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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돌려막고 車-보험-예금 담보로” 생활비 대려다 다중채무 덫

2026.04.22 04:34

[바닥까지 긁어쓰는 대출]
“돈벌이 그대로인데 물가 너무 올라… 아등바등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
카드론 대환대출 1년새 8.6% 증가… 대부업 신규대출 23% 늘어 2.7조원
‘노후 안전망 위협’ 우려도 나와
2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일대에 카드대출 등 대부 광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 3월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994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직장인 김철진(가명) 씨는 지난해 말 생활비가 모자라 카드사 2곳에서 카드론으로 1100만 원을 빌렸다. 올해 어떻게든 빚을 갚을 각오였지만 돈벌이가 나아지지 않았는데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생활비 부담이 오히려 커져 연체 중이다. 김 씨는 “추심 문자와 전화, 우편물은 물론이고 직접 추심 때문에 집으로 와 초인종까지 누르는 사람까지 생기니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서민들이 카드론, 자동차 담보대출 등 ‘불황형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고전하던 자영업자들은 최근 경기가 어려워져 매출이 잘 늘지 않아 급전이 필요한데 대출 규제가 강화돼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불황형 대출로 향한다. 증시는 불장을 이루고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호황이지만 서민들의 실물 경기는 어려워지고 있어 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카드론 돌려막기에 ‘악성 빚’ 늘어

카드론, 차 담보대출 등 불황형 대출은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의 질 자체도 나빠지고 있다. 기존 카드론을 갚기 위해 다시 카드론을 일으키는 ‘카드론 대환대출’은 3월 말 1조49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1185억 원) 증가했다. 이는 카드론 잔액 증가 속도(1.5%)와 비교해 가파르다. 상환 가능성이 떨어지는 악성 빚이 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올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지난해 말 대비 1∼1.5% 수준으로 관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카드사 대출 규모는 이 수준을 넘어 추가 대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에게 카드론 창구마저 막히게 되는 셈이다.

이곳저곳에서 발생한 다중 채무를 카드론으로 돌려막다가도 방법을 못 찾으면 비교적 금리가 낮은 서민용 정책 대출로 버티지만, 출구를 찾기가 힘들다. 서울 성북구에서 떡볶이집을 하는 김모 씨는 최근 가게가 어려워 노상에서 붕어빵을 파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이 나오지 않아 카드론을 썼는데 그마저 연체에 빠져 정책 자금인 새출발기금으로 연명한다. 김 씨는 “아등바등 버티고 있지만, 경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마저도 여의찮은 이들은 이른바 3금융권으로 불리는 대부업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으로도 향한다. 상위 30개 대부업체의 지난해 신규 대출 금액은 2조76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어났다. P2P 대출 잔액도 1조916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4% 증가하는 등 2021년 6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 자산 기초 예금, 노후 위한 보험 담보로 빚내

자산 축적의 기초가 되는 안전 자산을 담보로 빌리는 돈도 불어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예금·청약 담보대출 잔액은 3월 말 6조27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4404억 원) 늘었다.

노후를 위한 자산인 보험을 담보로 한 대출도 늘어 노후 안전망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개 생명·손해보험회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3월 말 현재 55조45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5%(1951억 원) 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전쟁 발발로 인한 유류비 증가 영향과 고물가 여파 등으로 생활비 활용 목적의 예금담보대출, 보험약관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과거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전당포를 찾아 금, 시계를 맡기고 돈을 빌렸다면 지금은 생계를 위해 운행할 수밖에 없는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다”면서 “차 담보대출도 최근 연체율이 급격하게 늘어나 압류된 중고차 시장으로 팔려나가는 물건들이 늘어 업계에서 중고차에 난색을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 “돈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다중 채무의 늪에 빠진 서민들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을 진행하면서도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대출을 내주도록 대출 심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되 진짜 돈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하는 방안들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시스템이나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 문제는 금융의 문제이지만 고용, 복지 등과 연계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출 사단 법인이 생계가 어려운 채무자들의 자활 의지를 확인하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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