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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앞 줄줄이 놓인 ‘마감시계’…시간과의 싸움 된 이란 종전

2026.04.23 13: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전국 챔피언 축하행사 연설을 한 뒤 자리를 뜨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둘러싼 ‘시간 압박’ 논란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교착 상태의 종전 협상은 역설적으로 점점 ‘시간과의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전쟁 장기화 여부를 가를 법적 시한,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중간선거까지 트럼프 대통령 앞에 줄줄이 놓인 시간표가 그의 입지를 점점 좁히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휴전 시한에 관한 질문에 “시간 제한은 없다. 사람들은 내가 중간선거 때문에 이 문제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전격적으로 휴전 연장을 선언하면서도 시한을 명시하지는 않았는데,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휴전 기간을 3~5일 정도 더 줄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면서 “정해진 기한은 없다”고 한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포함한 안팎의 이유 등으로 종전 합의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휴전 기한 없다”…합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보도에서 3~5일 기한이 언급된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은 이란의 제안을 받기 위한 확정된 마감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타임라인은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시간에 쫓겨 ‘불리한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자 협상 주도권을 미국이 갖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현재 종전 문제가 ‘시간’ 변수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는 여러 개의 ‘마감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며 그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경내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감시계① 전쟁 권한 법적 시한 5월 1일
가장 직접적인 제약은 전쟁 권한과 관련된 법적 시한이다. 미국의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을 개시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은 60일로 제한된다. ‘장대한 분노’라는 이름의 이번 군사작전은 2월 28일 시작됐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한 시점은 3월 2일이어서 그로부터 60일 뒤인 5월 1일 시한이 만료된다. 대통령이 ‘불가피한 군사적 필요성’을 입증할 경우 30일 추가 연장이 가능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적지않아서다. 천문학적 전쟁 비용과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의회가 30일 연장 시도를 막아 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60일 기한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할 수도 있지만 돌아올 정치적 부담과 역풍을 뚫고 감행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작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월스트리트저널(WSJ)]
마감시계② 미·중정상회담 5월 14~15일
두 번째 시간 변수는 내달 14~15일로 잡힌 미·중 정상회담이다. 애초 이번 전쟁이 시작될 때 국제안보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란과 밀착 구도를 그리며 이란산 원유 최대 수입국이기도 한 중국을 겨냥한 우회적 압박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이 이란 연관 선박을 차단하며 ‘해상 역봉쇄’에 나선 것도 결국 중국 경제안보를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가 중국의 중동 전략과 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10월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상당량을 중동에 의존하는 만큼 해협 불안정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 전반에 큰 부담 요인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최대한 압박해 종전 후 중동 에너지 패권을 확보한 뒤 희토류, 대두, 첨단기술 등을 다룰 미·중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문제는 종전 협상이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다. 그러면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양국 무역협상 자체의 성과가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란 전쟁 여파로 3월 말에서 한 차례 늦춘 정상회담을 다시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방중 이전에 최대한 종전에 합의해 ‘정리된 성과물’을 들고 미·중 정상회담에 임하는 게 유리한 셈이다.

마감시계③ 중간선거일 11월 3일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인 또 하나의 시계는 11월 3일 예정된 미 중간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날 치러진 버지니아주 선거구 재획정 주민투표가 야당에 유리한 쪽으로 가결되는 등 최근 몇 달 사이 치러진 주요 보궐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선거 결과를 두고 “엄청난 ‘우편투표 용지’가 쏟아지기 전까지는 종일 공화당이 이기고 있었다”며 ‘우편투표 부정선거 탓’이라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마련된 한 투표장에서 한 유권자가 주 선거구 재획정 주민투표에 참여해 기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계속 하락세인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도 큰 부담이다. 지난 16~20일 실시된 AP 통신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3%로 집권 2기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달 19~23일 같은 기관 조사치 35%에서 3%포인트 하락한 32%였다. 종전 출구를 찾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수렁 탈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국방부(전쟁부)가 호르무즈해협에 부설된 이란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이란 간 종전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해협 내 실제 해상 운송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내 여론 악화에 불을 댕긴 기름값 폭등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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