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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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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굴욕>

2026.04.21 15:15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감정의 정치학은 현대철학과 예술비평이 공들여 탐색하는 장소다. 작가이자 비평가인 웨인 케스텐바움이 쓴 <굴욕>을 읽으며 떠올린 책은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이었다. 비슷해 보이는 감정에 대한 책이지만 누스바움이 법철학의 관점에서 수치심을 다룬다면, <굴욕>은 문화예술비평의 형식을 빌려 굴욕의 연대기를 써내려간다.

라틴어 어원에서 굴욕(humiliatio)과 인간(humanus)은 같은 접두사를 공유한다. 굴욕이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감정이자 인간다운 감정이라는 뜻으로 읽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데 라틴어 어원을 언급했다고 해서 어려운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문화예술비평을 업으로 하는 저자의 책답게 읽다 보면 한국의 문화예술에 적용시켜 이야기하고 싶은 장면을 자주 만나게 된다. “왜 사람들은 굴욕적 역할과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리얼리티 TV쇼에 나오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에 이르러 연애 프로그램 <나는 SOLO>가 생각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굴욕’이라는 키워드로 뜻밖의 인물들이 불려나오기도 한다. “어떤 굴욕적인 주제를 성찰하는 일은 예배의 한 형태다. 유대인 거식증 환자 시몬 베유는(그녀의 자기파괴적인 열정이 수전 손택에게 영감을 준 이후로 그녀는 굴욕을 무지개 끝에 걸린 황금 항아리로 보는 사상가의 본보기가 된 듯하다) 그리스도의 상처에 대한 성찰에서 양분을 얻었다.” 시몬 베유와 수전 손택을 굴욕이라는 키워드로 묶는 작업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배신당한 여자들, 유혹에 넘어간 여자들, 바람피우는 남편을 둔 아내들, 손가락질당하는 내연녀들’이라는 맥락에서 감정이입하게 되는 대상으로 모니카 르윈스키와 힐러리 클린턴이 나란히 페이지에 이름을 올린다.

시에서든, 리얼리티 TV쇼에서든 “비밀을 털어놓는 일의 뿌리에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내가 불행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쾌감, 내 지위가 낮아졌음을 전시하는 쾌감”이 전시된다. 상식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런 쾌감은 수치를 전시한다는 점에서는 굴욕적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띈다는 점에서는 쾌감이 된다. (‘관종’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널리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굴욕과 무관해 보이는 것들에서조차 사실은 굴욕과 연관되었음을 흥미진진하게 짚어간다.

굴욕은 늘 개인적이다. 누군가 자기가 속한 집단의 특징 때문에 굴욕을 당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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