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물꼬 텄지만…익스프레스 대금 배분이 변수
2026.04.23 11:53
DIP 대출·관계인집회 ‘이중관문’ 남아
최대 채권자 메리츠 선택에 시장 관심
최대 채권자 메리츠 선택에 시장 관심
| 서울의 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추진에도 숨통이 트였다. 다만 채권단 동의와 운영자금 조달 등 핵심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S홈쇼핑 운영사 NS쇼핑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근 선정됐다. NS쇼핑 측이 인수 의지가 높아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확인된다.
알짜자산 인수자가 결정되면서 본체 홈플러스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익스프레스 매각 자체보다, 확보되는 현금이 채권 변제에 우선 쓰일지 혹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지 여부를 회생 성패의 변수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다음달 4일까지다. 다만 법원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를 오는 9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긴급자금대여(DIP) 금융 3000억원 확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점포 효율화 및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현금 흐름을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흑자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과 점포 효율화 및 인력 감축은 진행 중이거나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4월 기준 홈플러스 임직원은 1만6450명으로 회생 신청 전인 지난해 2월(1만9924명) 대비 17.4% 감소했다. 연간 1600억원의 인건비 절약이 예상된다. 정리 대상 41개 점포 중 19개 점포를 연내에 영업 종료할 계획이다. 임대료 조정 및 부실점포 및 정리에 따른 매출 개선 효과만 1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또한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1일 진행된 본입찰에 NS쇼핑이 참여하면서 유찰 우려를 덜었다. NS쇼핑은 인수 의지가 높아 빠른 시간 내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이 거래종결(딜던)에 이르지 않더라도 성사 가능성이 높다면 이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 결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DIP 대출이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을 우선 집행하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그룹과 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관련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은 해당 대출을 공식적으로 거절했고 메리츠그룹은 홈플러스 회생 자체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의 사용 방식을 눈여겨 보고 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매각 대금을 채무 상환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의 채권 규모는 총2조6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메리츠그룹이 전국 62개 점포를 담보로 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채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선순위 담보권자로서 우선변제를 요구할 유인이 있다.
두 번째는 채무 상환 대신 대금을 홈플러스에 남기는 방식이다. 매각대금을 채권자에게 즉시 배분하기보다 현금을 홈플러스 운전자금으로 유보해 존속가치를 높이는 방향이다. 확보된 자금을 점포 운영, 상품 조달 등에 투입해 홈플러스를 정상화하면 채권자의 단기 회수액은 줄어들지만 중장기적으로 더 높은 회수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 홈플러스의 존속가치를 높여야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각 대금을 운전자금으로 회사에 유보시켜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높이고 채권자들의 단기 변제액은 줄더라도 최종 변제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채권자 측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채권자들에게 우선 변제권이 있다면 쉽지 않다”면서도 “홈플러스가 대출 등의 방식을 통해 운영자금을 별도로 조달하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관계인 집회도 또 다른 관문이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이 실행되기 위해 반드시 진행돼야 하는 절차다.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주주·지분권자가 모여 회생계획안에 대한 동의를 결정한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 위해서는 회생담보권자 조는 의결권 총액의 4분의3 이상, 회생채권자 조는 3분의2 이상, 주주·지분권자 조는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부 조의 반대로 계획안이 부결될 경우 회생계획안이 폐지된다. 다만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할 수 있다. 일부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지나치게 손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그룹 등 금융채권자 외에도 상거래 채권자, 임대인,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재무상태와 영업상황 ▷채권자 동의율 ▷회생계획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티몬의 경우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 조의 동의율이 절반에 못 미쳐 부결됐으나 회생법원이 직권으로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면서도 “홈플러스는 규모가 크고 이슈가 많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체 입장에서 청산과 회생 중 어떤 것이 나을지 법원이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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