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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ay’ 그날이 오면…비트코인 어쩌나

2026.04.21 21:01

암호화폐 시장 뒤흔드는 ‘구글’의 경고


암호화폐 시장이 ‘Q-Day’ 공포에 휩싸였다. Q-Day는 양자컴퓨터가 각종 암호 체계를 깨기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공포의 시작은 구글의 경고다. 헤더 애드킨스 구글 보안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지난 3월 구글 블로그에 ‘양자 기술의 경계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을 수 있다(Quantum frontiers may be closer than they appear)’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포스트 양자 암호(PQC) 전환’ 시한을 2029년으로 못 박았다. 양자컴퓨터가 지금의 암호 체계를 깨기 전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며칠 뒤, 구글 퀀텀AI도 보고서를 냈다. 이들은 암호화폐가 쓰는 타원곡선암호(ECC)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적은 큐비트(양자의 기본 단위)로도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젠가 올 위협’으로만 치부되던 양자 리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의 변수’로 번진 셈이다.

암호화폐 진영이 Q-Day 공포에 빠졌다. (매경DB)
가벼워서 택한 ‘ECC 자물쇠’

양자 시대엔 가장 먼저 깨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가 안전하다고 믿는 근거는 ‘디지털 서명’에 있다. 코인을 보낼 때 네트워크는 “정말 이 지갑 주인이 보낸 게 맞나”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쓰는 것이 서명 체계(ECDSA)다. 사용자는 자신만 가진 개인키로 전자 서명을 만들고, 네트워크 참여자는 공개키로 그 서명이 진짜인지 검증한다. 중요한 건, 누구나 검증할 수 있지만 개인키 자체는 절대 역산할 수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서명 체계의 뼈대가 될 암호 체계가 필요하다. 암호 체계는 크게 RSA와 ECC로 구분된다.

RSA는 오랜 기간 전통 금융권 등에서 널리 쓰였다. 공개키와 개인키를 분리해 보안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다만 키 크기와 서명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커 계산 속도가 느린 편이다. 무겁지만 튼튼한 금고형 자물쇠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반대로 ECC는 같은 수준의 보안을 더 작은 키와 서명 크기로 구현할 수 있다. 계산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수수료 부담도 적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ECC를 채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였다.

문제는 암호화폐가 택한 ‘최적 해법’이 양자 시대에는 가장 취약한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고전 컴퓨팅 방식이 자물쇠를 하나씩 두드려보며 열쇠를 찾는 방식이라면, 양자컴퓨터는 자물쇠의 설계 원리를 통째로 읽어 원래 열쇠를 역산하는 형태에 가깝다.

특히 ECC는 효율적으로 설계된 만큼 수학 구조가 비교적 명확하다. 양자 알고리즘의 공략 대상이 되기 쉽다는 얘기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양자 컴퓨팅 시대에는 RSA보다 ECC가 양자 해커의 최우선 먹잇감이 될 수 있다”며 “과거의 스마트한 선택이 양자 시대에는 치명적 약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퀀텀AI 보고서 속 수치도 이를 설명한다. 퀀텀AI는 ECC-256(256비트 길이 규격) 암호를 깨는 데 필요한 물리적 큐비트가 기존 추정치 대비 약 20배 줄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쇼어 알고리즘(잠깐용어 참조) 최적화를 진행한 결과, 50만개 이하 큐비트로도 암호 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전 구글 연구원들이 만든 스타트업 오라토믹(Oratomic)의 분석은 더 공격적이다. 이들은 구글이 제시한 쇼어 알고리즘 최적화에 더해 양자컴퓨터의 계산 실수를 줄여주는 차세대 오류 정정 방식(qLDPC)을 결합하면 ECC-256을 깨는 데 필요한 물리적 큐비트가 2만6000개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양자컴퓨팅 부문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스콧 아론슨 미국 오스틴텍사스대 교수는 4월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두 가지 중요한 보고서(구글과 오라토믹)가 동시에 발표됐다”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양자 위협을 받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예상 시점보다 Q-Day가 최소 1년은 앞당겨졌다고 평가했다.

‘주인 없는’ 비트코인 딜레마

Q-Day 대응 못해 리스크 증폭?

Q-Day의 본질은 단순히 암호가 깨질 수 있느냐가 아니다. 구글이 경고했듯 기존 암호 체계를 새로운 포스트 양자 암호(PQC) 체계로 얼마나 빨리 교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 지점에서 시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 비트코인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본다. 한종목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취약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짚었다. ① Q-Day를 향한 비트코인 진영의 회의적 시선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진영은 양자 위협의 속도를 일정 부분 경시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영향력 있는 개발자들의 입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뉴욕타임스가 비트코인 창시자로 지목한 애덤 백 영국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지난해 11월 Q-Day 가능성을 두고 “20~40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HBO가 비트코인 창시자로 지목한 피터 토드 역시 지난해 8월 “암호학적으로 유의미한 양자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Q-Day 자체를 부정했다.

또 다른 취약점은 ② 리더십 구조다. 비트코인은 중앙 의사결정 주체가 없는 대표적 탈중앙 네트워크다. 암호화폐 진영에서 비트코인이 가장 신뢰를 받는 배경이다. 특정 기업이나 재단이 좌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뼈대를 바꾸는 위기 국면에서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서명 체계 도입은 사실상 대규모 프로토콜 업그레이드와 다름없다. 커뮤니티, 개발자, 채굴자, 거래소, 지갑 사업자까지 모두 합의해야 한다.

2017년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비트코인은 거래 처리량을 늘리기 위한 블록 크기 확대를 두고 커뮤니티 합의에 실패하면서 체인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BCH)로 갈라진 바 있다. 단순 용량 문제조차 분열로 이어진 꼴이다.

반면, 이더리움은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빠르다. 이더리움 재단을 중심으로 핵심 개발자 그룹이 존재하고, 과거에도 네트워크 핵심 구조를 통째로 바꾼 ‘더 머지’ 프로젝트 등의 경험이 있다. 이미 재단 내부에선 포스트 양자 전환 로드맵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시장의 공포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4월 8일 보고서에서 “양자 리스크는 비트코인 존재를 뒤흔드는 ‘붕괴 위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기술 진전으로 Q-Day 시계는 빨라졌지만, 대응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게 번스타인 의견이다. 번스타인은 “위협을 받는 건 비트코인 전체 시스템보다 오래된 휴면 지갑에 쌓인 물량(약 170만BTC 추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잠깐용어]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

1994년 미국 수학자 피터 쇼어가 제안한 양자컴퓨팅 알고리즘. 전통 금융권의 암호체계(RSA)와 암호화폐 등 디지털 금융 암호체계(ECC)를 모두 위협할 수 있는 계산 방식으로 꼽힌다.‘Q-Day’ 공포의 이론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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