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분 진료에 약 수령은 9시간…공공심야약국도 밤 11시면 문닫아
2026.04.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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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가 어렵사리 제도권에 들어오게 됐지만 여전히 반쪽 혁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약계 요구를 대거 받아들여 동네 병원(의원급)에서 재진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다는 원칙이 유지된 데 이어 초진은 환자의 거주 지역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이후 약 배송이 막힌 탓에 처방약을 타러 여러 약국을 전전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약 배송 불가’ 원칙을 고수하며 내세운 유일한 버팀목인 ‘공공심야약국’은 정작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 중 전문의약품을 받지 못한 환자가 4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면서 비대면 진료의 공회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수행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의 52.4%가 “약을 받으러 나갈 수 있다면 비대면 진료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비대면 진료의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며 ‘약 배송도 허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약 배송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약사들의 강한 반발이 자리한다. 대한약사회는 약사법상 ‘대면 판매’ 원칙에 위배되고 복약지도 없는 약 배송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네 약국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정부가 의약계 눈치를 보는 사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앞서 닥터나우는 2024년 3월 의약품을 공급하는 도매상을 직접 설립했다. 도매상을 통해 공급한 의약품의 입출고 내역과 조제 이력을 바탕으로 약국 재고를 실시간 확인하면 약국 뺑뺑이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약국의 플랫폼 종속과 환자 유인·알선 및 리베이트 가능성 등을 이유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소유를 막는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정부와 약사회가 찬성하면서 그마저도 발목이 잡혔다.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심야약국에 책정된 올해 예산은 57억 원이다. 공공심야약국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의약품 조제·판매 및 전문 약사의 복약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22년 71개소로 시작해 올해 240개소로 확대됐다. 3시간의 야간 운영 경비는 약사 한 명당 시간당 4만 원(인구감소지역 6만 원)의 인건비가 책정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0%씩 부담한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투입된 국비와 지방비 합산 지원액은 180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공공심야약국을 주말과 심야 등 취약 시간대 의약품 공급망의 대안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약국은 총 2만 5446곳이었다. 이 중 공공심야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94%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절대적인 숫자가 너무 적을 뿐 아니라 지역적 격차도 상당하다. 본지가 전국 공공심야약국 240곳의 소재지와 운영 시간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정부 지원을 받는 전국의 공공심야약국 240개소 중 서울(34곳), 인천(20곳), 경기(63곳) 등 수도권 지역에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17개소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접근성 개선이 절실한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공공심야약국이 배치된 곳은 전남(6곳), 전북(5곳), 부산(4곳), 충남(3곳) 등 24개소에 불과했다. 인구감소지역 4곳 중 3곳은 심야 시간대 의약품을 구하기 힘든 ‘공공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본래 규정대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문을 여는 곳은 175개소에 그쳤다. 대구시 소재 11곳을 포함해 경남·북과 전남·북 등 40여 곳은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만 운영 중이고 나머지 10여 곳은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만 운영한다. 특히 전남은 공공심야약국으로 지정된 14곳 중 9곳이, 제주 지역은 6곳 중 5곳이 오후 11시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를 투입하고도 지역에서 체감할 만한 접근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은 “공공심야약국 예산은 늘었지만 운영 시간의 한계와 지역적 불균형으로 인해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다”며 “비대면 진료가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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