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1Q 영업익 ‘4조 잭팟’?…'재고이익 착시' 우려
2026.04.21 06:50
'횡재세' 여론 재점화하나 '촉각'…물가 상승 주범 '낙인'찍힐라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4조 원에 육박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으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어둡다. 중동 사태로 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장부상 이익'에 불과하지만 고유가에 국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유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고유가에 따른 재고 이익은 유가 하락 시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정유업계는 호실적의 기쁨 대신 다가올 '실적 롤러코스터'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2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4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을 1조 1800억 원대, SK이노베이션은 1조 8000억 원대로 추산하며 전망치를 연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는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를 실제 현금 흐름과는 괴리가 있는 회계상 '장부상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시차 효과'에 의한 실적 부풀리기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도입 시점보다 판매 시점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이익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는 순간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2분기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 비싸게 들여온 재고가 막대한 평가손실로 돌변해 실적을 갉아먹는 '실적 롤러코스터'가 현실화할 수 있다. 실제 2022년 역대급 실적 이후 2023년 이익이 반토막 났던 전례가 업계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원가 부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우회 운송비와 전쟁 위험 보험료가 치솟고 있으며 비중동 원유 도입에 따른 프리미엄 비용이 2분기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된다.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확보의 어려움으로 가동률이 저하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1분기 호실적은 실질적 수익성 개선이 아닌 비용 부담이 반영되기 전의 '반짝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유사들은 국민 고통을 담보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주요 정유사들은 직영 주유소를 통해 공급가보다 낮거나 사실상 역마진 수준의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하며 유가 상승분을 흡수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공급망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기회비용도 상당하다. 정부의 나프타 등 일부 품목 수출 제한 정책과 비중동 원유 도입 유도 정책은 국내 수급 안정에는 기여하지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 정유사의 사업 구조상 이러한 수출 제약과 사후정산 구조는 수익성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1분기 호실적을 업황 개선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고평가이익과 시차 효과에 따른 일시적 성격이 강한 만큼, 유가 변동성과 지정학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실적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만든 이익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지만, 물류비 상승과 가동률 저하라는 실질적 위협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숫자에 가려진 이면의 리스크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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