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국 정부부채 경고했나: IMF 보고서 미스터리
2026.04.21 14:35
45쪽 보고서, 'Korea' 4번 등장
'IMF, 韓 정부부채 경고' 주장 무리
기축통화국보단 부채비율 낮지만
피치 AA- 신용등급 평균은 상회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치 비교시
IMF 기준으론 높고, 피치로는 낮아
올해는 적극 재정·통화정책 필요
# 문제가 적지 않다. 중동발發 인플레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은 올해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과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한 시기인데, 부채 통제 주장은 이를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IMF 보고서가 '우리나라의 정부부채'를 심각하게 지적한 것도 아니다.
■ IMF 보고서 논란=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상반기(4월)와 하반기(10월)에 재정 모니터를 발간한다. 국내 대부분 매체는 IMF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의 일반 정부부채 비율 증가에 우려를 표했다(IMF "내년 한국 부채비율, 선진 非기축통화국 평균 넘을 듯"·한 통신사).
그러자 1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가 나올 때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가 국내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한다. 그러나 국가 부채비율을 둘러싼 논쟁은 종종 숫자 자체보다 정치적 프레임에 의해 과장되거나 단순화된다."
실제로 대다수 매체의 보도만 보면, 마치 IMF가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 증가를 따로 크게 다루면서 경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45쪽짜리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한국(Korea)이란 단어는 모두 4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중 2번은 같은 부분으로 묶이고, 1번은 인공지능(AI)과 재정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쓰였다.
그러니까 영어 단어 2만개가 넘는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한국이란 단어가 단 두 번 나왔는데도 대다수 매체는 IMF가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에 관한 심오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한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재정 모니터 보고서가 제1장과 부록만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IMF는 홈페이지에서 오는 30일 전체 보고서를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지켜볼 일이다.
■ 보고서에서 한국 다룬 세 부분=그렇다면 IMF는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이 보고서가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부채(D2) 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건 맞다. [※참고: D1은 GDP 대비 국가채무로 중앙·지방정부의 법적 채무만 포함한 개념이다. D2는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만 콕 집어서 우려를 표하진 않았다. 현재 공개된 보고서에서 한국을 다룬 3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 부분은 영국·캐나다·일본 등 선진국들이 대체로 재정 적자를 줄였지만, 한국과 네덜란드처럼 역사적으로 재정 적자가 많지 않던 나라들이 재정 여력을 사용해서 선진국 전체의 적자 감소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다음 부분은 한국의 정부부채 수준이 벨기에보다 훨씬 낮지만, 두 나라 모두 이 비율이 상당히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2031년 정부부채 비율이 벨기에는 122%, 한국은 63%에 달할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이다.
한국이 등장하는 마지막 부분은 AI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리스크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보고서는 '기술 노출 수출국들, 예를 들어서 한국과 대만'이라고 언급한다. 쉽게 말해서 AI 기술과 관련된 수출품이 많으면, 리스크가 증가해 정부의 차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의 현주소=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나라 일반 정부 부채비율 수준은 기축통화국인 G7과 비교하면 당연히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들 사이에서는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IMF와 달리 국가와 기업의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신용평가회사 피치의 신용등급 전망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우리의 현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피치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로 분류한다. 피치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 적합, 주의, 부적합 총 12개 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투자 적합으로 분류되는 등급은 4개이고, 각각의 등급에는 플러스(+), 마이너스(-)라는 세부 등급이 존재한다. 우리는 최우수 투자 적합 등급인 AAA보다 한 단계 낮은 AA의 마이너스 등급이다. 이 등급 국가는 모두 6개 나라다.
피치가 올해 1월 발표한 우리나라 신용등급 관련 문서는 우리나라 정부부채가 2026년 GDP 대비 50.6%로 증가하고,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잠재 GDP 성장률의 증가 없이 정부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부채 증가, 인구감소로 인한 성장성 훼손을 제외하면 가계부채 감소세 지속, 완화적인 재정정책 등 나머지 8개 부문에서 한국의 신용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정부부채와 기준=정부부채 비율 논란은 기준의 문제다. 일례로 홍콩의 정부부채 비율이 그렇다. IMF는 홍콩 일반 정부부채 비율(D2)을 14.1%로 본다. 피치는 홍콩 국가등급 보고서에서 이 나라 국가채무(D1) 비율을 56.2%로 기재했다.
홍콩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녹색 채권, 인프라 채권을 D1에 포함하면 56.2%이고, 이를 제외하면 D2가 14.1%(D1은 15.0%)이기 때문이다. 홍콩 금융관리국이 지난 4월 14일 갱신한 '홍콩 경제 및 금융 데이터'를 보면 정부부채에 녹색·인프라채권이 포함돼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정부 부채비율은 선진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IMF식으로는 넘고, 피치식으로는 안 넘는다. 미세한 기준 변화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정도다. 쉽게 말해서 우려되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 내려도 틀리지 않는다.
대다수 매체는 IMF 보고서에서 '이재명 정부가 정부 부채를 늘릴 것'이라는 미래의 문제를 발견했고, 여기에 필요한 장기적인 조언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올해에 적극 재정을 펼치지 말라는 식의 균형 재정, 부채 통제 주장은 103년 전만도 못한 조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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