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왜 LG화학 권고적 주주제안만 반대했나”…연금에 서한 보낸 행동주의펀드
2026.04.22 17:49
“기존 의결권 행사와 비교해도 일관성 부족”
국민연금 뺀 65개 기관 모두 찬성표
온건한 안건의 수탁위 판단 과도 지적도
국민연금 뺀 65개 기관 모두 찬성표
온건한 안건의 수탁위 판단 과도 지적도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팰리서캐피탈은 최근 국민연금에 LG화학 정기주총 의결권 결정의 논의 과정과 판단 기준을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비공개 서한을 보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소수주주들이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에 대거 찬성하며 LG화학의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을 분명히 드러낸 만큼 국민연금도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보다 투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다.
팰리서캐피탈은 현재 의결권 행사 내용을 공시한 LG화학 기관투자자 66곳 가운데 국민연금을 제외한 65곳이 모두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양대 공적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도 포함됐다. 또 국민연금과 ㈜LG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할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한 일반주주 찬성률도 70%를 웃돈 것으로 추산했다. 팰리서는 이 같은 표결 구도가 국민연금의 판단이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소수주주 전반의 시각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번 LG화학 정기주총에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과 선임사외이사 선임 등 팰리서캐피탈이 주주제안한 안건 전부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표결에 앞서 열린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안건이 이사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 반대 사유로 제시됐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표결 대상이 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결의다. 이사회가 이를 반드시 이행할 의무는 없지만 주주가 회사 경영과 거버넌스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회사가 이를 검토해 답변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팰리서캐피탈은 서한에서 이번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이 이사회 권한을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유럽계 자문사 PIRC, 국내의 한국ESG기준원과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다수 자문사가 해당 안건을 지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가 권고적 주주제안은 이사회를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 역시 근거로 제시했다. 결국 회사에 특정 조치를 강제하는 안건이 아닌데도 국민연금이 제도 도입 자체를 막은 것은 과도한 판단이라는 것이 팰리서 측 인식이다.
민감한 안건의 주주권 행사 여부를 전담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가 팰리서캐피탈의 주주제안을 심의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팰리서의 주주제안은 비구속적 성격의 거버넌스 관련 안건으로 상대적으로 온건한 내용인데도 수탁자책임위원회 심의 대상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LG화학에 대해 그간 보여온 문제의식과도 배치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과거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에 반대했고 기업가치와 주주권익 훼손 우려를 이유로 신학철 부회장 재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LG화학을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가치 훼손과 거버넌스 문제를 지속적으로 인식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LG화학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정작 주주들이 이를 제도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안건에는 반대했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팰리서 역시 이를 진단과 처방이 엇갈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권고적 주주제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기존 의결권 행사와 이번 결정 사이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팰리서캐피탈은 국민연금이 율촌화학과 솔루엠 등 다른 상장사의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에는 찬성해왔음에도 LG화학 안건에는 이례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국민연금이 찬성했던 DB하이텍의 권고적 주주제안권 신설 안건과 이번 LG화학 안건의 문구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다른 결론을 내렸다면 최소한 LG화학 안건에서만 반대해야 했던 구체적이고 특수한 사정을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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