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래까지 멈춰세운 노조
2026.04.23 11:43
집회 앞둔 평택 P4・5 공사현장 르포
4만명 운집 전망…통행로 전면통제
장비·인부 이동 막혀…공사 올스톱
지역주민들 “배불러 파업” 민심 싸늘
노조 “최대 30조 손실” 사측에 엄포
성장, 경기사이클·정부·주주 지원 덕
이익배분 지속가능성, 경쟁력 고려해야
임직원 정밀한 보상 체계 재정립 필요
“노조파업은 누가봐도 자살행위”
4만명 운집 전망…통행로 전면통제
장비·인부 이동 막혀…공사 올스톱
지역주민들 “배불러 파업” 민심 싸늘
노조 “최대 30조 손실” 사측에 엄포
성장, 경기사이클·정부·주주 지원 덕
이익배분 지속가능성, 경쟁력 고려해야
임직원 정밀한 보상 체계 재정립 필요
“노조파업은 누가봐도 자살행위”
|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기로 한 23일 오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진은 조합원들이 시위용품을 받는 모습. 평택=윤창빈 기자 |
“우리는 뭐 먹고 삽니까.”(삼성전자 P5팹에서 일하는 건설근로자)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주장하며 삼성전자 노조가 하루 집회를 개최하면서, P4·P5팹 공사에도 차질을 미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노조의 단체행동이 반도체의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약 파업까지 이어진다면 지역사회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3면
▶일부 협력업체 휴무로 한산한 출근길=삼성전자 노조 약 4만명 가량이 운집하는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23일 오전 6시. 평소 같았으면 약 2만여명 가량이 출근을 하지만, 대규모 집회로 일부 협력업체는 하루 휴무에 들어가면서 출근길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노조 집회로 P4, P5팹 건설 현장 앞 8차선 도로가 전부 막히면서 지게차 등 공사 차량과 인부를 실어나르는 출근 버스도 진입도 어려웠다. P4, P5팹 공사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면 북적거렸을 P5팹과 곧바로 연결되는 2번 게이트와 P4·P5팹을 잇는 육교도 집회로 통행이 제한됐다. 출근 시간이 다다른 일부 건설근로자들은 “열린 게이트가 어디냐”며 1km 가량 떨어진 게이트로 돌아가기도 했다.
P5팹에서 일하는 윤모(48) 씨는 “일부 현장 근무자는 노조 집회로 하루 휴무에 들어갔다”며 “집회로 하루 일당 15만원을 날린 것은 물론 오늘 제대로 공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배불러서 집회한다고 현장 민심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집회가 이뤄지는 일대 1km 도로에는 양쪽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 붙인 슬로건이 즐비했다. 노조는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총파업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자’, ‘적자는 경영실패 결과다. 무능한 경영진이 책임져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원들은 성과급 지급 기준 투명화와 샐러리캡(보상한도) 폐지를 주장하며 오전 9시께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이날 집회 참석인원은 약 4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8881명)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공문을 보내면서 현장을 지켜달라고 당부했지만 노조 측은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사내 공지를 통해 “노조법에 따라 안전보호시설은 파업·집회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근무 유지를 당부했지만, 노측은 “필수 공익사업장이 아니라 노조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필수 인력보다 더 많은 인원이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전면 실행될 경우 적게는 5조원 많게는 10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18일간 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사측에 경고장을 날렸다.
▶“2023년 셧다운 재현되나” 지역주민 분통=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지역주민은 신규 팹 건설이 멈췄던 2023년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P4, P5팹 건설을 2년간 중단한 바 있다. 건설근로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평택캠퍼스 일대 절반 이상은 공실이 됐고 건물 다수도 경매로 넘겨졌다.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5년간 음식점을 운영한 한모(45) 씨는 “2023년 건설이 중단되면서 이 일대 음식점이 전부 망했다”며 “인부 뿐 아니라 하청업체 등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가 먹여살리는 식구가 어마어마하다. 노조 파업으로 삼성전자에 타격이 미친다면 우리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 아니냐”고 일갈했다.
평택에서 10년동안 택시를 몰았다는 양모(63) 씨는 “삼성전자가 들어오고 나서야 평택 경기가 살아났다”며 “뼈빠지게 하루 10시간을 차를 몰아야 한달에 400만원을 버는데, 몇 억을 달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평택지역 공인중개사 김모(56) 씨는 “평택 경기는 삼성전자에 달려있다”며 “삼성을 중심으로 임대인, 음식점, 음식점 등에 고용된 사람들, 삼성전자 협력사 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번 파업으로 삼성이 흔들리게 되면 수십 만명이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 23일 오후 삼성전자 노조 집회로 4만명 가량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팹 게이트가 막혀있다. 이날 현장의 일부 인원은 하루 휴무에 들어가고 일대 8차선 도로가 막히면서 화물차 등의 접근도 어려워 공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박지영 기자 |
▶“파업은 자살행위” 주주들도 행동 나서=일부 주주들은 “삼성이 1등기업이 될 수 있었던 건 주주 덕분”이라며 맞불 집회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지급한 전체 주주 배당금은 11조1000억원이었는데, 삼성전자 노조가 약 4배에 달하는 약 45조원 가량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다.
집회를 주최한 A씨는 “지금 삼성이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직원들뿐 아니라 정부와 주주의 끊임 없는 성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성과급 40조 요구와 세계 최고 반도체 공장 폐쇄라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무도한 요구에 맞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는 1인 시위도 벌어졌다. 김모(45) 씨는 ‘대한민국 미래를 망치는 노조 파업에 반대한다’는 슬로건을 들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삼성전자가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만약 삼성전자가 타격을 받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 하락 뿐 아니라 환율 등 국가 신인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노조의 파업은 누가봐도 자살행위”라며 위기감을 느껴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더 많은 보상 필요’ 산업계 줄파업 예고=삼성전자 노조의 집단행동 영향으로 업계는 줄파업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달 30일부터 BGF로지스에 운송료 인상을 해달라며 집회를 벌였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 또한 “임금인상률은 2021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가장 낮고, 현재의 노동강도와 환경, 조합원이 체감하고 있는 부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30일 여의도 LG 트윈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기회에 기업들의 임직원 보상 체계를 정밀하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의 호황기 성과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경기 사이클과 향후 예상되는 불황 등을 함께 고려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상 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기 실적에만 초점을 맞춘 노사 간의 교섭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경기 사이클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노사 협상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익 배분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 유지를 전제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도한 성과급은 주주 몫과 미래 투자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며 “성과급이 기본급 체계를 흔들 정도로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너스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수준이 되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으로 보상이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중소·중견기업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개별 기업 이슈로 보기보다 산업 전반의 성과가 확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택=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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