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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의 연애
내 새끼의 연애
씨네21 추천도서 - <너의 나쁜 무리>

2026.04.21 15:15

예소연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병아리며 메추리 새끼를 팔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 아빠가 없는 동안 할머니 집에서 밥을 먹고 장롱을 뒤져 반짇고리 같은 것들을 만지던 시절이 있었다. 건물이든 관습이든 한국의 많은 것들은 과거가 싹 다 밀려나가고 새로운 얼굴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온다. 그렇지만 사람의 삶이, 내면의 풍경이 얼마나 달라질까. 단편 <통신광장>은 영화 <접속>의 두 주인공 이야기로 시작한다. 두 아이디 ‘여인2’와 ‘해피엔드’로,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외로움을 나눈 두 사람. 가까운 듯 먼 듯 모호한 사이버 관계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되살아난다. 두 사람이 오류처럼 남아 있는 유니텔의 두 아이디에 접속하여 허공에 손을 뻗듯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현실에 접근한다. 가족은 가족대로 멀어지고 일터는 일터대로 파편화된 지금, 외로움은 투명한 그림자처럼 우리를 붙어다닌다.

친척끼리 돈 문제로 얽히면 안되고, 같은 가족이라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은 이미 세속적 진리로 우뚝 섰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나둘 쳐내다보면 우리에게 누가 남을까. <너의 나쁜 무리>의 단편에서 손에 쥔 것 없이 혼자 삶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불안과 두려움을 적극적 혹은 우연적인 타인과의 만남으로 풀어간다. 여기서 타인은 아예 모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족처럼 피와 행정으로 묶인 사이도 아닌, 경계에 걸친 존재다. <아무 사이>에서 ‘나’는 책임이 딱딱 정해진 직장 대신 할머니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돌보는 일을 택하고, 내 삶과 할머니의 삶을 동시에 버텨내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거리를 돌아다닌다. <너의 나쁜 무리>의 ‘나’는 캐나다로 떠난 부모 대신 ‘여사’와 유사 가족 관계를 맺고 서로 연애를 상담한다. 때로는 유년 시절의 절친이 불쑥 나타나 일상을 공유하고,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소리에 민감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로 뭉친 무리는 돈을 찾으러, 혹은 생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러 길을 떠난다.

이런 만남은 세련되거나 화려하기보다는 예스러우며,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에서 은근히 불안하지만 숨길 게 없기에 포근하기도 하다. 집에 찾아가면 무조건 두부 요리를 잔뜩 해주는 할머니며 닭발을 무쳐주는 여사의 존재, 어른들 틈에 끼어 재미를 맛본 고스톱, 오래된 문구점과 전원주택처럼 유행에 등을 돌린 듯한 공간. 그곳에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추어야 한다는 압박 대신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더듬어보는 찰나의 시간이 있다.

나는 모든 일에 진심을 다했지만 그럼으로써 깎이는 마음을 도로 채우는 법은 도무지 몰랐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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