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상승세 발목잡는 삼성바이오 파업카드…시기도 방식도 '자충수'
2026.04.22 07:25
극단적 선택보다 단계적 접근 택해야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경기를 잘 풀어가던 중이었다. 흐름이 나쁘지 않고, 상대를 압박하며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이 갑자기 무리한 작전을 지시하면서 선수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맑은 분위기가 서서히 흐려지면서 경기 전체가 흔들린다.
축구 경기의 한 장면 같지만, 최근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회사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선전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파격적인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전면 총파업까지 예고하면서 경쟁력 약화 우려가 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오는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맞춰 일시 파업을 예고했다. 상징성이 큰 노동자의 날을 기점으로 파업을 예고한 것은 메시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겠다는 취지인데, 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실제로 노동 조건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산업에서나 존재하고,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갖는다.
다만 이번 선택이 과연 시기적으로, 전략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타이밍'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노조의 요구 사항은 평균 약 14%의 임금 인상과 1인당 3000만 원의 격려금 지급,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이다. '절박한 생존권 위협'이라기보다 '조건 개선 협상'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다.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품질'을 내놓아 고객사와 높은 신뢰를 쌓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일정의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단 몇 시간의 라인 정지가 수천억 원 손실로 이어지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실제로 스포츠계에서도 준비되지 않은 순간의 '올인' 전략은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노조가 생산 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의 주장처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면, 그 해법이 반드시 생산 중단일 필요는 없다. 최근 여러 산업에서 부분 파업, 순환 근무 거부, 협상 병행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극단적 선택 대신 단계별로 살라미 전술을 택하는 것이 오히려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노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한 방이 아니라, 끝까지 경기를 가져갈 수 있는 균형 잡힌 운영일지도 모른다. 상생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택의 방식에서부터 드러난다. 지금의 투쟁 방식과 시점이 최선이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 살라미 전술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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