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
“전국 다 불법인데요?”…걸리면 복구, 돈은 꿀꺽 파크골프장의 ‘황금공식’
2026.04.22 15:30
잔디 위에 꽂힌 깃대와 이를 둘러싼 펜스. 언뜻 보면 일반적인 체육시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지를 장기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엄연한 농업진흥구역이다.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파크골프 열풍 속에 농지 위에까지 코스가 들어서고, 공공시설을 무단으로 전용하는 등 곳곳에서 불법 행위가 확산하고 있다.
잔디 농장이 파크골프장으로?…불법 운영 난립, 처벌은 미미 / KBS 2026.04.20.
https://youtu.be/hCsERYjZJHU
경북 고령군의 한 잔디농장에 36홀 규모의 대형 파크골프장이 조성돼 운영 중인 가운데 불법 여부를 알면서도 영업을 이어가는 실태가 확인됐다. 빠르게 늘어나는 시설과 달리 이를 관리하고 규제하는 제도는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 현장에서는 지금도 위법 논란과 행정 대응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 "마음이 아픕니다. 파크 골프장은 전부 다 불법적이고 합법적으로 좀 했으면 좋겠고. 잔디 농장을 30년, 40년 했던 곳인데.." -불법 파크골프장 대표 A씨- |
보도가 나간 뒤, A씨는 전화를 걸어왔다.
"깃대 몇 개 꽂고, 펜스 좀 친 겁니다. 내일 당장 철거할게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36홀짜리 파크골프장이 '깃대와 펜스'로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말도 담담했다.
"푼돈(입장료) 받아서 인건비 주면 남는 게 있겠습니까."
그래서 다시 물었다. 농업진흥구역에서 영업하는 게 맞느냐고. 농지법 위반은 인정한다면서도 파크골프 성수기인 두 달만 장사한 뒤에 다시 잔디 농사로 돌릴 거라고 한다.
■ "불법인 건 알지만"…멈추지 않는 영업
파크골프장이 불법 운영되고 있는 잔디농장의 대표는 골프장 대표의 아내 B씨, 그 역시 위법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농지법 위반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알고 있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운영은 계속된다. 5월 내내 아마추어 파크골프 대회가 잡혀 있어 무를 수 없다고 한다. 대회 참가비는 4만 원, 신청 인원은 이미 2천 명이 넘는다.
위법을 인지하면서도 영업을 이어가는 이른바 '알고 하는 불법'이다.
■ "전국 다 그런데요?"…적반하장식 항변
더 황당한 대목은 따로 있다. 불법 운영 지적에 대해 "전국 파크골프장 중 합법적인 곳은 없다"고
A. B씨 모두 입을 모았다.
■ 농지 위 36홀…창고는 실내 시설로
문제의 부지는 농업진흥구역으로, 원칙적으로 농업 외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현장에는 파크골프 코스뿐 아니라 운영 사무실, 그리고 스크린골프 시설, 숙박을 위한 카라반까지 들어서 있다. 특히 사무실은 농사용 창고로 허가받고도 버젓이 다른 영업시설로 이용 중이다.
■ 부서마다 '소관 아님'…쪼개진 행정
파크골프장 불법 운영의 전반적인 실체를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불법건축물 여부'는 건축과 건축관리팀, ' 농지보전부담금 미납 여부'는 농업정책과 농업정책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여부'는 환경과 환경정책팀, '재해영향평가 여부'는 군민안전과 자연재난팀.
부서별로 각자의 법령 범위 안에만 머물 뿐, 전체를 종합해 판단하거나 책임을 명확히 짚는 주체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불법 정황은 여러 갈래로 드러나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벌고 나서 복구'…반복되는 구조
고령군은 농지법 위반에 대해 원상회복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조치는 '원상회복'에 그친다. 이미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별도로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결과가 단순해진다. 운영은 계속되고, 수익은 쌓인다. 적발되면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지고, 일정 기간 뒤 시설은 사라진다. 하지만 그 사이의 이익은 고스란히 남는다.
현행 제도에서는 불법 시설이라도 일정 기간 운영을 통해 이익을 얻고, 이후 적발되면 원상복구를 하면 그만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체육시설법상 파크골프장은 별도의 '등록이나 신고 대상'이 아니라 규제에서 비껴가 있고, 농지법은 '원상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수익 환수 규정은 없다.
"전국 파크골프장 중 합법적인 곳은 없다"는 업체 대표의 말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파크골프 인구 백만 시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크 골프 관련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인기에 편승해 비정상적인 구조를 눈감는다면 비슷한 일은 어디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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