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국힘 찍어 장동혁 살면 어떻게 해요?”
2026.04.22 23:56
‘장 대표 심판’처럼
흘러가는 지방선거
국힘 참패해야
새 살 돋을 거란 희망도
그러나 참패 뒤
무엇 올지도 안갯속
평생 보수 정당에만 투표했다는 분들의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실제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심정은 ‘기권’이라고 한다. ‘정부 여당이 저렇게 폭주하는데 못난 야당이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면 이분들 대답이 비슷하다. “그래서 국힘 표가 어느 정도 나오면 장동혁이 자기 공이라고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앞으로 계속 야당 대표 하면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정권 중간에 실시되는 ‘중간 선거’는 정권 중간 평가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권 평가가 아니라 ‘장동혁 심판’처럼 흘러가고 있다. 선거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밉상이나 혐오 대상이 된 정치인을 심판하자는 공감대가 유권자들 사이에 형성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복잡하고 이해가 갈리는 문제가 아니어서 유권자들에게 각인되기 쉽고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넘는데 야당 대표가 장동혁 아닌 누구라도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지금 주가가 사상 최고라고 해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없애기 위해 하고 있는 무리하고 무도한 행태를 국민이 모를 리도 없다. 압도적 정당에 대한 견제 심리도 무시 못 한다. 하지만 견제하는 민심이 형성되려면 그 민심을 받아줄 그릇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힘이라는 그릇은 깨지고 부서져 있다. 민심이 모일 그릇이 없으니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 정권에 대한 높은 지지는 이런 상황에 따른 반사적 이익 측면도 있다.
지난 대선 때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표를 합치면 49.4%다. 물론 이 전체가 보수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보수표 전체의 잠재력이 이 정도 된다고는 말할 수 있다. 지금 국힘은 그 절반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만약 국힘이 35~40%의 지지율만 받고 있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향배는 여권도 쉽게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정권 입장에서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정권 입장에서 어려운 이 일을 장 대표가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
장 대표가 어떤 사악한 생각을 품고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국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본 결과 장 대표를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당 대표 당선과 그 때문에 ‘갑자기 현실이 된 대권 꿈’이라고 본다. 장 대표가 왜 미국에 갔는지 다들 의아해하지만 과거 방미(訪美)를 대선 주자들의 필수 코스처럼 여겼던 우리 정치 관행을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남이 뭐라든 장 대표는 대선 꿈을 갖게 됐다고 본다. 이런 시각으로 그를 보면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된다.
정치인이 대통령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꿈을 아예 꾸지 않는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자기 개인 출세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꿈을 꾸려면 제대로 꿔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장 대표가 먼저 국힘을 정상화시키고 그 공로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정상적인 코스다. 국힘 정상화는 국힘 의원들 전체 명의로 발표됐던 ‘윤석열과 절연’ 선언이 그 시작이다. 상식적인 문제다.
장 대표도 이 선언문에 동참은 했지만 속마음은 전혀 딴판이라고 한다. 장 대표는 국민 사이에 강경 보수(윤어게인)가 상당히 많고 국힘은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장 대표 개인적으로는 이 강경 보수만으로도 자신이 국힘의 다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장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선전과 강경 보수들의 지지라는 두 갈래 길에서 이미 강경 보수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 참패만 면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장 대표를 대표로 만든 주력군이 국힘 영남권 의원들이다. 정치 격동기에 자신들의 입지를 흔들 수 있는 사람 대신 정치 초년병을 대표로 앉혀 놓은 것이다. 지금 국힘은 국민 전체에선 소수이지만 당내에선 소수파가 아닌 강경 보수, 그 강경 보수를 업고 대권 꿈에 빠진 장 대표, 그런 대표가 차라리 낫다는 영남권 의원들의 결합체처럼 돼 있다. 퇴행적이지만 주고받는 이익이 있어 만만치 않은 결합이다.
적지 않은 보수층 유권자들은 이 퇴행적 결합체를 깨뜨리는 방법 중 하나가 이번 선거에서 국힘을 참패시키는 것이란 생각에 도달했다. ‘국힘 찍어 장동혁 살면 어떻게 해요?’라는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국힘 참패 뒤에 과연 보수층이 바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확답을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자기 보신이 우선인 의원이 많은 국힘 내부에 그런 동력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국힘 참패 뒤에 오는 것은 야당 혁신이 아니라 더 막가는 정권 폭주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을 진퇴양난이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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