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성과급에 ‘반도체 셔세권’이 뜨겁다
2026.04.22 00:47
SK하이닉스 직원 강모(34)씨는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이천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런데 강씨는 최근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강씨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집은 통근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에 있는 아파트다. 삼성전자 직원 김모(39)씨도 이사를 고민 중이다. 그는 현재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집에서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김씨는 “직접 운전해서 출퇴근하다 보니 피로하다”며 “‘셔세권’인 성남 분당이나 용인 수지 쪽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올라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직원들에게도 역대급 성과급이 지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두 회사 영향권에 있는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AI 반도체 붐에 올라탄 SK하이닉스 임직원 3만6000명이 지난해 받은 연봉은 1인당 평균 1억8000만원. 하이닉스 직원들은 별도 성과급으로도 1인당 평균 1억50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하이닉스의 예상 영업이익이 25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이 회사 직원들이 받을 성과급은 세전 7억원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뒤늦게 AI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도 사상 최대 성과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 7만8000명은 연봉을 제외하고도 성과급으로 1인당 평균 6억원가량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선 셔틀버스 통근권 지역 아파트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셔틀버스가 동시에 통과하는 이른바 ‘더블셔세권’은 정부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들썩이고 있다. 용인 수지, 성남 분당, 수원 영통, 화성 동탄 등 경기 남부권과 송파·강남 등 서울 동남권 지역이 대표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인 수지의 경우 올해 1월 1일부터 4월 13일까지 아파트 값이 평균 6.93% 상승했다. 이는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 평균 아파트 값 상승률(1.54%)을 크게 웃돈 수치다. 성남 분당(4.33%), 수원 영통(3.13%), 경기도 하남(4.32%), 화성 동탄(2.26%) 등도 상승폭이 컸다. 동탄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도 이천이나 충북 청주 쪽 집을 팔고 동탄, 수지 아파트를 찾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직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호황은 입시·취업 시장 지형까지 바꿔 놓았다. 반도체 계약학과 인기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수시 경쟁률은 2025학년도 38.1대 1에서 2026학년도 48.5대 1로 올랐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도 같은 기간 경쟁률이 30.5대 1에서 36.6대 1로 상승했다. ‘하닉고시’라 불리는 SK하이닉스 채용시험용 교재는 현재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수험서 및 자격증 분야 실시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교육업체 해커스는 ‘SK하이닉스 단기 합격반’ 강좌를 열어 취업 준비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에서는 전통적 인기 학과인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에 반도체학과를 더한 ‘의치한약수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 대치동 학원 관계자는 “반도체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고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로 졸업 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된다”며 “이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하는 학생도 심심찮게 있다”고 했다. 이 학원은 반도체 계약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강좌도 개설했다고 한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최근 추이를 보면 올해 입시부터는 지방 의대에 붙어도 반도체 계약학과로 돌리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영향권에 있는 상권도 살아났다. 21일 점심 무렵 성남에 있는 SK하이닉스 분당캠퍼스와 가까운 지하철 정자역 인근 먹자골목 일대 식당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고깃집 직원 전모(50)씨는 “최근 들어 손님이 20% 정도 늘었고 SK하이닉스를 상징하는 주황색 사원증을 건 직원들이 자주 보인다”고 했다. 한 20대는 “소개팅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다닌다고 하면 인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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