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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죽느냐, 도려내고 사느냐"…타이밍 놓친 홈플러스 [안대규의 자본시장 직설]

2026.04.22 07:01

안대규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홈플러스지부 조합원이 삼보일배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직원들은 4월 월급날인 21일 급여를 받지 못했다. 유동성 위기로 올해 3월에 이어 두 달째 급여 지급 일정이 밀렸다. 홈플러스의 평년 월평균 매출은 6000억~7000억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절반도 안 되는 2000억~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작년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납품 대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홈플러스에 선급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는 상품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전국 홈플러스 매장 진열대 곳곳에 자체브랜드(PB) 제품만 늘어나는 이유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고전 중이다. 온라인에서 쇼핑을 끝내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홈플러스는 여기에 고비용 사업 구조와 유동성 위기라는 악재가 겹쳤다.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 조사보고서에서 “인건비가 전체 판매관리비의 약 25%를 차지하고 매년 2~4% 증가했다”며 “매출 정체 속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이 채무자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에 ‘선(先)구조조정 후(後)매각’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실 점포 정리, 인력 감축 등으로 초기부터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선행됐더라면 홈플러스가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조조정이 미뤄진 데는 노동조합과 정치권 영향이 컸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홈플러스 및 알짜 자산인 기업형슈퍼마켓(SSM)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막아섰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인수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이 고용을 완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노조와 정치권의 압박이 무서워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2024년 1조원에 달한 익스프레스 가치는 매각 타이밍을 놓치면서 현재 5분의 1 토막(2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임대 점포 68개 가운데 15곳을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여당 압박에 곧바로 이 계획을 보류했다. 구조조정 전문가는 “정치권이 홈플러스에 체질 개선을 위한 고통 분담을 주문하기보다 ‘어떻게든 살려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한 점도 현 위기를 심화시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물론 가장 큰 책임은 당사자인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채권자에게 있다. 홈플러스는 41개 점포를 6년 안에 정리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력 감축 목표가 없었고 점포 정리 계획도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62개 점포를 담보로 설정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도 긴급운영자금대출(DIP 금융)을 거절한 채 1년간 허송세월을 보냈다. 파산 전문 변호사는 “메리츠가 ‘메리츠마트’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담보 가치를 극대화했다면 큰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5월 4일까지로 정했다. 익스프레스 매각과 구조조정 성과가 없다면 사실상 파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지난 1월 미국 백화점 체인 삭스글로벌은 회생절차(챕터11)에 들어가자마자 전체 절반이 넘는 62개 점포를 폐점하고 럭셔리 판매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현재 경영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노동 유연성이 높은 미국이라서 가능한 일이지만 구조조정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벼랑 끝에 선 홈플러스에 마지막 회생 기회가 지나가고 있다. “다 같이 죽느냐, 빨리 부실을 도려내 살 것이냐”는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한국 역사상 최악의 기업회생절차 사례가 될지, 반전 드라마가 나올지는 홈플러스와 채권단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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