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3월의 충격 그리고 기금형 시대의 핵심 도구, TDF를 다시 읽는다[퇴직연금 인사이트]
2026.04.22 06:03
수치는 냉정했다. 미국 주식은 한 달 만에 7.62% 하락했고, 금은 14.30% 급락하며 이례적인 약세를 기록했다. 한국 주식은 23.08%나 빠졌다.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환경에서 분산투자의 효과가 크게 약화됐다.
TDF도 피해가지 못했다. 빈티지별 3월 수익률은 TDF2025 평균 -3.99%에서 TDF2055 평균 -6.69%에 이르렀다. 빈티지가 높아질수록 손실폭이 커지는 전형적인 주식 하락장 패턴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손실 규모가 아니다. 동일 빈티지 내 상하위 격차다.
TDF2025의 상하위 격차는 3.66%포인트에 그쳤지만 TDF2060에서는 5.5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최상위 펀드인 IBK 로우코스트 TDF는 TDF2050~2060 전 구간에서 -3.40~-3.55%의 방어력을 보인 반면 최하위 삼성한국형 TDF(H)는 같은 구간에서 -8.81~-8.95%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빈티지를 선택했어도 어떤 상품을 골랐느냐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5%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이다.
이것이 TDF를 단순한 ‘자동운용 상품’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운용전략 차이가 하락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미국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 구조를 달리한 펀드가 상위권을 차지했고 미국 주식에 집중한 펀드(일부 미국 주식 집중도 99%)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한국에서 TDF가 여전히 ‘디폴트옵션의 한 선택지’ 정도로 이해되는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TDF는 이미 퇴직연금의 중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모닝스타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TDF 운용자산은 2024년 말 기준 4조 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700억 달러에서 시작해 20년 만에 57배 성장한 것이다. 2025년에는 추가로 21% 성장하여 4.8조 달러에 달한다. 커스텀 전략까지 포함하면 총 5.2조 달러 규모다. 투자업계는 2030년까지 연 12% 성장을 예상하며 7조 달러 이상을 전망한다.
이 성장의 출발점은 제도적 설계에 있었다. 2007년 미국 노동부가 TDF를 401(k) 플랜의 적격 기본 투자 대안(QDIA)으로 지정하면서 폭발적 성장이 시작됐다. 이는 사용자(기업)가 직원의 퇴직연금을 TDF로 자동 배정할 때 수탁자 책임에서 면책되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제공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 없이 직원의 노후를 위한 최선의 운용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였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TDF를 제공하는 401(k) 플랜 비율은 2006년 42%에서 2020년 84%로 두 배가 됐다. 401(k) 전체 자산 중 TDF 비중은 같은 기간 3%에서 28%로 뛰었다. 15년 동안 TDF2025에 납입한 가입자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7.3%였다. ‘자동으로, 알아서’ 굴려도 장기적으로 충분한 노후자산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데이터가 증명한 셈이다.
◆기금형이 오면 TDF가 중심이 돼야 한다
올해 2월 6일 한국의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퇴직연금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합의했다.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퇴직연금 의무화가 확정됐고, DC형 제도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금형 운용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개별 기업이 각자의 금융사와 계약하는 현행 계약형 구조와 달리 공동 기금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401(k),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영국의 직역연금이 모두 이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 TDF는 거의 예외 없이 가장 핵심적인 디폴트 투자 상품으로 기능한다.
왜 그런가. 기금형 수탁자의 가장 큰 부담은 수탁자 책임이다. 수천, 수만 명의 가입자를 위해 최선의 운용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개개인의 나이, 위험 성향, 은퇴 시점이 모두 다르다. 이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도구가 TDF다. 가입자 생년에 맞는 빈티지를 지정하면 자동으로 글라이드패스(Glide Path,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높이는 자산배분 경로)를 따라 운용된다. 수탁자는 어떤 TDF 라인업을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되고, 가입자는 복잡한 투자 판단 없이 자신의 빈티지에 자동 배정되면 된다.
미국에서 기금형(401(k)) TDF가 성공한 또 다른 이유는 비용 경쟁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집합투자신탁(CIT) 형태로 전환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CIT 기반 TDF가 뮤추얼펀드를 처음으로 역전해 전체 자산의 52%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TDF 평균 보수는 50% 가까이 하락했다.
◆한국의 현재, 그리고 과제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2025년 4분기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87.2%(은행권)와 84.0%(보험권)가 여전히 안정형 상품에 집중돼 있다. 제도가 도입되고 2년이 넘었지만 가입자들의 실질적인 투자 행동 변화는 더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TDF 선택의 질이다. 현행 디폴트옵션 구조에서는 서로 철학과 운용 방식이 다른 TDF 2~3개를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디폴트옵션’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TDF 본연의 글라이드패스 설계 철학을 희석시키고 성과 귀책 주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3월 리포트가 보여주듯 같은 TDF 빈티지 내에서도 수익률 격차가 엄청나다. 어떤 TDF를 담느냐가 곧 가입자의 노후 자산을 좌우하는 것이다.
기금형이 도입된다면 수탁자는 이 차이를 알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돕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TDF 분석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금형 시대의 준비
글로벌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자리를 잡으면 TDF는 단순한 상품 선택지가 아니라 제도의 근간이 된다. 미국에서 TDF가 ‘국가 GDP로 따지면 세계 5위 규모’(모닝스타)가 된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제도 설계, 비용 경쟁, 수탁자 책임 면책, 그리고 장기 성과라는 네 가지 요소가 맞물린 구조적 필연이다.
한국에서 기금형이 성공하려면 TDF 선택 프로세스의 투명성과 수탁자 책임 면책 체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올바르게 설계된 하나의 훌륭한 TDF가 철학이 뒤섞인 여러 개의 TDF 혼합 포트폴리오보다 가입자에게 훨씬 이롭다.
3월의 충격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다. 어떤 TDF를 골랐는지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이자 기금형 시대를 앞두고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영주 닐슨 한국퇴직연금데이터 대표 겸 성균관대 SKK GSB 교수
이 칼럼은 한국퇴직연금데이터(주)의 2026년 3월 TDF 성과 리포트와 Morningstar Target-Date Landscape 2025, Sway Research 2025, 미국 GAO 보고서 등 글로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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