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제품 만들어도...중복 규제에 개발 지연
2026.04.23 16:43
무바늘 채혈기 세계 최초 개발 ‘라메디텍’
채혈기+혈당측정기 복합제품 심사 시험 없어
제품 출시와 글로벌 진출 늦어져 성장 지체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 중소·벤처 기업들이 국내 규제에 막혀 사업을 포기하거나, 전혀 다른 업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는 각종 규제들은 기업 생존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규제 애로가 접수되고 정부마다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외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K혁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낡은 규제의 실태를 정밀 진단하고 고군분투하는 중소·벤처 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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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 라메디텍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 대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계열사 ‘세메스’에서 10년 이상 엔지니어로 일하다 사내벤처로 출발한 비앤비시스템에서 치과용·피부과용 레이저 장비를 개발했다. 이후 2012년 4명의 동료 엔지니어와 함께 라메디텍을 창업하고 레이저를 이용한 바늘 없는 채혈기 ‘핸디레이글루’를 개발했다.
‘2023 CES’ 혁신상을 수상한 핸디레이글루는 적은 혈액으로도 혈당 측정이 가능하고 모바일 앱을 통한 개인 맞춤 통합관리까지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소비자기술협의(CTA)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며 글로벌 경쟁력을 검증 받았다. 다만 국내 규정상 채혈기는 의료기기 시험, 혈당측정기는 체외진단기기 시험을 받아야 하는데 핸디레이글루는 둘이 결합된 복합 제품이라 유사한 시험을 각각 따로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계획된 일정보다 1년 정도 더 걸린 지난 3월이 되어서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품 허가를 얻었고 오는 6월 판매에 돌입한다.
최 대표는 “시험 항목이 상당 부분 겹치는데도 별도로 진행해야 해 비용과 시간이 이중으로 소요됐다”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판매 시점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제품이 시장에 늦게 나올수록 매출 발생 시점이 밀리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핸드레이 글루의 경우 레이저 기술이 들어간 만큼 제품 가격은 20만 원 후반대지만, 원가 부담이 커 마진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격을 낮게 유지한 이유는 환자 접근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애초 창업 계기도 당뇨를 앓던 가족을 위해서 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이저는 의료·미용 시장 쪽에서는 고가의 장비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의 장비인데 몇십만 원 수준으로 줄인 것은 우리만의 기술”이라며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내 혈액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만 사용해 병원용 장비에서 쓰는 레이저 발진기의 크기를 95%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고 다량 생산 공정 개발을 해서 원가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건강보험 제도 역시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라메디텍이 개발한 백반증·건선·아토피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광선기기 ‘케어빔’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피부과 전문의가 상주한 병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동네 병·의원에서는 장비 도입을 꺼리고, 환자들은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단순히 ‘전문의’ 조건만 완화해도 환자 접근성과 시장 확대가 동시에 가능하다”며 “중국은 ‘C메디컬’ 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규제를 완화해 값 싼 중국 기기들이 품질이 향상됐다. 한국의 의료기기가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미리 시장 진출을 막기 보다 문제가 생기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형식으로 규제 개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의료기기의 건강보험 수가 적용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전문의가 아닌 사람의 경우 남용의 우려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높은 기술인지를 보고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게 된다”라며 “치료에 혁신적인 기술이라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수 있겠지만 단순 피부과 기기가 필수의료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라메디텍은 레이저를 초소형화 할 수 있는 기술에 더해 센서 개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뒷받침 된다면 국내 시장에서 성장한 뒤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글로벌 유통사와 논의가 이어지는 중으로 현재 80%가 국내 매출인데 이를 수출로 전환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5년 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 매출로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공동 기획 이데일리·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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