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총무가 회비 관리하고 파킹통장 기능까지 추가"…똑똑해진 은행 모임통장
2026.04.23 16:04
은행들 수신확보에 유리해
인뱅 이어 시중·지방銀까지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확대
'안정적'인 예·적금에서 기대수익률이 큰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심화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모임통장'을 앞세운 수신 경쟁에 돌입했다. 예·적금 자금이 주식과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자, 낮은 금리로도 안정적인 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모임통장이 부상한 것이다. 일찌감치 이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뱅크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작년부터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2금융권까지 가세했다. '생활금융 플랫폼'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이용자는 지난해 기준 1250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818만명에서 2년 만에 약 52.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잔액도 4조7929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늘며 약 123% 급증했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12월 모임통장을 출시한 이후 시장을 개척해왔다. 카카오톡 기반 초대 기능과 실시간 회비 공유를 앞세워 초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고, 이후 게시판·회비 규칙·생활비 관리 기능·모임 전용 체크카드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사용성을 고도화했다. 특히 모임원은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어도 초대 수락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 고객 확장성을 크게 높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능까지 결합했다. 'AI 모임총무'는 총입금액, 미납자 명단, 납부 마감일 등을 자동 정리하고 지출 내역을 기간·사용처별로 분석해 소비 패턴과 인사이트까지 제공한다. 단순 회비 관리 기능을 넘어 데이터 기반 가계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상 카카오뱅크가 독점하는 이 시장에 시중은행들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금리와 이벤트, 기능 차별화를 결합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6일 '쏠(SOL) 모임통장'을 전면 개편하고 공격적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회비 관리 편의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음달 8일까지 7~7777포인트를 무작위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전략에 힘입어 신한은행은 카뱅에 이어 모임통장 시장점유율 2위 자리에 올라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모임통장 잔액도 지난해 3월 628억6629만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646억1364만원으로 2배이상 늘어난 상태다. 이용 회원 수는 같은 기간 24만5981명에서 65만372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하나 모임통장'을 출시하며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입출금 계좌와 금고를 분리해 회비 정산과 자금 운용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남은 회비를 금고에 예치할 경우 최대 300만원까지 연 2.5% 금리를 제공해, 단순 회비 계좌를 넘어 소액 자산 운용 기능까지 결합했다.
KB국민은행은 'KB모임금고'를 앞세워 '파킹통장 결합' 전략을 택했다. 참여자 관리와 회비 정산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파킹통장 기능을 결합해 단기 유동자금까지 흡수하는 구조다. 2~3월에는 경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해 신규 계좌 개설과 잔액 확대를 동시에 유도하며 초기 고객 기반 확보에 집중했다.
우리은행은 슈퍼앱 '뉴원뱅킹'을 중심으로 모임통장을 생활금융 플랫폼의 한 축으로 편입시켰다. 2011년 도입했다가 2018년 중단했던 서비스를 2023년 말 다시 도입한 이후 UX와 알림 기능을 보완하며 재정비에 나선 상태다. 계좌·카드·대출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 안에서 모임통장을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 핵심이다.
인터넷은행과 지방·2금융권까지 경쟁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토스뱅크는 부부·가족 통장 등 관계 기반 기능을 강화하며 틈새 수요 공략에 나섰고, BNK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은 모임 지원금 이벤트를 통해 젊은 고객층 유입을 노리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유사 기능을 도입하며 시장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은행권이 모임통장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는 '저원가성 예금'이라는 구조적 장점 때문이다. 모임통장은 금리가 연 0.1~1% 수준으로 낮고, 일부 상품이 2%대를 제시하더라도 정기예금·적금 대비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는 낮은 편이다. 반면 평균 잔액이 크고 유지 기간이 길어 자금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수신 수단이다.
특히 최근 머니무브가 심화되며 예·적금 자금이 주식과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금리를 높이지 않고도 자금을 붙잡아둘 수 있는 수단으로 모임통장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로 대출 성장 여력이 제한되면서 정기예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유인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평균 2.9% 수준에서 한 달 넘게 정체돼 있다.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는 대신, 저원가성 예금인 모임통장 예금을 유치하는 것이 은행 입장에선 보다 효율적이란 의미다.
'모임통장 전쟁'은 당분간 더 격해질 전망이다. 또한 모임통장은 점차 금융 소비자들을 위한 '생활금융 플랫폼' 경쟁으로 전개될 것이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모임통장은 낮은 금리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모임원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며 "향후 경쟁은 금리보다 서비스와 플랫폼 연계성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범 기자 / 김예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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