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 보물창고·단색화 거장… 샌프란시스코에 부는 韓미술 바람
2026.04.22 00:42
미군 마대 자루 소재 ‘접합’ 연작 등
60년 작업 세계 아우르는 50점 소개
현대미술관 RM 소장품전
겸재 정선·김환기 등 150여 점 망라
“출품작 대부분 일반에 최초 공개"
올가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대형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한국 단색화 거장 하종현(91)의 대규모 회고전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Asian Art Museum·AAM)에서 개막하고, 10월엔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소장품을 최초 공개하는 특별전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시작된다.
올해는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이 자매도시 결연을 맺은 지 50주년 되는 해. 두 미술관 관계자들이 21일 방한해 서울 종로구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소영 AAM 관장은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흐름 속에서 두 전시가 한국 미술을 더 널리 알리는 ‘빅 코리아 모멘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9월 25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AAM에서 열리는 ‘하종현: 회고전’은 북미 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이소영 AAM 관장은 “하종현 작가를 단색화 화가로만 알다가 전체 생애에 걸친 작품의 다양성을 보고 놀랐다”며 “많은 미국 관람객들에게 그 폭과 깊이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AM은 미국 최대 규모의 아시아 미술관이다. 이 관장은 보스턴 하버드대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거쳐 지난해 이 미술관 관장으로 임명됐다. 이번 전시 기획은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초청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김 감독은 “하종현의 일대기를 주요 작품 중심으로 구성하되, 작품 탄생 배경과 의미를 한국 역사 변화의 맥락 속에서 풀어낼 것”이라고 했다.
하종현은 전매특허인 ‘접합’ 연작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다. 미군이 군량미를 담았던 마대 자루를 잘라 뒷면에 물감을 짠 뒤 앞면으로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을 창안했다. 캔버스 표면에 물감을 칠한다는 회화의 고정관념을 깬 혁신이었다. 올 굵은 마대 뒷면에 두껍게 올린 물감을 나무 주걱으로 짓이겨 밀어내면 성긴 틈새로 물감이 배어나온다.
전시는 초기작부터 대표 연작 ‘접합’, 최근 신작까지 하종현의 60여 년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50여 점이 소개된다. 이 관장은 “하종현은 지금도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이면서, 미국에서는 아직 대규모 회고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가 회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장소라는 현실을 작품에 어떻게 구현해 왔는지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보물 창고’는 10월 3일 SFMOMA에서 열린다. 내년 2월 7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RM X SFMOMA’에서다. 클라라 해처 바루스(Clara Hatcher Baruth) SFMOMA 대외협력실장은 이날 “전시는 RM의 소장품 150여 점, 미술관 소장품 50여 점으로 이뤄진다”며 “출품작 다수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고 했다.
전시는 RM의 소장품과 SFMOMA의 소장품이 대화하듯 배치된다. 김환기와 프랑스 작가 이브 클랭, 윤형근과 미국 작가 도널드 저드의 작품을 나란히 소개하는 식이다. 미술관은 “예술가들이 서로 다른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근본적 질문을 어떻게 탐구하는지 비교하며 보여줄 예정”이라고 했다.
김효은 SFMOMA 큐레이터는 “전시는 RM의 개인적인 예술 여정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그의 서사를 따라 집, 사람 등 보편적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RM은 오랜 시간 작품과 깊이 있게 마주하고, 자신만의 시선과 감각을 발전시켜 왔다. 예술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RM의 소장품에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윤형근, 박래현, 권옥연, 김윤신, 도상봉, 장욱진의 작품이 포함됐다. 김효은 큐레이터는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와 같은 조선시대 작가들부터 김환기, 윤형근 같은 근현대 거장,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까지 13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 미술의 풍부한 흐름을 담고 있다”며 “RM이라는 개인의 서사로 시작된 전시가 결국 문화와 역사, 사람을 잇는 연결의 장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RM은 미술관을 통해 “우리는 경계로 규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동양과 서양, 한국과 미국, 근대와 현대, 개인과 보편 사이에 놓는 작지만 단단한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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