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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발언 논란은 일부분… 한미 불만 쌓일 대로 쌓였다

2026.04.22 00:54

정동영 장관 기밀누설 논란 확산
野 “당장 경질” 與 “정쟁화 말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북한의 무기급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평북 영변, 남포특별시 강선과 함께 평북 구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한 게 아니라고 반박하며 한미 관계가 심상찮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구성 발언은 기폭제였을 뿐, 한미 간 누적된 불만이 핵심 원인”이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21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과 주한미국대사관 정보 담당자가 각각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국정원에 항의했다며 “사실이라면 정동영 장관은 더 이상 1초도 그 자리에 앉아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정동영 엄호’에 나섰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경질을 요구하며 정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고, 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공개된 정보를 기밀 누설로 호도하는 행위는 안보 논쟁이 아니다”라고 했다.


외교부는 21일 한미가 “모든 사안에 대해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도 “긴밀한 정보공유 체계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군사 위성 등으로 수집한 최신 대북 정보 공유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외교부가 대북 정보 공유 복원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법적 안전 등을 거론하며 ‘쿠팡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안보 합의 이행을 위한 고위급 외교협의 진행 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과 관련된 혐의로 입건됐으며, 경찰은 지난 2월 김 의장이 한국에 입국하면 통보해 달라는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해 미국이 뭐라고 할 수 있겠나”라면서도 “미국에는 우리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쿠팡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어 온도 차가 엄연히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라는 압박까지는 아니지만, 쿠팡 문제가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나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같은 한미 안보 합의 이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李대통령, 무르무 인도 대통령과 만찬 건배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인도 국빈만찬에서 드로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외교가에서는 이처럼 광범위한 분야에서 한미 간에 쌓여 온 불만이 정동영 통일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 발언으로 분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통위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지난달 2일 IAEA 이사회에 보고한 내용이라며 “영변과 구성, 강선에 있는 우라늄(HEU) 농축 시설”에서 “90%짜리 무기급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고 했다. 그로시 총장은 IAEA 이사회에서 영변·강선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북 구성시에 핵무기 기폭 장치를 실험해 보는 ‘용덕동 고폭 시험장’이 있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알려져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고영구 당시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평북 구성시 용덕동에서 핵 고폭 실험을 해 왔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구성에 고폭 시험장보다 더 민감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정부 당국자가 공개 발언한 것은 정 장관이 처음이었다.

정 장관은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발간한 보고서 등에 구성 핵 시설이 언급됐다고 하고 있다. ISIS는 2016년 7월 보고서에서 “방현 항공기 공장, 방현 공군 기지 또는 그 주변”에 소규모 우라늄 농축 공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공장과 기지는 평북 구성시에 속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수집한 민감 정보가 정 장관 발언의 근거가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 연구기관이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현직 장관이 구성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으며 90% 무기급 우라늄을 만든다고 공개 발언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란 지적도 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구성 발언’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부터 유엔군사령관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 권한을 우리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고 했고 대북 대화를 위한 9·19 남북 군사 합의 복원, 한미 연합 훈련 조정 등도 주장해 왔다. 모두 미국이 반대하는 사안이다.

지난해 7월 주한미군이 쓰는 경기 평택 오산 기지를 압수 수색하면서 미국 측은 우리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올 2월 주한미군이 중국과 대치한 서해 공중 훈련에 앞서 국방부에 사전 통보했는지를 놓고 한미 군 당국이 공방을 벌였다.

반면 우리 정부·여권 내에는 한미가 ‘대등한 관계’로서 외교를 해야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고압적이라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로 대미 투자를 압박한 데 이어, 이란 공습에 나서 유가가 폭등하자 ‘미국이 문제’란 인식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정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이 한 달쯤 전부터 여러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정치인 출신 참모나 자주파 그룹은 이를 “공연한 트집” 정도로 판단하고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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