 섭렵했는데 제작·판매가 아니라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뉴욕 GIA에서 감정, 디자인, 세공 등을 공부하고 귀국 후 제작과 유통 현장을 누비며 산업 구조를 익혔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께 보석을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국내 시장이 협소하고 보석이 사치품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보석의 가치와 구조를 알리는 역할이 절실하다고 느꼈죠. 이에 칼럼과 저술 활동을 시작했고, 강의로 확장됐습니다. 소비자가 보석을 잘 알아야 정직한 판매자가 인정받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교육과 강의를 병행하며 판매 현장과 소비자 인식을 동시에 바꾸려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핵심이죠.”

▷이번 책에서는 보석을 실물자산 관점에서 다뤘는데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와 부르봉파르마 두 왕가의 혈연과 기억이 얽혀 있는 루비·다이아몬드 리본 브로치. ©Sotheby's
“그동안 보석의 역사와 인문학에 집중했지만, 강의를 통해 소비자들이 진짜 갈증을 느끼는 부분은 가격과 시장 구조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보석을 ‘경제의 언어’로 설명할 필요를 느낀 거죠. 최근 수요가 급증했지만 여전히 객관적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보석의 경제학’을 집필해 산지부터 유통, 가격 형성 등 광산에서 손가락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걸프해역 영공이 닫혀 보석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요.

“보석산업은 지정학적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특히 두바이는 아프리카 산지와 인도 가공 시장을 잇는 다이아몬드 거래의 중심지인데 항공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물류 흐름이 끊기고 광산 회사들과의 일정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안전한 거래 도시라는 두바이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죠. 상황이 장기화하면 두바이의 허브 기능이 인도나 아프리카 산지로 분산되거나 과거 중심지였던 벨기에 안트베르펜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주얼리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속에서 실물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보석으로 확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세대 변화도 결정적입니다. 유행이 빠른 의류나 가방과 달리 보석은 내구성과 희소성을 갖춰 영구 보관 및 자산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의 특성까지 맞물려 한국 시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주얼리에 주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금보다 보석이 재테크 관점에서 나은 점은 무엇인가요.

2017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 출품된 1880년께 제작된 독일 공가 소장 다이아몬드 티아라. ©Sotheby's
“금은 시세가 명확해 개인이 프리미엄을 만들기 어렵지만 보석은 산지, 희소성, 브랜드, 소장 이력에 따라 개별적인 추가 가치가 형성될 여지가 큽니다. 또한 보석은 작은 부피에 큰 가치를 담을 수 있어 이동성과 휴대성이 뛰어납니다. 이는 지정학적 위기 시 자산 이동 수단으로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변동성이 완만해 와인이나 예술품처럼 장기적으로 가치를 축적하는 ‘슬로 자산’의 성격도 지닙니다. 무엇보다 큰 매력은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일상에서 사용하며 미적 만족과 경험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금을 포함한 다른 자산과 구별되는 특징이죠.”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하락세는 어떻게 보십니까.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2022년 고점을 찍은 이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확산과 주요국의 혼인율 감소, 글로벌 소비 둔화로 상당폭의 가격 조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주요 광산 노후화 등 공급 측면의 가격 지지 요인은 여전합니다. 과거 같은 급등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 생산 감소는 주목할 지점입니다. 다만 시장별로 흐름이 나뉩니다. 2캐럿 이하 예물 시장은 랩그로운과의 경쟁으로 가격 압박이 지속되겠지만, 희소성과 자산성을 중시하는 2캐럿 이상 고가 시장은 방어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양식 진주가 등장한 이후 오히려 가치가 뛴 천연 진주 사례와 비슷하죠. 재판매 가치도 관건입니다. 랩그로운은 재판매 가치가 거의 없는 반면 천연은 자산 가치가 유지됩니다. 결국 두 시장은 장기 보유와 상속을 고려하는 수요와 일반 소비 수요로 분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보석 시장 관심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나요.

“예물 시장은 다이아몬드 중심이긴 하지만 최근 유색 보석으로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는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늘며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죠. 루비는 희소성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사파이어는 다채로운 색상으로 선택 폭이 넓습니다. 에메랄드 역시 특유의 개성으로 꾸준히 사랑받죠. 유색 보석의 인기는 색과 빛이 주는 상징성과도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 선호하는 루비와 사파이어, 중동에서 인기 있는 에메랄드처럼 문화적 배경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입니다. 인간이 부여한 의미와 서사를 스스로 좇는 셈이죠.”



▷책을 읽으며 보석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합리적으로 구매할 방법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가령 스리랑카가 사파이어로 유명하다고 해서 여행객이 산지에서 보석을 구매하는 방식은 안전한가요?

“산지에서 직접 보석을 구매하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정부 인증 상점이라도 일반 소비자가 품질이나 처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도 현지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죠. 보석 시장은 전문가들도 정보 격차가 큰 분야입니다. 산지 직구를 낭만적인 선택으로 보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핵심은 시장 구조와 품질 기준을 먼저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죠.”

▷보석의 역사적·문화적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보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또 있을까요.

“보석은 역사·경제·정치가 맞물린 분야라 책이나 산업 리포트, 논문을 꾸준히 보면 좋아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추천하고 싶네요. 주얼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아르데코 시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재즈 시대의 대담한 장식·색 조합은 까르띠에 등 주요 메종이 디자인 언어를 완성하던 시기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당시 욕망과 에너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디자인이 보이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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