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호 칼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65세' 노인 연령 기준 올려야
2026.04.23 05:01
정년 퇴직 이후에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A씨(65)는 노인이란 호칭 듣기가 거북하다. 어르신이란 용어도 마찬가지다. 관광지 등 공공시설에서 '노인요금'을 내는 것도 마음에 썩 내키지 않는다.
그는 지하철에서 교통약자석에 앉는 일도 없다고 한다. 1980년 서울지하철 1호선과 버스에 경노석을 만든 이후 2005년에는 교통약자석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응답자 1만 78명)에 따르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 기준은 평균 71.6세로 2020년에 비해 1.1세 상승했다. 전체 노인의 79.1%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재산 상속에 대한 가치관이나 인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장남에게 많이 상속하겠다는 비중은 2008년 21.3%에서 2023년에는 6.5%로 급감했다.
육체적으로 65세가 지하철 교통약자석을 이용할 만큼 쇠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치관이 과거처럼 낡고 권위적이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노인 연령의 연원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9년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노령연금을 세계 최초로 도입할 때 수급 연령은 70세로 출발해 1916년에는 65세로 낮췄다고 한다. 당시 독일인의 평균 수명은 49세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개별법에 의해 각종 복지 제도의 수혜 기준 연령을 대부분 65세로 하고 있다.
노인복지법 26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에 대해 수송시설 및 고궁, 능원. 박물관, 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요금을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는 경로우대 조항이 있다. 최근 논쟁거리인 지하철 노인 무임 승차의 근거법이기도 하다.
노인복지법을 시작으로 기초연금법에 의한 연금 수급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한 신체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의 복지 제도 수혜 기준도 65세로 돼 있다.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1981년에만 해도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66.1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83.5세로 17.4세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도 2.4세 길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으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런 속도라면 오는 204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2년 12월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 과제'를 발표하면서 고령자 기준을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2011년 6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국민의 68.3%, 65세 이상 인구의 83.7%는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2023년 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내용과 비슷하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 문제는 최근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진 것과 무관하지는 않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4일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국가유공자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 달라면서 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지하철을 비롯한 전국 6개 지하철운영기관과 노사는 무임승차 비용을 중앙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줄곧 요구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번 기회에 무임 승차에 따른 지하철 적자 문제는 더 이상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핑퐁 게임을 하지 말고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은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응책으로 다뤄져야 할 국가적 사안이다. 100세 시대에 걸맞게 노인복지 제도나 고용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개선해야 한다.
재정 적자나 연금개혁, 정년 연장 등 노동시장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오래 전부터 연구해온 과제이기에 갑론을박만 할 때는 지났다. 70세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2024년 10월 21일 취임사를 통해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건의했다. 1주일 뒤에는 공식 제안서를 정부에 보냈다.
오는 2050년에는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늘어나 생산 인구가 감소하고 복지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버니스 뉴가튼 교수는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했다. 과거의 같은 세대에 비해 훨씬 젊고 건강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는 75세까지는 젊은 노인(Young Old)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대한노인회가 75세를 제시한 것이 뉴가튼 교수 연구를 참조했는 지는 모르지만 파격이긴 하다.
은퇴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50~60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은 소비의 큰 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서울시 2022년 65세 이상 30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들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60대가 노인이라는 인식은 오래 전 깨졌다. '사회적 논의'를 한다면서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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