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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살아난 2차전지…과거와는 다르다

2026.04.21 21:01

ESS 배터리 수요 확대


이란 사태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2차전지 업종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 최근 2차전지주 강세는 일시적 반등을 넘어 구조적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 급등과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동시에 부각된 영향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른다. 여기에 공급망 재편까지 맞물리며 업종 전반의 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되는 국면이다.

유가 급등 호재로

전기차 구매 심리 개선

지난 한 달간 2차전지 업종은 코스피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15일 종가 기준 KRX 2차전지 TOP10 지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5%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에코프로·엘앤에프 등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 10곳을 담은 지수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 올랐다. 엘앤에프(62%), 삼성SDI(23%) 등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며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심을 자극했다.

최근 2차전지 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ESS용 배터리 수요 확대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전력망 부족 문제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235GWh에서 2035년 615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정책적 요인이 강했던 전기차 수요와 달리, ESS 부문은 에너지 수요 확대에 따른 구조적 성장이라는 점에서 과거 2차전지 랠리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상승 또한 2차전지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며, 전기차 매력이 재차 높아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경제성을 확보하는 기간이 약 9년에서 최근 6년 수준으로 단축됐다. 초기에는 전기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내연기관차의 가격 매력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름값과 유지·정비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 경제성이 부각된다. 전기차 소유로 내연기관차 대비 경제성이 높아지는 기간이 과거에는 9년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6년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로, 전기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정책 환경도 국내 2차전지 기업에 유리하게 돌아간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견제 정책을 강화하며,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한 국내 배터리 업체 경쟁력이 부각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과 유럽연합(EU)의 산업가속화법(IAA) 정책은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시장 수급도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등 주도 업종에서 수급이 분산되는 과정에서 2차전지로 자금이 유입되는 중”이라며 “올해부터 미국 ESS 사업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셀 메이커 중심 포트폴리오 구성

하반기 소재 낙수효과 기대

증권가는 셀 메이커를 중심으로 2차전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조언한다. ESS 수요 확대와 전기차 회복 영향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 영향은 셀 메이커와 소재 업체에 유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IRA 보조금 혜택은 셀 메이커에 집중돼 있어 실적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2차전지 업종 매력이 부각되는 배경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요구되는 전력망용 ESS 중심 수요 확대”라며 “소재 대비 셀 메이커의 LFP 전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셀 메이커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수 증권사 최선호주 역시 대형 셀 메이커에 집중된다. 삼성·신한투자·하나증권 등이 최선호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꼽았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16일 기준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54만3087원, 삼성SDI가 52만1818원에 형성됐다. 전일 종가 대비 각각 33%, 11%씩 높은 수준이다. 최근 등장하는 목표주가는 두 곳 모두 60만원을 웃돈다. 한국투자증권은 4월 9일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67만원, 삼성SDI 목표주가를 60만원으로 제시했다. 두 회사 모두 여전히 분기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연중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양극재 등 소재 업체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물량 회복 가시성이 높거나, 리튬 가격 반등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기대가 있는 기업 중심으로 실적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재 업체는 엘앤에프다. 단기 실적과 중장기 성장 여력 모두 우수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모델Y 주니퍼 등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테슬라 주력 모델에는 엘앤에프가 독점 공급 중인 N95 양극재가 탑재된다. 지난 3월 삼성SDI와 체결한 1조6000억원 규모 수주 계약에 따라 향후 LFP 완판 기대감도 커진다. 여기에 3월 말 기준 탄산리튬 가격과 원·달러 환율 모두 지난 연말 대비 크게 올랐다는 점에서 올 1분기 대규모 일회성 이익 또한 기대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16일 기준 엘앤에프 목표주가는 평균 19만9579원에 형성됐다. 전일 종가 대비 16% 높다. 4월 들어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주가는 26만~28만원까지 눈높이가 올라갔다. 엘앤에프를 최선호주로 꼽은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제적으로 LFP 양극재 사업 부문에 진출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선점했다”며 “ESS 특성상 삼원계가 아닌 LFP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주요 셀 메이커 기업과 공급 계약 확대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눈높이가 올라갈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본다. 전기차 업황이 바닥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부문에서 최악의 상황을 반영하는 가운데, ESS 부문의 가파른 성장으로 주당순이익(EPS) 기준점이 공고해지고 있다”며 “대형 셀 메이커의 경우 2024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상단인 40배 초중반까지 배수(멀티플)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단, 여전히 전기차 수요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전력 인프라 확장 가속화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향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 업체의 점유율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는 미국 ESS 설치량 추이와 국내 2차전지 기업의 주요 프로젝트 수주 동향,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배터리 수요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유럽 시장에서 국내 셀 메이커 3사 점유율 부진이 길어지고, 중국 CATL이 유럽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추가적인 점유율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아직까지 국내 셀 메이커의 유럽 출하 회복 신호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 대한 기대치는 계속 낮게 유지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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