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기후위기 ‘녹색방패’…우리 숲을 지켜야
2026.04.22 00:02
기후변화는 일상의 불편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복되는 이상고온과 극심한 가뭄은 산림을 말려 대형산불의 거대한 화약고로 만든다. 역대 최대 피해를 낸 지난해 영남권 산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탄소흡수원인 숲에서 약 764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했다. 기후위기의 방패인 ‘숲’이 도리어 기후재난을 가속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이다.
우리 숲은 연간 약 4천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국내 모든 승용차가 일 년 내내 뿜어내는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숲은 단순히 경관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고 도시의 열을 식히며 생물 다양성을 지탱하는 ‘국가 기후 탄력성’의 핵심이다.
문제는 과거 방식만으로는 이 ‘녹색방패’를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산림청은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라는 청진기를 들고 숲의 맥박을 짚는다. 과학기반 산림재난 대응체계를 통해 산불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드론과 실시간 데이터로 화선(火線)을 추적하며 과학적으로 불을 끈다.
숲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빽빽하게 과밀화한 나무 사이를 솎아내는 숲 가꾸기를 통해 산림의 생태적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수종은 교체하고 병해충에 강한 ‘기후적응형 숲’을 조성해, 숲 스스로 위기를 견딜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작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목재는 건축물이나 가구 등 ‘장수명(長壽命) 제품’으로 활용돼 탄소를 도시 속에 수십 년간 가두어 두는 ‘제2의 숲’이 된다. 숲에서 시작된 탄소 흡수란 가치가 우리 삶으로 확장해 숲을 넘어 지속가능한 탄소저장고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작가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너는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이용해온 숲에 대한 책임은, 그 건강성을 유지해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이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음 세대에 어떤 숲을 남길 것인지 다시 묻게 된다. 미래세대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한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나무심기를 넘어 숲을 가꾸고 관리하는 것은 미래를 설계하는 치밀한 생존 전략이다.
박은식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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