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어떤 변호사가 살아남을지 생각할 시점
2026.04.23 11:26
법조계에는 부러울 정도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다. 공인회계사를 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도 꽤 여럿 있다. 하지만, 공인회계사였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많지 않다. 이러한 화려한 스펙을 가졌음에도 변호사 개업 후 당시로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던 리걸테크 산업에 뛰어든 경우는 아주 희소하다. 그런 후배가 며칠 전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을 방문했다.
남들이 전관예우에 관심 둘 때 그는 인공지능으로 법률서류를 작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선구자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한때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소와 징계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지만 전부 무죄 선고를 받고 징계도 취소됐다. 현재 법률사무소와 기업 등에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바람직한 성공한 법조인의 모습이다.
최근 변호사 배출 숫자를 둘러싸고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간의 갈등이 있었다. 변호사단체는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청년 변호사의 생존 문제를 근거로 합격자 수 감축을 요구하고, 로스쿨 측은 법률서비스 접근성 확대와 시장 성장을 이유로 공급 확대를 주장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주장의 근거가 있다.
변호사 수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법률시장 구조,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 그리고 기술 변화가 급격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충돌이다. 표면적으로는 수급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누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본질적 문제에 귀결된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법률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10억장의 판례와 법률을 1초 만에 검색해 주는 AI로 인해 법률 검색, 계약서 작성, 판례 분석과 같은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는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단순히 변호사 수를 줄이거나 늘리는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역할을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는 것이다.
AI시대 법조인은 첫째, 단순한 정보제공자가 아닌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전략적 판단 능력을 갖춘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
둘째, AI를 경쟁자로 여기며 좌절할 것이 아니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셋째, 법률서비스는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하므로, AI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고객과 소통하고 이해할 줄 아는 따뜻한 인간관계 형성 능력이 필요하다.
변호사 수 논쟁은 이제 ‘얼마나 많은 변호사가 필요한가’에서 ‘어떤 변호사가 필요한가’로 이동해야 한다. 미래의 법률시장은 기술과 결합한 소수의 전문가는 더 강해지고, 그렇지 못한 다수는 점점 더 어려운 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오늘 저녁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다. 합격해도 법조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가 불안한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성경에도 나오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의미와 방식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될 것이므로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자만이 법조인이라 불릴 것이다.
이찬희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겸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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