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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회생 우려 기업, 코로나 때보다 60% 급증

2026.04.23 05:01

‘부실 징후 가능성’ 업체 5000곳 넘어
美 정부 관세 부과에 경기둔화 겹친 탓
중동사태發 고물가·고환율에 기업부담 증폭
기촉법 상시법화·선제적 구조조정 절실
중소 제조기업이 몰려있는 인천 남동공단 전경. 연합뉴스
“그나마 은행 대출을 갚아야 하다 보니 파산하기 직전이라도 문을 닫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섬유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변 업체 중 60~70%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는 중동 사태로 유가와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포장용 비닐과 염료 및 전기 등 유틸리티 가격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실제로 경기도에 공장을 둔 한 섬유 화학 업체 A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고 한다.

경기 둔화에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이 부실 징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체가 사상 처음으로 5000곳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전쟁에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어 선제적인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M)과 2개 국책은행(산업·IBK기업),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 등 13곳이 경영보고서에서 부실 징후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분류한 업체는 지난해 말 현재 총 5058곳이다. 1년 새 21.4%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코로나19로 셧다운이 있었던 2020년 말(3220곳)의 1.57배다.

채권은행들은 부실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뒤 등급을 4단계(A·B·C·D)로 나눈다. A는 정상이고 B는 부실 징후 가능성, C는 워크아웃, D는 기업회생이다. 이 중 B등급은 구조조정 직전 수준으로 부실 위험도가 높은 기업군이다.

은행 전반에서 B등급 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 ‘B등급(부실 위험 가능성)’으로 매긴 업체는 전년보다 5.7% 늘어난 729곳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28.6%)과 하나은행(16.7%)도 증가세가 가팔랐다. 특히 우리은행에서는 B등급 기업이 2024년 163곳에서 지난해 631곳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국책은행과 지방에 거점을 둔 채권은행에서도 구조조정 직전까지 몰린 기업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한국산업은행이 B등급으로 분류한 업체는 344곳으로 전년보다 25.1%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146곳)과 비교하면 2.4배 확대됐다.

대구·경북 지역 비중이 높은 iM뱅크의 경우 B등급 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356곳으로 1년 사이 2.1배 급증했다. BNK부산은행(16.1%)과 광주은행(63.3%)도 B등급 기업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시중은행의 비수도권 지역 지점장은 “일부 대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방 중소기업 중에는 경영 여건이 나쁜 곳이 상당히 많다”며 “구조조정 직전까지 다다른 업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지속되는 고환율과 산업 재편 및 통상 불확실성으로 기업회생과 워크아웃 직전에 몰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B등급 기업이 계속 늘어나면 향후 실제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하는 기업군(C·D등급)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중동 사태에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맞물려 부실 위기에 놓인 업체가 늘고 있다”며 “그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은행 관리 하에 경·공매나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중·지방·국책은행이 관리 중이라고 밝힌 정리 대상 기업은 311곳이었다. 전년(218곳)보다 42.7%나 불어난 것으로 2020년(160곳)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94.4%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의 리스크 담당 부행장도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 산업은 부진하다”며 “부실 위험 기업의 수가 우상향하는 배경”이라고 했다.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워크아웃·구조조정 직전까지 몰리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쟁이 본격화한 3월 전부터 기업대출 연체율은 이미 높은 수준을 보여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 말 현재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0.76%로 2017년(0.79%) 이후 최고치다. 2월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2%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16년(0.9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계에서는 부실 징후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선제적인 지원과 구조조정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B등급 기업 중 구조조정 필요성이 더 큰 회사를 ‘B-등급’으로 따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전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진 만큼 핀셋 지원이 필요한 업체들이 더 있는지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만 하더라도 전기차 전환과 같은 이유로 구조적 어려움을 겪는 부품사가 많을 것”이라며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라도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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