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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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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관람객 3위’ 국중박과 ‘월드컵 4강’ 한국 축구

2026.04.21 23:40

국중박 방문객 650만명 넘었지만
외국인은 4%도 안 되는 23만명
세계적 박물관에선 드문 사례
적어도 100만명은 오게 해야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난 1분기 전체 관람객 수가 202만388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을 때 모두가 “꿈이 이뤄졌다”고 반색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우리 축구의 진짜 실력은 4강이 아닌데 성과에 취하면 앞날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한국에 졌지만 진짜 4강 실력은 그들이었다. 2026 월드컵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한국 축구의 현실을 돌아보면 그때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난해 관람객이 65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3위가 됐다. 우리보다 관람객이 많은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904만명)와 로마의 바티칸(693만명)뿐이다. 최고의 전시로 내 눈을 사로잡은 영국박물관과 뉴욕메트로폴리탄조차 우리 아래라는 게 신기했다. 관람객 증가율도 가팔랐다. 2021년 126만명이던 게 2023년 410만명을 넘었고 다시 2년 만에 650만명을 돌파했다. 외신도 “가장 눈부신 증가세”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통계를 더 들여다보면 찜찜해진다. “이런데도 과연 우리가 세계 3위 맞는가?”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2년 4강 신화가 겹쳐 떠오른 이유이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분포의 가장 큰 특징은 내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외국인 관람객은 23만명으로 전체의 약 3.5%였다. 세계 10대 박물관 중에 이런 경우는 드물다. 루브르는 관람객의 77%가 EU 밖에서 오는 외국인이다. 바티칸은 공식 통계를 내지 않지만 관람객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영국박물관, 프라도 미술관,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등도 절반 내외가 외국인이다. 모두 세계인이 찾는 박물관들이다.

이런 차이가 왜 생겨났을까. 61만점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루브르는 이 중 약 3만5000점을 상설 전시한다. ‘모나리자’를 비롯한 소장품의 수준과 인지도 또한 세계 최고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 규모가 루브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수준의 유물 수가 부족하고 인지도도 뒤처진다.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불리한 조건이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국립중앙박물관이 명실상부한 세계적 박물관이란 비전을 성취하려면 외국인 방문객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묘수를 찾아야 한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처럼 외국인에게 고가의 관람료를 받고 이를 컬렉션 확충과 관람 환경 개선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외국 관람객을 늘리는 것은 필수다. 적어도 100만명은 넘겨야 세계적 박물관이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모나리자도, 투탕카멘도, 로제타석도 없는 우리 현실에선 벅찬 목표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이 언제 가진 것 많아서 지금 위치까지 왔는가. 따지고 보면 산업화도 정보화도 부존 자원 없이 맨주먹으로 이룬 기적이었다. K드라마와 영화, K팝에 세계가 매료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650만명 돌파의 가장 큰 공신은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였다. BTS와 블랙핑크 같은 K팝 아이돌과의 협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디지털 전시 능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리움미술관에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을 보러 갔다가 원본을 활용해 만든 디지털 전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발견했다. 이런 요소들을 결합해 ‘K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월드컵 4강 때는 물론이고 그 이전과 이후에도 우리 축구가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 수준인 적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누린 인기를 진짜 실력으로 보면 안 된다. 우리와 세계가 함께 찾아가는 박물관이라야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 있는 박물관이다. 관람객 세계 3위라는 숫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숙제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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