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명 재개발도 “공사비 인상해주세요”…수도권 ‘13만호’ 공급 비상 [부동산360]
2026.04.23 10:05
시공사, 조합에 “공사비 상승·공기 지연 사전안내”
서울·경기 착공 및 예정 사업장 100여곳 ‘공급위축’
서울·경기 착공 및 예정 사업장 100여곳 ‘공급위축’
| 지난 8일 오후 서울 도심 내 한 공사현장의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미·이란간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며 수도권 정비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고환율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해 주택 사업 현장 곳곳의 원자재 협력사들의 자재비 인상을 요청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재개발·재건축이 가시화된 100여곳이 전쟁 발(發) 타격을 입으면서 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공사, 아파트 올리는 도중 “공사비 상승 보전해달라” 요청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광명제9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건설환경 악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 및 공기 지연 관련 사전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전쟁 장기화로 자재 수급 차질이 계속해서 발샐할 경우 공사가 중단될 수 있으니 공사비 상승 및 공사기간(공기) 연장 협의를 적극 검토해달라는 게 공문의 요지다.
롯데건설 측은 조합에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영향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자재 공급차질이 현실화 되고 있다”며 또 “유가 및 환율의 상승, 운송비 증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나프타의 수급 불안 등으로 원자재 파트너사에서는 주요 자재에 대한 자재비 인상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측 불가 전쟁으로 인해 촉발되는 공사비 상승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다. 롯데건설은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통상적인 사업 수행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로서, 원자재 이슈가 장기화할 시 도급계약에 의거해 향후 전쟁 지연에 따른 추가 공사비 발생 시 관련 비용 보전 및 공기 연장과 관련해 조합과 협의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달라”고 전했다.
| 중동 전쟁 여파로 건설사들이 원자재 비용 상승 등 공사비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원자재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도심 내 한 공사현장의 모습. 임세준 기자 |
롯데건설이 이 같은 공문을 보낸 건 최근 전쟁 장기화로 인해 공사비 상승이 본격화 하자 이에 따른 위험 부담을 조합에 사전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조합에)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기 위해선 ‘관리처분변경 총회’ 등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데, 현재는 도급 변경 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때가 아직 아니다”라면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선제적으로 알리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스팔트의 원료인 아스콘은 3월 기준 전년 비 70% 수준으로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20~30% 상승했다. 레미콘혼화제의 경우에도 가격이 최대 30% 상승했고, 단열재는 원료 재고가 50% 수준밖에 남지 않아 가격이 최대 40% 인상된 상태다.
‘13만호 공급’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장 타격 영향권
이미 공사가 한창인 수도권 알짜 정비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상승이 예고되자, 서울 및 경기도의 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규 택지 공급이 마땅치 않은 서울 및 수도권에선 공급의 상당수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광명9R구역은 총 1509세대로 구성된 ‘광명 롯데캐슬 시그니처’ 착공에 착수한 재개발 사업지다. 지난 2024년 분양 당시에는 ‘고분양가 논란’으로 미분양이 났지만, 최근 20평대(1평=3.3㎡)에 해당하는 59㎡ 입주권이 7억8000만원~8억6000만원대에 해당했던 분양가보다 2억원 이상 높은 10억67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한 광명의 인기 주거지다.
공사비 상승은 정비사업 어느 단계에서나 이뤄질 수 있지만,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철거 중이거나 착공에 착수해 입주를 기다리는 조합원들에게 특히 타격이 크다. 이주비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복잡한 절차를 통해 추가적인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관리처분이 인가되고 착공에 착수했거나 착공을 준비 중인 사업지는 총 104곳이다. 서울서 관리처분 인가가 난 재건축·재개발 주택사업장(도시정비형 제외)은 11곳, 착공 사업장은 30곳이다. 경기도에서는 관리처분인가 사업장이 31곳, 착공 사업장이 32곳에 달한다. 이들이 공급 예정인 주택 수는 총 12만9036호 수준이다.
특히 정부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을 통해 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고 한 가운데 서울 알짜 정비사업지들도 모두 이 공사비 상승 영향권에 들어간다. 총 3000호 가까이 공급 예정인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2(SK드파인)·6(라클라체자이드파인)·8구역(아크로리버스카이)도 지난해 착공에 착수했으며, 성동구의 용답동·장미아파트(오티에르포레), 서초구의 방배삼익 등 재건축 아파트도 현재 짓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의 경우 과천시 주공4·5·8·9단지구역, 주암장군마을(디에이치아델스타)이 관리처분인가가 났거나 착공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상승이 주택 공급의 관건이 되는 ‘속도전’에서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사비가 상승할 시 시공사와 조합간의 협의 과정이 길어질 뿐 아니라, 법적 분쟁의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조합 측에 공사비가 상승을 요구하더라도 조합원들은 이에 협의할 생각이 없고, ‘유권해석’ 등으로 법적 분쟁이 뒤따라올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시의 코디네이터 제도 등을 활용한다 해도 입주 속도가 최소 수년 이상 늦춰지는 건 불가피하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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